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움직인 한마디 - 두 번째 이야기

이국환의 책 읽는 아침 2월 21일 선정도서

 

결혼한 지 얼마되지 않은 절친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에게 흔히 말하는 허니문 베이비가 생겼는데 생명의 존재를 안지 얼마 되지 않아 계류유산을 하여 친구가 한동안 괴로워 하였다. 그즈음 인터넷 써핑을 하다 이 책을 알게 되었다.제목부터가 내 친구에게 속삭이는 것 같아 냉큼 사서 친구에게 선물하였더랬다. 그리고 며칠 후 교수님께서 방송에서 소개하신다. 잠결에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번주 방송 선정 도서야.내가 먼저 읽을 터이니 좀 가져와' 

친구가 책을 가져오고서도 며칠을 가게 테이블에 얹어만 놓고만 있다가 오늘에야 읽었다.그것도 내가 일기장에 이런 일기를 쓴 날..

20대 후반 그리고 30살 언저리 이때쯤 나는 항상 세상에 발 딛기를 겁내했고 이런저런 안 되는 이유를 갖다 붙이기 바빴어.하지만 나보다 어린 동생이지만 열심히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나와 동갑이지만 열심히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나보다 나이도 많고 제약이 많지만 열심히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여러 사람들을 보면서 나를 반성해.그리고 또 다짐해.남이 살아주지 않는 내 인생 더 열정적으로 살리라! 늘 반짝이는 사람이 되리라!
운명이 나를 막겠어? 팔자가 나를 막겠어?돈이 나를 막겠어? 아니! 나에게 제약을 주는 건 내 맘가짐뿐이란 걸 서른이 훌쩍 넘은 이제서야 깨달았지만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야

그렇게 이 책은 내게 찾아왔다.내가 이 책을 찾은 것이 아니라 이 책이 나를 찾아 왔다고 믿는다. 친구에게 위로가 되어줄까 싶어 선물했지만 결국은 내게 참 많은 위안과 새로운 다짐들을 안겨준 책읽기...이 책은 그랬다.

안 되는 이유를 찾아가며 욕망을 접기 바빠던 20대를 지나고 조그마한 용기를 내어보는 이때 푸주간 앞의 개가 되지 않기 위해 '욕망을 접거나 용기를 내거나'라는 귀절이나 '낭중지추' '아무거나..는 자유를 잃어버린 사람의 표현'이라는 귀절은 가슴에 마구 꽂혀 들어왔다.

그리고 책을 덮은 지금 막 설레인다. 나를 움직인 한마디 정도가 아니라 나를 움직일 보석같은 글귀들을 마구 선물 받은 지금, 나는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다.고요하게 그러나 반짝이면서..세상 건전하지 못한 것들엔 무심하게 그러나 내 삶엔 열정적으로..이런 다짐들로 마구 설레이는 이 밤. 설레일 수 있어서 행복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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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저 책 만나다 보면 질투심이 일어나는 책이 있다.

그 질투심이란게 어떤 책은 이런 글을 가지고 개인의 인지도, 유명세로 책을 내다니..이런 류의 질투심을 일으키고 또 어떤 책은 내가 쓰고 싶었던 글,내가 쓰고 싶었으나 콕 집어 표현하지 못했는데 얄밉게도 그것을 너무나 잘 표현하여 질투심이 나는 글..이렇게 대략 두가지로 나뉘는데 <침대와 책>은 후자 쪽이었다.

