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처럼 행복하라 아이처럼 행복하라
알렉스 김 지음 / 공감의기쁨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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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 실린 아이의 사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는 청결과 단정의 이미지는 아니었지만 맑았다. 굳이 책을 넘겨보지 않아도 이 책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예감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늘을 담고 있음에 틀림이 없는, 내게 행복을 가르칠 것 같은 저 눈 앞에서 무기력해졌다. 며칠간 이 책을 침대 위에 올려놓고 표지도 넘기지 않은 채 아이의 얼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이 흐른 후 이제 네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다고 말했다. 아이는 이내 제 속을 보여주었다.

티베트, 네팔, 파키스탄. 이 세 나라의 이름만 들어도 수많은 내전과 그 속에서 생겨난 가난이 떠오르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그런 나라의 중심부에 사는 것도 힘겨울 판에 해발 3000미터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 현대 문명과는 거리가 멀고,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이 책 속에서 만나는 그곳의 모두는 행복해 보인다. 적어도 문명의 이기와 수많은 공산품 속에서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편히 살지 고민하는 우리보다는 행복해 보인다. 그들의 표정에는 욕심이나 그 어떤 이기심도 없다. 그저 오늘을 살고 있음에, 너와 내가 이렇게 마주하고 있음에 행복해 보인다. 그 앞에서 우린 작아지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해하게 된다. 왜 저자가 카메라 하나를 달랑 들고 저 먼 길을 오른건지, 그리고 왜 우리에게 그들의 얼굴을 전달하고자 한 것인지.

그들의 눈에서 자기 자신을 배웠고 행복을 배웠다는 그 말이 가슴에 온다. 뷰파인더 넘어 바라본 아이의 눈에 비췄을 카메라 렌즈 넘어의 자신의 모습. 그 속에서 그 아이의 맑음과 다른 나의 문명화를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쯤이면 나는 넘치게 갖고 있지는 않은 건지 생각해 보았을 것이고 알았을 것이다. 나는 가진 것이 너무 많은 사람임을. 때론 우리는 운이 좋지 않다며 한탄한다. 누구에 비해 무엇을 덜 가졌고, 세상이 원하는 것에 비해 나는 너무 모자라다며 자신을 책망했을 것이다. 우리 불행의 시작이 바로 그것이 아니었을지 생각해 본다. 세상은 나에게 원하는 것이 없었고, 나는 누구에 비해 무엇을 덜 가진 사람이 아니라 내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사람일 수도 있었다. 내 스스로 만들어 낸 문명화의 감옥 속에 가둔 것은 세상이 아니라 나 였음을 이들의 이야기와, 이들의 눈을 바라보며 절절하게 깨닫게 된다. 이곳의 아이들은 우리보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충분히 행복하다. 행복이라는 것은 자신이 스스로를 가두지 않을 때 생겨나는 것이라는 걸 이 작은 눈망울들이 말해준다. 단지, 단 하나, 바라는 것이 있다면 공부할 수 있는 것. 그래서 조금 더 주체적인 사람이 되는 것. 그렇기에 이 책의 저자는 그 바람을 담아 하늘과 가까운 그 곳에 학교를 짓는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것을 조금 나누면 어떻겠냐고 묻는다. 어렵지 않다. 아이들에게 배운 것이 이토록 많은데,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눠주는 것은 보답이자 당연한 일이 된다. 자, 그럼 이 책을 넘기는 것 그리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 그것으로 우리의 작은 보담은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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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
에릭 오르세나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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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페이지나 되는 분량이 쉴새없이 넘어갔다. 이런 흡입력은 오랜만이었고, 책의 두께를 위협하는 재미도 오랜만이었다. 프랑스 소설이 주었던 매력에 오랜만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참 '오랜만'에 경험하는 여러 감동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했던 감탄의 말은 이제 끝이 났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작가 '에릭 오르세나'에 대해 찾아보았다. 이젠, 그 작가에게 빠져들 차례다.

