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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파티 - 영국 ㅣ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김영희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평점 :
난 평생 영문학엔 적응하지 못하고 살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을 전공할 때도 내 마음을 울리지 못하는 단조로운 문체들에 졸업장을 따기 위해 하고 있는 내 행동들이 가증스러웠고 몇 번이나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 충동까지 있었다. 졸업 후에 다시 한 번 책과 가까워 지던 순간에도 영미문학은 기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그것이 내게로 왔다. 참 감상적인 말 같지만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또 어느 날, 난 영국행 비행기에 앉아있었고 그들의 삶과 역사를 보며 난 영국 문학에 더 매혹되었다. 청개구리 심보가 다시 드러난 것처럼 뒤늦게 영문학에 대한 눈이 트인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기에 이 책이 더 반가울 수 밖에 없었다. 디킨즈를 만났던 런던, 조이스를 만났던 더블린이 눈 앞에 생생히 살아났다.
19세기의 디킨즈부터 20세기의 레씽까지, 1세기의 영국을 아우르는 단편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웠다. 더군다나 국내에선 이미 절판되었거나 찾아보기 힘든 단편들을 수준있는 번역으로 엮어냈다는 것이 한 사람의 독자로서 고마웠다. 디킨즈의 '신호수'로 문을 여는 책은 "역시 디킨즈"라는 찬사로 독자를 매혹시킨다. 설명되지 않는 미지의 인물을 내세운 것은 디킨즈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럴>을 떠올리게 했지만 그 속에 녹아있는 또 다른 감성은 그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수확은 어마어마한 분량의 대표작을 내세워 독자를 겁먹게 했던 작가인 하디나 조이스의 또 다른 매력인 단편을 만나게 해 주었다는 점인데 특히 조이스 같은 경우는 번번히 날 좌절하게 했던 '율리시스'로 진정 다가가기 힘든 그대였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정말 색다른 만남이었다. 버지니아 울프부터는 영국의 여성문학의 시작을 엿볼 수 있었는데 <자기만의 방>등의 그녀의 대표작에서 엿볼 수 있던 다소 날카로운 지성인의 소설에서 벗어나 여성 특유의 감각적인 글쓰기가 돋보인다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큐가든'에 묘사 된 잠자리, 달팽이 등이 상징하는 것은 책을 읽는 내내 마음에 남았다.
한 때는 거부했던 그들의 단조로운 문체와 감각적인 묘사. 그것은 나와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세상과 다른 것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특징 속에 자신들의 과거까지 모두 담아내는 그들 문학의 센스, 이것들은 알면 알 수록 묘한 매력이 있다. 그것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 책을 읽는 시간 동안 더블린의 Writer`s museum을 다시 걷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 책의 특징 중 하나, 단편의 끝에 그 작가의 글을 더 깊게 읽고 싶다면 국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책들에 대한 팁이 담겨있다. 자신들의 출판사에서 출판한 책이 아니라도 독자를 위해 할 수 있는 배려, 이 작은 배려에도 감동 받았다. 한 권의 책이 독자를 온전히 만족시키는 순간, 바로 그런 순간이었고 그런 순간이었기에 이 책은 내게 완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