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들의 책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존 코널리 지음, 이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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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이던 소설이던 당대에 읽혀지고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당대의 현실을 반영한다.

그 현실이라는 것이 달콤하고 행복하기만 하면 좋으련만

참으로 세상엔 잔혹하고 슬픈 것들이 넘쳐난다.

그래서 그럴까?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동화들이

그림형제가 처음 모아서 발표했을 당시엔 

그 내용이 지금같지 않았다 하니

그 당시는 얼마나 암울했던 세상이었을까?

 

구라하시 유미코의 <어른을 위한 잔혹동화>를 읽어보면

경악을 금할 수 없는 것이..

예를 하나 들자면,

백설공주는 소아성애환자인 친아버지 밑에서

일치감치 성에 눈을 떴으며

계모가 아닌 친모에 의해 내쳐졌고

일곱 난장이 집에선 性적 재화를 제공하고 살았으며

공주를 살려 준 왕자는 실은 시체기호애자라

살아난 공주에겐 흥미를 못 느껴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못했다는...

 

말이 어른을 위한 잔혹동화이지

그림형제가 이야기를 모으러 다녔을 때 그 원전들에

그리 많이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이다.

그렇게나 잔혹했던 이야기들이

시대에 맞게 고쳐지고 고쳐져 오늘날에 이르른 것이

오늘날 알고 있는 그 동화들인 것이다.

 

잔혹동화이던 디즈니에서 말랑말랑고 뽀얗게 만든 동화이던

우리는 많은 동화를 듣고 읽고 보며 자랐다

콩쥐팥쥐, 혹부리영감,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라푼첼...

이런 동화들 한 번이라도 읽거나 듣지 못한 사람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누구나 듣고 읽었던 동화를

자신의 이야기로 변주하고

동화에 대한 제대로 된 한권의 헌사를 써낸 이..

그가 바로 이 책 <잃어버린 것들의 책>의 작가

존 코널리 일겄이고

동화에 대한 제대로 된 한권의 헌사를 꼽자면

이 책 <잃어버린 것들의 책>일 것이다.

 

동화에 대한 헌사이자

제대로 된 어른이 읽을 성장소설,

그리고 시대에 맞는 동화의 진화,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 환타지 소설..

이 모든 말을 이 책에 바칠 수 있겠다 하면

지나친 찬사일까?

 

대신 그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이 누군가 말해주기를 기다린다고.

모든 책들이 누군가 읽어주기를 바란다고.

인생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들이 전부 다 책 속에 들어 있다고.

(p438)

 

모험을 끝내고 돌아온 데이빗의 말과 행동을 빌어

작가 존 코널리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훌륭히 독자에게 전했으니

나는 늘 그렇듯 또 다시 꿈 꾼다

내게 속삭이는 이 세상 모든 책들을 읽어보리라

언젠가 이 잔혹한 현실을 나만의 동화로 엮어보리라

물론 또 언제나 그렇듯 한낱 꿈으로 스쳐 지나가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꿈 꾸는게 어디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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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클랩튼 - 음악으로 굴곡진 삶을 관통한 뮤지션의 자서전 마음산책 뮤지션 시리즈 1
에릭 클랩튼 지음, 장호연 옮김, 윤병주 감수 / 마음산책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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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음악으로 굴곡진 삶을 관통한 뮤지션의 자서전

 

중학교 시절,

조용한 주택가에 살던 그 시절,

비오는 날의 깊은 밤

빗소리와 빗물향과 아주 가끔 지나가던 자동차 소리

거기에 에릭 클랩튼 또는 스팅의 음악을 자양분 삼아

사춘기 소녀의 감수성을 마구 키우던

까맣고 조그마한 한 소녀,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었던 책읽기..

 

때마침 20여년 가까이 흐른 지금

오랜 아파트 생활을 접고

조용한 주택으로 이사온 지 얼마되지 않은데다

이 책을 읽을 즈음 부산엔 간간히 비가 오곤 했다.

빗소리를 들으며,

에릭의 음악들을 들으며 읽는 에릭 자신의 이야기...