이 책의 소재는 단순하다. 사랑. 조금 더 자극적으로 보자면 불륜. 이 단순한 소재가 원예와 문학과 만나 엄청난 스토리를 탄생시킨다. 한 명의 여자와 단란한 가정을 꾸려 오래오래 잘 살고 싶었던 가브리엘은 엘리자베트를 본 순간 자신의 의지만으로 안 되는 일이 세상에는 존재함을 알게 된다. 자신의 일과 자신의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굳게 지키고 싶었던 엘리자베트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 명은 사랑을 지키고, 한 명은 자신이 만든 법규를 지키며 산다. 서로 다른 방법으로 사랑을 지켜왔지만, 자신과 상대에 대한 믿음은 사랑을 굳건하게 만들고 유지시킨다. 그리고 그 믿음 덕에 그들이 공유하지 못한 시간 역시 그들의 이야기가 되고 전설이 된다. 그 전설 속에는 그들의 사랑만큼이나 피었다가 지고, 기다리면 다시 오고, 세심하게 돌봐주어야 하는 식물들의 삶과 사랑이 없다면 존재하지 못했을 수많은 문학작품들이 존재한다. 나는 파리 식물원, 베르사유 정원, 알카사르 정원, 시싱허스트 등, 그들의 사랑이 이어져 나가는 정원들 속에서 그들의 사랑을 지켜보는 관리자가 된다. 가브리엘에게 열쇠를 빌려주고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며 사랑이란 한 사람의 기다림, 혹은 한 사람의 믿음으론 지속될 수 없는 것임을 깨닫는다. 비록 불륜이라는 금단의 열매를 딴 것이지만, 혼외정사로 아이를 낳으면서도 그 아이에게 낭만을 기대한 것이지만, 그 속에는 한 때의 쾌락이 아닌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존재했다. 그것이 이 둘의 사랑을 한낱 신파 혹은 속물적인 무엇이 아닌 진정한 아름다움으로 돋보이게 한다. 마치 누군가의 손에 들린 한 다발의 꽃이나 꽃병에 꽂힌 꽃과는 다른 잘 가꿔진 정원에 피어난 제철 꽃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들의 모든 삶에는 문학이 존재한다. 기사문학에 대한 무한한 애착으로 정신착란을 일으켜 엉뚱한 기사 행동을 하며 둘시네 공주를 지키려 한 돈키호테처럼 사랑이 우리를 정신착란의 상태로 몰아 세상을 아름답거나 혹은 어지럽게 만들고 그 사람이 전부인 것처럼 만든다. 또한 원주민들의 지배자가 되어서도 자신의 죄의식에 늘 시달린 로드 짐처럼 사랑을 쫓는 엘리자베트의 마음 속에는 가족에 대한 죄의식이, 가족을 지키는 엘리자베트의 마음 속에는 가브리엘에 대한 죄의식이 떠나지 않았다. 이렇게 문학이란, 결국 사랑으로 시작되는 것이며 사랑으로 완성되는 것임을 이 책은 너무나도 완벽하게 보여준다.

문학과 연결되는 또 다른 문학, 정원의 문과 연결되는 하나의 이야기의 시작, 이 소설은 세상 모든 것의 연결고리를 보여주듯 이 이야기 역시 가브리엘과 엘리자베트와 연결 되는 그들의 손녀 가브리엘라에게 전달할 가브리엘의 이야기 였음을 말하며 끝이 난다. 결국 이야기란, 문학이란, 정원이란, 사람이란 모두가 하나의 거대한 순환고리 속에 존재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마지막 장에 엄청난 찬사를 보내며 이 작가를 기억하는 것 외엔 도리가 없어진다. 자신의 아들, 그리고 그 아들의 딸 모두가 가브리엘 본인의 존재를 몰랐고 가브리엘의 역사를 알지 못했지만 아무렴 어떤가. 무언가가 사라져도 결국 이야기는 남고 그 이야기가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 내는걸. 그게 바로 우리가 사는 삶이자, 이 세계의 문학이 흘러가는 힘이 되는걸. 그 힘을 믿는다면, 이 엄청난 소설에 감탄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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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그들처럼 - 열한 번 치명적 사랑의 기억들과 만나다
박애희 지음 / 서해문집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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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읽는 사랑 이야기는 유난히 더 달달하다. 마음을 시큰하게도 만들었다가 울렁대게도 만든다. 아마 피어나는 생명처럼 사랑 역시 피어나길 기대하는 마음 탓일 것이다. 하지만 남의 사랑 이야기에 크게 관심을 갖는 편은 아니라 이런 책은 여전히 낯 간지러운 도전이다. 특히 실화를 다룬 내용 앞에서는 더더욱 손발이 오그라든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내게는 아직 깊이 다가온 적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마음이 달큰해질 때면, 말랑말랑한 소설을 찾았더랬다. 드라마나 영화를 한 편 보는 것처럼 가볍게 허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가슴은 더 두근거릴지언정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는 전제가 있었기에 그렇게 낯 간지럽지도 환타지를 가득 안기지도 않았었다. 그래서 이 책, 내게는 조금 다른 경험이 되었다.

