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에게 보낸 편지 - 어느 사랑의 역사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학고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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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얇은 책이지만
감동 깊은 책읽기..



자기 품에 안긴 그녀의 희고 매끄럽고 따뜻한 몸을 그는 오래도록 바라봤다. 말 없이, 숨을 멈추고, 찬탄에 차서. 이곳은 1947년의 스위스 로잔. 돈도 없고 나라도 없는 오스트리아 출신 유대인 앙드레 고르(Andr? Gorz·1923~2007)의 인생에 영국 여자 도린 케어(Doreen Keir·1924~2007)가 총총히 뛰어들었다. 남루한 셋방에서 처음으로 동침한 뒤 지난 9월 프랑스 시골마을에서 동반자살 하기 전까지, 꼭 60년간 그들은 한 쌍의 밤꾀꼬리처럼 정답게 살았다.

이 책은 84세의 남편이 스무 해 넘게 불치병과 싸운 83세의 아내에게 보낸 연애 편지다. 고르는 유럽의 대표적인 언론인이자 철학자다. 렉스프레스지(紙) 기자를 거쳐 누벨 옵세르바퇴르지(誌)를 공동 창간했고, 스승이자 친구였던 장 폴 사르트르가 별세한 뒤 그가 창간한 레탕모데른지(誌)를 이어받았으며, ‘생태주의’를 창시했다.

그는 비엔나에서 유대인 목재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2차대전이 터지자 부친은 스위스를 여행하던 아들에게 “돌아오지 말라”고 명했다. 16세에 망명객이 된 고르는 로잔 대학에 다녔다.

전공은 화학공학이었지만 그를 사로잡은 것은 실존주의였다. 뿌리 잃은 자의 고독과 살아 남은 자의 환멸이 그를 짓눌렀다. 사랑이 그를 구했다. 발랄한 도린을 처음 봤을 때 그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청년들은 도린에게 귀엣말했다. “홀린 듯 당신을 보는 저 남자(고르)는 무일푼의 유대인”이라고. 그러나 그녀가 사랑하게 될 남자는 그들이 아닌 그였다.

둘을 이어준 것은 외로움이었다. 도린은 일찍 부친을 잃었다. 모친은 그녀를 대부(代父)에게 맡기고 가출했으며, 간간이 딸을 보러 올 때마다 돈 때문에 대부와 다퉜다. 전쟁 통에 도린은 배급 식량을 고양이와 나눠 먹으며 혼자 살았고, 종전 후엔 유럽을 방랑했다 로잔에서 고르와 만났다.

책에서 고르는 기억을 복기하며 생의 매 순간을 다시 살았다. “당신을 사랑하는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던” 젊은 날의 오만을 사죄하고, “당신은 내게 삶의 풍부함을 알게 해 주었다”고 감사했다. 1974년 도린이 근육 위축병에 걸리자 고르는 신문사를 은퇴하고 그녀와 함께 은거했다. 그는 친구에게 이런 편지를 남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게 본질적인 단 하나의 일은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일세.”

마지막 장에서 당신은 불현듯 눈물이 치밀어 오를 것이다. 고르는 고백한다. “당신은 이제 막 여든 두 살이 됐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산지 쉰 여덟 해가 됐지만 그 어느 때보다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고르는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고백을 맺었다. 1년 뒤인 올해 9월 22일, 부부는 소도시 보농에서 극약을 주사해 함께 목숨을 끊었다. 시신은 이틀 뒤 발견됐다. 유언에 따라 지인들이 재를 부부가 말년을 보낸 집 뜰에 뿌렸다.



신문 북섹션에서 위의 글을 읽고 한참 동안 가슴에서 눈에서 이 책이 밟혔다.

2006년 3월21~6월6일에 거쳐 노학자가 편지 형식으로 쓴 그들 사랑의 역사.김훈은 이 글을 읽고 '아 나는 언제 이런 사랑 한 번 해보나'라고 추천을 하였고,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 사랑을 내가 받았던 것 마냥 감정이입을 마음껏 하며 읽었다.

 

당신을 화장하는 곳에 나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당신의 재가 든 납골함을 받아들지 않을 겁니다.캐슬린 페리어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세상은 텅 비었고,나는 더 살지 않으려네

그러나 나는 잠에서 깨어납니다.당신의 숨소리를 살피고,손으로 당신을 쓰다듬어 봅니다.우리는 둘 다,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 하자고..

                                                                     2006년 3월 21일~6월 6일

이 구절 바로 옆장이자 마지막 장에 노부부의 사진이 있다.한참을 들여다 본다.팔십이 넘은 노부부..탱탱한 젊음은 다 빠져나가고 쪼글쪼글한 피부,탄력없는 머리결..
그러나 가식이 아니라 정말 아직도 너무나 사랑함이 느꺼지는 두분의 사진은 너무나 아릅답다.책표지의 '나 유대인이에요'라고 골격이 말해주는 젊은 고르와 미모가 돋보이는 젊은 도린의 사진에서도 그 사랑이 느껴지지만 마지막 장의 노년의 사진처럼 사람을 마구 끌어들이는 힘은 부족하다.

당신은 이제 곧 여든두 살이 됩니다.
키는 예전보다 6센티미터 줄었고,몸무게는 겨우 45킬로그램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아! 정말 나는 언제 이런 사랑 한 번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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