눈물겹도록 행복한 책읽기였다

 

글이 문학적으로 훌륭하진 않다.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과

문학적으로 훌륭한 글을 쓰는 것이 확연히 다르다는 걸 느끼게 해 주는 글이지만

그의 음악을 너무나 사랑했던 시절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행복한 책읽기의 시간이었을거다

 

사생아로 태어나 조부모를 부모로 생모를 이모로 알고 살아야했던 어린시절,

심각했던 약물중독, 알콜중독,

친구 조지 해리슨의 아내, 패티 보이드를 빼앗아 결혼까지 했지만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결혼 생활,

복잡한 여자관계,

어린 아들의 죽음...

일개 한 사람만으로 놓고 본다면 그런 굴곡들이 없는 삶이 좋겠지만

뮤지션으로서 그런 굴곡들이,

그리고 그 깊은 굴곡과 나락에서 헤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 없었다면

지금 내가 사랑하는 그의 음악들이 나오기 힘들었으리라 생각이 들고

(이기적인 마음이지만)

그가 겪었던 그 모든 것들이, 그리고 그것을 다 극복한 그가 참 고맙다

 

시간이 좀 걸렸던 책읽기였다.

책의 진도에 맞추어 그의 음악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다시 듣기를 하느라..

그 시절 그의 음악을 들으며 감수성을 키우던 어린 나와 조우하느라..

그리고 걸린 시간만큼 행복한 책읽기이기도 하였다.

책이 끝나고 옮긴이의 말 끝자락에 '번역자로서 행복한 시간이었다'라고

옮긴이의 고백이 있다.

그의 음악을 들으며, 그의 글을 읽으며, 그의 글을 번역하며

많은 사람이 행복해 하다니,

에릭 클랩튼 그는 참 행복한 사람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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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가난 - 살림의 그물 11
E.F. 슈마허 지음, 골디언 밴던브뤼크 엮음, 이덕임 옮김 / 그물코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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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벌고, 조금만 소비하고..
책을 읽는 내내 그럴 수 있으리라, 그러리라 다짐했지만
책을 덮고 나서 지금 나의 모습은 부끄럽고 한심하기 그지없다.
갖고 싶은 것, 읽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것은 넘치고
그것을 위해 아둥바둥 돈을 벌어야하고...
 
한동안 이 책을 쳐다보지도 않을 듯
그건 이 책이 안 좋아서가 아니라
너무나도 많은 죄책감을 들게 하기 때문에..
 
서브프라임, 키코 사태, 펀드의 몰락, 미네르바 논쟁..
다들 개인의 탐욕에서 비롯된 그리고 그 탐욕들이 불거져서 생긴 것들이다. 정당하게 땀 흘려하는 노동이 아닌 돈으로 돈을 낳기를 원하고 돈으로 돈을 만드는 직업(쓸모 없을지도 모르는 직업)이 선망의 대상이 되고..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달려왔던 것일까?
일련의 사태들을 비난하는 나조차도 내 소소한 탐욕들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고 이런 내 모습에 죄책감이 든다.
 
조금 덜 읽어야할까? 조금 덜 눈에 넣어야 하는 걸까?
그러나 다시금 내리는 결론은 조금 더 부지런히 읽고, 조금 더 부지런히 생각해야 할 것이며, 조금 더 실천해야겠다는 것!
조금 더 내려놓음을 이야기하는 책에서 '능동적 책읽기' '능동적 숨쉬기'를 깨달은 조금은 이상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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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남자
폴 오스터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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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두 천사 다미엘과 가서엘은 얘기한다. '영원'도 좋지만 '지금'을 얘기하고 싶어.. 모든 것이 '환상'일지라도 '지금'을 이야기하고 싶어.. 그리고 또 그들은 세상의 변화된 모습에 대한 회한을 드러내는 가운데 인간들이 이야기를 잃어버렸음을 애석해한다.
10년도 전에 봤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가 자꾸 생각이 나 이곳 저곳 뒤져 DVD를 찾아 다시 본 이튿 날 이 책을 접어들게 된 것은 '책은 주인을 알아서 찾아간다'고  딱 그런 느낌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흔히들 '문학은 죽었다'고 한다. 뭐 문학만 죽었겠는가? 세상 살기 팍팍하다고 인문학, 순수 과학 이런 것들 또한 죽었고 그런 것들이 있어야 할 곳에 '실용' '실용' '실용'만이 남아 있다. 이야기가 사라져 버렸다. 88만원 세대라 일컫는 청년들의 팍팍한 삶에 이야기를 채워 치유해 주어야 할 터인데 실용서, 자기 계발서들이 이야기의 자리를 빼앗고 자신만이 최고인양 사람들을 미혹하고 있다.
 