라디오에서 소개 된 사랑이야기라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밤 10시면 라디오를 듣던 날들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DJ들이 하차한 이후로 라디오와의 인연이 좀 끊겨져 버렸지만 그래도 그 시간은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다. 그 늦은 밤, 라디오에서 들려오던 달큰한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가 전하던 누군가의 사연들은 살아있다는 느낌을 전해줬었다. 그리고 하루에 하나씩 들리던 사랑 이야기들,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하면서도 이런 이야기들엔 몸을 쥐어트는 건조함도 있었기에 그 이야기들이 들리면 가족들과 텔레비전을 보다 야한 장면이 나왔을 때의 청소년들처럼 괜히 딴 짓을 하는 척도 했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세상 어딘가에는 정말 뜨거운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것을 경험하지 못했다 뿐이지 나 역시 한 편으론 그런 걸 꿈꾸고 있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단지, 그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을 뿐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결국 들켜버렸다. 이 책에 나온 11개의 사랑 이야기를 읽으며 가슴 한 쪽이 간질간질하면서도 알싸한 맛이 느껴졌다.

하지만 세상 어딘가에 이런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되어버렸으면서도 가장 슬프고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은 여전했다. 자존감이 내겐 가장 큰 이유인건지, 내 자신을 포기하며 타인을 사랑하는 법 같은 것은 알지 못하는 터에 얼마나 사랑하기에 누군가를 위해 자기를 포기하고 목숨까지 내 놓을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예전에 모딜리아니와 잔느의 작품 전시회에 가서도 몇 번이고 이해해 보려고 한 감성이었지만, 그 때도 그리고 지금도 나는 변한 것이 없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 이전에 나를 내려놓는 삶인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클라라 슈만과 브람스, 혹은 존 스트어트 밀과 해리엇 테일러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해한다는 말을 전제로 나는 모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일방적인 배려는 그 어느 관계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 두근대는 사랑이야기는 내게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외롭다고, 누군가를 만나야겠다고, 이젠 결혼이라는 것에 긍정적인 생각을 해 봐야겠다고 하면서도 관계의 최우선에는 내가 있었다. 주도권을 쥐는 사람도 나였고, 그것이 휘청거리면 내가 감당할 수 없어했다. 모든 것을 내가 조정할 수 있어야 나는 직성이 풀렸고, 그걸 감당해 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것이 맞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건 상대방의 일방적인 사랑일 뿐이라는 것을 결코 생각지 않았다. 그걸 인정하는 것조차 내 약점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책이 내 마음을 무너트린 걸까, 아니면 봄바람 탓일까. 이 모든 것이 내 잘못이었다는 얕은 후회가 밀려들었다. 나를 놓지 않고 상대만 자신을 놓기를 바랐던 이기심, 그 이기심은 여전하고 끝이 없어 보인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누가 말했던가, 그런데도 문득 다른 바람이 든다. 그런 나를 변하게 하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고. 난 여전히 사랑 앞에 이기적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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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민낯 - 잡동사니로 보는 유쾌한 사물들의 인류학
김지룡.갈릴레오 SNC 지음 / 애플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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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이런 책들을 읽는 것이 즐겁다. 뭔가 내가 놓치고 살아온 것만 같은 것들을 일깨워 주는 책들 말이다. 이런 책들을 읽고 있자면 주변의 사소한 것들조차도 관찰을 하게 된다. 주위가 산만한 나는 늘 예리하고 진중한 관찰자의 시선을 가지고 싶다. 사람이건 사물이건 하나를 가만히 관찰해본다면 그것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가 나올텐데, 나의 상상력의 한계는 나의 성격과도 맞닿아 있다. 생각해보면 나의 고양이들만 해도 그렇다. 나는 분명 그들의 움직임을 보는 것이 행복하고 즐겁지만,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면 잠이 스르르 오고만다. 이렇게 나는 관찰자로서의 재능은 전혀 없지만, 관찰자로서의 나를 단 5분 정도라도 불러 올 수 있는 책을 읽는 능력은 좀 가지고 있으니 다행이다 싶다.

