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권력 - 내일의 승자와 패자들
헬무트 슈미트 지음, 나누리 옮김 / 갑인공방(갑인미디어)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저자인 헬무트 슈미트는 1974년부터 1982년까지 독일 총리를 했던 인물이다. 개인적인 기억에 따른다면, 그는 2차대전 참전이후 27세에 늙다리 대학생(?)이 되어 우리로 치면 전대협의장쯤 될까? 하여간 SDS의 회장을 지냈고, 정치생활 내내 당내 이론가역할을 했기에 그 특기를 살려? 퇴임 후에도 언론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독일 정치인의 책을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 사민당 당수였던 오스카 라퐁텐의 '심장은 왼쪽에서 뛴다'를 이미 본 바 있으니깐. 그 때의 좋은 기억이 이 책을 선택하는데 적잖은 배경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헬무트 슈미트 또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저자는 자신의 길었던 정치생활과 해박한 국제문제 관련 지식으로 세계 정세를 논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논하며, 그 속에서 독일과 EU의 역할을 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말 '빛나는 것'은 저자의 해박한 국제문제 관련 지식이다. 오랜동안의 실무 경험을 통해 미국을 논하고 중국의 장래를 논하며, 그 외 러시아나 아프리카, 심지어 우리 코 앞에 있지만, 우리 대부분이 그 실정을 잘 모르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을 이야기한다. 그의 예측이 맞건 틀리건 그의 주장이나 예견의 중심에는 항상 '평화'라는 화두가 떠나지 않으며, 그의 그러한 평화에 대한 의지 때문에 시종일관 기분 좋은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보는 내내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낸 몇몇 출판물이 떠올랐는데, 그저 안타깝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지금까지 내가 읽어본 국내 정치인이 낸 출판물을 보면, 하나같이 까놓고말해 '자기 자랑'과 '우리편 비호' 그리고 '다른 편에 대한 비난'이다. 자신이 정치를 하며 추구하는 중심적 가치나 정책이 뭐 그리 내보이면 안되는건지 털끝하나라도 숨기려고 하는(아니 있기나 한건지 의문이 든다)국내 정치인들의 저서들과 비교하면, 이 책은 참 그야말로 '다른 세계'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너무도 부럽다.

ps.슈미트가 사민당 내에서 좌파에 속하는지 우파에 속하는지 알길은 없지만, 전반적으로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굉장히 호의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의외였다. 그는 '공산품은 자유롭게 수출하면서, 후진국의 농산품에는 관세장벽을 높이는'선진국의 이중성을 질타하며 자유무역협정을 옹호하고 있는데, 물론 그가 어떤 취지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 그 진정성은 이해하지만, 그러한 의견은 다소 소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그가 선진국과 후진국 문제를 거론할 때면-물론 그는 EU와 독일을 언제나 그 주체로써 서술한다-개인적으로는 언제나 우리나라의 현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데, 그럴때면 우리의 현실은 가끔은 선진국에, 가끔은 후진국에 속하건 한다. 적지않은 분량때문에 일도양단으로 구분하여 국제문제를 서술하기에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여러 입장의 지역, 혹은 국가들의 입장을 다양하게 포괄하지 못하는 단점은 있다. 하지만, 그가 '큰 그림'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여지며, 때문에 국제문제에 어느정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 그 속에서 유럽(특히나 유럽 사민주의자)의 입장이 궁금하신 분들에게는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