이야기.. 그것은 환상일 수 있다. 그러나 이야기만큼 치유의 힘을 가진 것이 또 있을까? 어둠속에서 계속 환상을 이야기하고, 과거를 이야기하고, 진실을 이야기함으로써 주인공 브릭은 자신뿐 아니라 이혼한 딸, 깊은 상처를 가진 손녀의 아픔까지 이해하고 감싸안을 수 있었다. 실용서나 심리학서가 시키는대로의 수동적인 치유가 아니라 조금 돌아왔을지 모르나 어둠속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로 자신의 아픔과 꿈과 환상을 양껏 까발리고 소금을 뿌려 고통을 극대화 시키고 그러나 결국 깊은 치유의 감정을 찾을 수 있었다.
 
이야기..우리는 그것을 찾아야한다.
TV속 연애인들의 까발려지고 공중으로 흩어지고 마는 사생활 이야기.
실용서, 자기 계발서 속 타인의 성공담 이런것들이 아닌 조금은 돌아가더라도 가끔은 길을 잃더라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야할 것이다.
베를린의 두 천사가 다시 애기한다. '영원'도 좋지만 '환상'도 좋지만 '지금'을 이야기하고 싶어..그리고 그 천사의 얘기를 곱씹으며 나는 꿈꾼다. '영원'도 좋고 '환상'도 좋고 '지금'도 좋고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넘치는 세상. 어둠속에서 실용서나 자기 계발서를 읽는 젊은이보다 이야기를 하는 젊은이가 더 많은 세상. 지금보다 덜 각박한 그런 세상이 빨리 왔음..하는 그런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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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온천
요시다 슈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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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의 책은 처음이다. 솔직히 일본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특히나 국적 불문하고 단편은 몰입이 힘들어 안 좋아하면서 일본 단편 소설을 이렇게 잘 읽어내린 내가 기특한걸까? 아님 요시다 슈이치가 말랑말랑하면서 짭쪼름하게 글을 잘 쓴 걸까? 원래 요시다 슈이치가 말랑말랑 짭쪼름한 글을 쓰는 작가일까? 궁금하게 만드는 책읽기였다.
 
나라는 사람, '사랑'이란 말 참 좋아한다.
'oo아 사랑해' '책 읽는 거 사랑해' '우와 이 맛 사랑해'
어떤이는 사랑이란 말을 자주 쓰는 내게 감정과잉이라고도 하지만 '싫어해' '증오해' 이런 말을 남발하는 것보단 낫지 않는가 싶기도 하고, 또 진짜 나란 사람은 '사랑'이란 감정을 위해 사는 사람인지라 누가 뭐라해도 '사랑'이란 말, 모든 '사랑의 행위'를 사랑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더 사랑스럽게 다가왔던 것 같다.
 
10대, 20대, 30대의 각 커플들의 사랑 이야기..
대부분의 일본 소설처럼 뒤틀리고 기이한 관계들이 아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온천이란 공간에 집어 넣고 참으로 말캉하게 그러면서도 짭쪼름하게 잘도 적어냈다.(뭐든지 적당히 간이 맞아야 좋다는 Irene의 생각! 나도 말캉 짭쪼름한 해수 온천에 몸을 담그고 독후감을 쓰면 글이 잘 써질까?라는 엉뚱한 질문! 하하)
 
사람이 있는 곳에 사랑이 있고, 사랑이 시작되었다면 언젠간 균열도 겪을 것이고, 죽음이 갈라놓던 아니면 사랑이 식었든 이별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랑의 변화를 역으로 구성해 내고, 또 그 사랑의 변화를 온천이란 한정된 공간에 집어넣고 얘기해 내다니.. 옮긴이의 꿈처럼 이 소설을 들고 소설 속 그 온천에 가 느긋하게 더운 물에 몸을 감그고 다시 한 번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꿈도 꾸어보지만,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각 곳의 겨울 바다를 배경으로 이런 사랑 이야기를 직접 써 보고도 싶다는 조금은 버거운 꿈을 꾸게 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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