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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의 여왕
김윤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뉴스를 켜는 것조차 무서워질 때를 경험한 적이 있는가. 도시 한 복판에서 숨이 막히고 어지러워 눈을 감아본 적이 있는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탁 트인 광장의 벤치에 누워 본 적이 있는가. 셋 중 하나에 Yes라고 대답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 하나하나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한다면 끝도 없이 길어질 얘기들이 나올 수 있지만 책의 마지막에 나오듯 "희망"을 품기엔 귀가 솔깃해 질만한 이야기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소위 운발이라고 말하는 것이 미치도록 좋은 한 여자가 있다. 물론 이 여자 앞에 놓인 현실은 캄캄하다. 집도 날아가게 생겼고 남편도 없어졌고 아이는 말을 하지 않고. 하지만 말하지 않았는가. 이 여자는 운발이 미치도록 좋다고. 그렇다면 캄캄한 현실도 잠시. 모든 것은 해결이 된다. '왜', '어떻게'의 설명 따윈 필요없다. 언젠가 외국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에서 한국말 중 가장 편리한 말은 "그냥."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한마디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이 여자도 그렇다. 왜, 어떻게? 이렇게 묻는다면 정말 그냥. 이라고 할 말 밖에 없다. 그 한마디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물론 그 과정엔 여자의 노력과 쌓아온 내공 덕이 있었지만 그 정도 운이 굴러 들어오는데 그 정도 노력도 못한다면 사기꾼 심보지. 암.
그렇게 뭔가 우연적으로 해결 된다는 것으로 본다면 굉장히 단조롭고 새로울 것 없는 소설일 듯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부동산 문제를 소설로 따끔하게 꼬집는다는 것은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나날이 높아지는 땅 값. 서민들에게 서울 하늘 아래, 내 집 마련을 한다는 것은 점점 더 꿈과 같은 일이 되어 가고 있다. 있는 사람들은 점점 더 부를 늘려가고 있고 없는 사람들은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닌다. 점점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면 다행, 돈은 모으지만 집 평수는 점점 줄어든다. 아, 어쩌란 말인가. 더군다나 이제 막 사회로 뛰어 든 88만원 세대에게 현실은 더욱 암담하다. 평생 일 해도 내 집을 장만할 수는 있을지 답답하다. 그런 우리의 모습들은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물론 책 속 인물들은 운 좋게 집을 떡하니 장만하게 되지만.)
무언가 새로운 시도, 새로운 주제. 그런 것들이 보여지는 문학들은 반갑다. 작가의 필력이 우수하다면 더 말할 것은 없다. 지나친 '우연'의 연속, 그것이 다소 배아프고 약오르긴 했지만 (나에겐 그런 우연이 찾아오지 않으니까)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희망을 갖을 수 있었다. 하긴, 그것이 우리가 문학을 즐기는 이유이기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