 

트뤼포의 영화 <쥘 앤 짐>을 언급하는 글을 본 순간 나는 알았다.이 여자도 나와 비슷하겠구나.20대의 한 언저리에서 잡지 <KINO>의 정성일씨의 글에 밑줄 그어가며 읽었겠구나..아마도 그 그어진 밑줄도 나와 비슷하겠구나..(아님 말고)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침대 언저리에서의 독서 목록은 하나같이 내가 읽었거나 읽으려고 쌓아 놓은 책들이었고,그 독서 끝의 그녀의 에세이들은 내가 하고파 했던 감정들을 너무나 여우같이도 잘 표현해 놓았던지 그녀가 일한다는 라디오 방송국에 찾아가 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내 방엔 침대가 없다.대신 1년 365일 옥매트가 깔려 있고 그 옥매트 주변엔 항상 지금 읽고 있는 책,읽고 나서 독후감 써야 하는 책,다음 독서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책이 널부러져 있다.그녀의 방 풍경도 그녀가 미리 말했듯 침대가 거의 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다. 침대에서의 책읽기는 같으나 그녀의 책읽기는 이리도 관능적이건만 아직 나의 책읽기는 이불 속에서 돌돌 말려 있기만 하니 질투가 날 수 밖에..

 

그러나 나는 오늘 또 다짐한다.

나의 책읽기가 날이 거듭하고 해를 거듭해 갈 수록 더욱 생산적인 책읽기가 되도록 더욱 읽고,더욱 쓰리라..

부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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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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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마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2주마다면 어떻고 1주마다면 어떠라만 아무튼 나는 그 시절 장영희 선생님의 토요일마다의 이 칼럼을 손꼽아 기다렸었다. 선생님께서 해 주시는 문학 얘기도 좋았고,선생님의 개인적인 얘기도 좋았다. 특히나 부친되시는 장왕록 박사께서 장애를 가진 당신 딸 제발 대입시험만이라도 보게 해 달라고 사정했다는 얘기와 칼럼을 마치며 선생님의 암 발병과 투병 얘기는 살아가면서 불쑥불쑥 얘기치 않게 떠오르기도 할 정도로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2005년 봄

나는 어느 날 아침 세수를 하다 목에서 무언가 잡히는 것을 발견했고,이상한 생각이 들어 스스로 외과 병원에 찾아가 검사를 해 보았다.결과는 임파선 양성 종양.

그 후로 지금까지 22번의 끝이 보일 듯하다가도 무릎이 꺽이도록 지루한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했고,앞으로 3개월 뒤 또 그 치료를 해야 할 지도 모른다.

22번의 치료 중 16번째의 치료를 받을 때였을 것이다.1차 치료의 마지막이던 그 날 저녁에 예전에 신문 스크랩해 놓은 것을 정리하며 하나씩 읽다 '신은 인간의 계획을 싫어하시는 모양이다.'로 시작하는 그 칼럼의 마지막 회이자 이 책의 마지막 장이 된 글을 발견하였다.

 

뒤돌아보면 내 인생에 이렇게 넘어지기가 수십 번,남보다 조금 더 무거운 짐을 지고 가기에 좀더 자주 넘어졌고,그래서 어쩌면 넘어지기 전에 이미 넘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그러나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넘어뜨린다고 믿는다.넘어질 때마다 나는 번번히 죽을 힘을 다해 다시 일어났고,넘어지는 순간에도 다시 일어설 힘을 모으고 있었다.그리고 그렇게 많이 넘어져 봤기에 내가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난 확신한다.

 

라는 부분엔 형광색으로 줄도 그어 놓았더랬다.

 

그 칼럼을 스크랩할 땐 그 귀절이 그냥 맘에 들는 귀절에 지나지 않아 줄을 그어 놓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시의적절하게 다시 찾아 읽은 그 글의 줄 그어진 귀절을 읽으며 가슴으로 울었고,너무나도 깊은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가끔 이 귀절을 떠올리며,치료며 일이며 다 포기하고 싶을 때 마음을 다잡아 보곤 했다.

 

나는 장영희 선생님만큼 인생을 많이 살지도,인생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다.그러나 돌이켜보면 선생님처럼 내 삶에 있어 문학은 너무나도 큰 힘과 등불이 되어 주었고,지금은 이렇게 얼치기 독후감이나 쓰고 있지만 앞으로도 나는 문학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고 세상을 배울 것이다.