이 책에서는 약 50개의 사물을 다섯개의 카테고리로 구분하여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은밀한 것들>, <익숙한 것들>, <맛있는 것들>, <신기한 것들>, <재미있는 것들>이 다섯개의 카테고리의 공통점은 '흔한common 것들'이라는 점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지만, 그래서 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사물들의 미시사를 보여준다. 이런 사물들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많이 가지고 있다. 우리가 정력제로만 생각해왔던 '비아그라'가 바다표범과 순록의 개체를 유지하는데 일조했던 것이나 포크가 한 때는 신성모독을 하는 물건으로 생각되었다는 이야기, 마요네즈가 이것저것 섞다가 생긴 소스라는 이야기, 콘프레이크가 처음엔 청소년들의 자위를 예방하는 음식으로 선전되었다는 이야기 등은 뒷통수를 확 후려치는 듯한 신선한 자극을 준다. 물론 어떤 이야기는 그 당시의 짧은 의학 수준과 의식 수준 때문에 가능했던 오해이기도 하겠지만, 이런 역사를 가진 물건 앞에서 우린 그들의 모든 것을 안다는 듯 행동했다는 것이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이런 이야기들 속에는 당연히 물건들이 생겨난 시대의 상황이나 물건이 헤쳐 온 시간의 역사 등도 포함되어 있다. 즉, 한 물건의 미시사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과도 같다. 그 점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도 허투루 흘릴 것이 없다. 한 물건이 보여주는 자신의 역사는 3-4 페이지의 짧은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시간의 흐름을 생각해 볼 때 가볍게 보고 넘길 수 있는 것은 세상에 무엇도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의 흐름의 혜택을 보고 살아오는 것인지 새삼스러운 경외심마저 생겨난다. 그렇기에 이런 책을 읽는 것이 더욱 즐거워지는 것이다. 이런 책이 없었다면 계속 놓치고 살았을 것이 아닌가. 피임약이 핵폭탄과 우주비행선보다도 더 획기적인 발견이라는 사실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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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2 2 - 혼자 살다 갈 수도 있겠구나… 낢이 사는 이야기
서나래 글.그림 / 씨네21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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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년이 칠년이 그래 그래 흘렀네. 칠년이 칠년이 벌써 칠년이 그래 그래 흘렀구나. <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 2의 2권을 받고 가장 처음 흥얼거린 가락이랄까, 이 노래가락 속에는 어느새 서른이 되어버린 한 여인의 한과 더불어 탄로가의 서글픔이 가득 담겨있고, 이 노래가락이 구성지게 흘러감과 함께 킥킥 대는 변태적 웃음 소리가 동반했다. 고냥이 두 마리가 내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나의 빈틈을 정확하게 노려 내 손의 토닥임을 차지하려는 예리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음은 물론!

<낢이 사는 이야기>가 오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단 하나! 소소한 생활을 바라보는 작가의 유머러스한 시선 때문이다. 작가가 누리는 생활은 우리의 생활과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아기자기한 재미를 발견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작가의 회사 생활과 고양이와의 일상이 담긴 에피소드들은 지나치게 생활 밀착형이고 그래서 독자와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코드를 생성하게 된다. 업무 중에 딴 일을 하다가 재빨리 창을 닫는 능력이나, 술 먹고 뻗은 인간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고양이의 시선 등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아는, 그래서 더 재미있는 에피소드이다.

웹툰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생겨났고, 어느순간부터 그것은 인터넷 상에서 매주 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단행본을 소장하게끔 하는 매력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찔끔찔끔 보았던 에피소드들은 한 권의 책으로 묶여 연재로는 느끼지 못한 이야기의 시퀀스를 보는 재미를 제공했고, 그 재미는 이야기 속의 유머코드를 더욱 더 진하게 만들었으니 예전에 월간지로 보던 좋아하는 만화를 단행본으로 구입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우린 좋아하는 웹툰을 단행본으로 구입할 수 밖에 없다.

이 <낢이 사는 이야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난 이 웹툰이 아주 오래오래 연재 되어서 내가 애 엄마가 되었을 땐 애 엄마의 애환을 그려주고, 내가 노년이 되었을 땐 노년의 애환을 그려주어 함께 늙어갔으면 좋겠다. 아마, 다음 책을 보면서도 난 또 내가 늙었다며 탄로가를 부르겠지만 뭐 아무렴 어떤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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