 

그냥 마냥 책이 좋고,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좋았던 내게 '나에게 있어 문학이란 무엇인가?' 생각케 해 주고,내게 깊은 위안을 다시금 주었던 책읽기..

윌리엄 포크너 말처럼 정말 '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가를 가르친다.'는 말이 맞다.

이 독후감을 마치고 나는 또 부지런히 문학의 숲을 거니리라!

그리고 문학의 숲에서 세상을 더 배우리라!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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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연애시대 창비청소년문학 3
벌리 도허티 지음, 선우미정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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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Granny was a buffer Girl
성장 소설이라 하면 대부분 주인공이 크나큰 사건을 경험하는 과정이 나온다.
가슴을 움켜쥐게 만드는 감동이나 눈물도 동반하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눈물 쏙 배는 장면 없이 충분히 주인공과 읽는 이 모두 성장하게 해 준다.

프랑스로 대학 공부를 하러가는 제스의 환송파티를 위해 양가 조부모님과 가족들이 모이고, 파티의 끝 양가 조부모님과 부모님의 사랑 얘기 보따리가 풀어져 나온다.

역자 후기에 따르면
'아무리 가까운 사이러 할지라도 속마음을 온전히 털어놓는다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다.특히 가족 중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거나 상대방 모르게 간직한 비밀이 있을 경우엔 더욱 그렇다.그러고  보면 제스네 가족은 참 용감하고 현명한 사람들이다.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그늘진 이야기들을 환한 세상 세상으로 꺼내놓음으로써 서로에게 진실해지고 또 몇걸음씩 가까워졌으니까..'

맞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같은 성장소설인 (주인공 이름 또한 같은 '제스'인) <리버보이> 보다 이 책에 점수를  더 주고 싶다.

후기까지 내 가슴을 콕콕 쑤셨다.
내게 많은 속마음을 내비쳤던 그녀.
내게 온 마음만큼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고
내게 비친 속마음만큼 다 보여주지 못해 상처입은 그녀.
그녀는 내게 용감했는데 나는 비겁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서른 살 먹은 그녀와 내가 무늬만 어른이 아닌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 믿고 싶다.

사 놓은지 오래 되었었는데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적절한 시기에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읽기였다.내 생각 주머니가 많이 성장하게끔 해 준 책읽기..

 

사족: 원제가 왜 Granny was a buffer Girl 인가?

         할머니가 어린 시절 가진 직업이 쇠를 가는 일이었거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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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에게 보낸 편지 - 어느 사랑의 역사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학고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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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얇은 책이지만
감동 깊은 책읽기..



자기 품에 안긴 그녀의 희고 매끄럽고 따뜻한 몸을 그는 오래도록 바라봤다. 말 없이, 숨을 멈추고, 찬탄에 차서. 이곳은 1947년의 스위스 로잔. 돈도 없고 나라도 없는 오스트리아 출신 유대인 앙드레 고르(Andr? Gorz·1923~2007)의 인생에 영국 여자 도린 케어(Doreen Keir·1924~2007)가 총총히 뛰어들었다. 남루한 셋방에서 처음으로 동침한 뒤 지난 9월 프랑스 시골마을에서 동반자살 하기 전까지, 꼭 60년간 그들은 한 쌍의 밤꾀꼬리처럼 정답게 살았다.

이 책은 84세의 남편이 스무 해 넘게 불치병과 싸운 83세의 아내에게 보낸 연애 편지다. 고르는 유럽의 대표적인 언론인이자 철학자다. 렉스프레스지(紙) 기자를 거쳐 누벨 옵세르바퇴르지(誌)를 공동 창간했고, 스승이자 친구였던 장 폴 사르트르가 별세한 뒤 그가 창간한 레탕모데른지(誌)를 이어받았으며, ‘생태주의’를 창시했다.

그는 비엔나에서 유대인 목재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2차대전이 터지자 부친은 스위스를 여행하던 아들에게 “돌아오지 말라”고 명했다. 16세에 망명객이 된 고르는 로잔 대학에 다녔다.

전공은 화학공학이었지만 그를 사로잡은 것은 실존주의였다. 뿌리 잃은 자의 고독과 살아 남은 자의 환멸이 그를 짓눌렀다. 사랑이 그를 구했다. 발랄한 도린을 처음 봤을 때 그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청년들은 도린에게 귀엣말했다. “홀린 듯 당신을 보는 저 남자(고르)는 무일푼의 유대인”이라고. 그러나 그녀가 사랑하게 될 남자는 그들이 아닌 그였다.

둘을 이어준 것은 외로움이었다. 도린은 일찍 부친을 잃었다. 모친은 그녀를 대부(代父)에게 맡기고 가출했으며, 간간이 딸을 보러 올 때마다 돈 때문에 대부와 다퉜다. 전쟁 통에 도린은 배급 식량을 고양이와 나눠 먹으며 혼자 살았고, 종전 후엔 유럽을 방랑했다 로잔에서 고르와 만났다.

책에서 고르는 기억을 복기하며 생의 매 순간을 다시 살았다. “당신을 사랑하는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던” 젊은 날의 오만을 사죄하고, “당신은 내게 삶의 풍부함을 알게 해 주었다”고 감사했다. 1974년 도린이 근육 위축병에 걸리자 고르는 신문사를 은퇴하고 그녀와 함께 은거했다. 그는 친구에게 이런 편지를 남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게 본질적인 단 하나의 일은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일세.”

마지막 장에서 당신은 불현듯 눈물이 치밀어 오를 것이다. 고르는 고백한다. “당신은 이제 막 여든 두 살이 됐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산지 쉰 여덟 해가 됐지만 그 어느 때보다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고르는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고백을 맺었다. 1년 뒤인 올해 9월 22일, 부부는 소도시 보농에서 극약을 주사해 함께 목숨을 끊었다. 시신은 이틀 뒤 발견됐다. 유언에 따라 지인들이 재를 부부가 말년을 보낸 집 뜰에 뿌렸다.



신문 북섹션에서 위의 글을 읽고 한참 동안 가슴에서 눈에서 이 책이 밟혔다.

2006년 3월21~6월6일에 거쳐 노학자가 편지 형식으로 쓴 그들 사랑의 역사.김훈은 이 글을 읽고 '아 나는 언제 이런 사랑 한 번 해보나'라고 추천을 하였고,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 사랑을 내가 받았던 것 마냥 감정이입을 마음껏 하며 읽었다.

 

당신을 화장하는 곳에 나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당신의 재가 든 납골함을 받아들지 않을 겁니다.캐슬린 페리어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세상은 텅 비었고,나는 더 살지 않으려네

그러나 나는 잠에서 깨어납니다.당신의 숨소리를 살피고,손으로 당신을 쓰다듬어 봅니다.우리는 둘 다,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 하자고..

                                                                     2006년 3월 21일~6월 6일

이 구절 바로 옆장이자 마지막 장에 노부부의 사진이 있다.한참을 들여다 본다.팔십이 넘은 노부부..탱탱한 젊음은 다 빠져나가고 쪼글쪼글한 피부,탄력없는 머리결..
그러나 가식이 아니라 정말 아직도 너무나 사랑함이 느꺼지는 두분의 사진은 너무나 아릅답다.책표지의 '나 유대인이에요'라고 골격이 말해주는 젊은 고르와 미모가 돋보이는 젊은 도린의 사진에서도 그 사랑이 느껴지지만 마지막 장의 노년의 사진처럼 사람을 마구 끌어들이는 힘은 부족하다.

당신은 이제 곧 여든두 살이 됩니다.
키는 예전보다 6센티미터 줄었고,몸무게는 겨우 45킬로그램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아! 정말 나는 언제 이런 사랑 한 번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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