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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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아주 못나지 않아서 잘하는 것을 잘하고, 아주 잘나지는 않아서 못하는 것은 여전히 못한다는 그녀. 그런 그녀의 이야기.

 

학창시절 정말 공부를 못했다는 그녀는 작가가 된 이후 명문대 출신이 많은 편집자들과 만날 때 조금 신경이 쓰인다. 대화 중에 무슨 뜻인지 모르는 단어들이 나와서 나중에 집에 돌아와 사전을 찾아보기도 하고 그 자리에서 직접 무슨 뜻이냐고 묻기도 한다. 어휘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넌지시 고백(?)하면 편집자는 담담하게 대꾸한다. "그렇지만 저는 이야기를 만들지 못 하잖습니까."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에 대한 담담한 이야기가 좋다. 그녀도 누구나처럼 잘하는 것이 있고 못하는 것도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녀에게 잘하는 것은 더 잘하는 싶은 것이고 못하는 것은 이제라도 좀 잘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못하는 것을 남이 잘하는 건 솔직히 부러운데 부끄러운 건 아니다. 잘하고 싶어서 노력을 하지만 실패했다고 절망하는 일도 없다.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절망하지 않는 것. 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고, 잘하다가 못할 수도 있고, 못하다가 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잘하는 것이 있다고 그것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고, 못하는 것이 있다고 그것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 그냥 그 모든 게 나 자신이고, 앞으로의 나 자신으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이토록 당연한 말들이 그녀의 무심한 그림과 만나면 묘하게 빛이 난다. 그녀에게는 반짝이는 무언가가 있다고 한 어느 편집자의 말처럼, 그녀에게는 이상하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고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것들이 그녀를 통하면 참 어처구니없게도 가슴을 파고 든다. 몇 개의 선과 몇 마디의 이야기가 전하는 울림이 크다.

 

 

 

 

득만 보는 인생도 좀 그렇잖아, 라고 말하며 훗 웃는 그녀. 어쩌면 이렇게 간결한지. 모오든 취약점을 노오력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스스로를 가두고 사는 사람들을 보다가, 그리다 만 것 같은 그림을 느긋하게 그리고 쓰다 만 일기같은 문장들을 띄엄띄엄 늘어 놓으며 뭐 좀 사람이 질 수도 있다고,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사는 것도 좋다고 간단하게 결론 내버리는 그녀의 세상에 들어오니 숨쉬는 게 다 편해지는 것이다. 그녀에게 삶은 이토록 간명하다.

 

매사에 적당할 줄 아는 그녀를 보는 것이 행복하다. 대충 적당히 하는 적당함이 아니라 잘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못하는 것은 부족한 만큼의 한계를 인정하고 어느 선에서 멈출 줄 아는 적당함. 그녀에게 있다는 반짝이는 무언가는 바로 이 적당함에서 나오는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녀가 눈으로 보는 것, 입으로 말하는 것, 머리로 생각하는 것, 몸으로 살아가는 것, 그 모든 것이 모자라거나 넘침이 없이 딱 그만큼 적당하다. 너무 먼 곳에 머무르지도 않지만 너무 가까이 가서 다치지 않는 그녀는 더없이 현명하고, 너무 평범해 보이지 않기 위해 소소한 시도를 하지만 또 너무 특이해 보이지 않기 위해 자제하는 그녀는 얼마나 귀여운지! 스스로를 괴롭히며 극뽁!하려 하지 않고 자족하는 그녀는 아름답다. 그녀가 그런 것처럼, 사람들이 '득만 보려고 하는 마음'을 먹지 않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훨씬 살기가 좋아질텐데. 그녀의 세상에서는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조차도 간단하다.

 

그녀는 실제로 어떤 사람일까? 이 이야기가 아무리 자전적이라고 해도 백 퍼센트 솔직한 모습이라고 믿는 것은 아니다. 굳이 진실이 아닐 거라 의구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어느 정도의 여지를 둔다고 할까. 이런 모습은 이런 모습대로 받아들이되 다른 어디에선가 내 생각과 다른 모습을 보게 되더라도 그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조금쯤의 여백. 내가 아는 만큼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아는 만큼 알고 모르는 것은 모르는 대로 비워 두는 것.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 이 또한 그녀의 적당한 세상을 바라보는 한 독자의 '그녀스러운' 적당한 방식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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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6-07-12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진 갖고 싶었는데 ㅜ 리뷰 심사한 오지은님 미오..

다락방 2016-07-12 17:12   좋아요 0 | URL
아 이거 무슨 이벤트 했었어요? ㅠㅠ 히잉 ㅠㅠ 오지은님 나도 미워 ㅜㅜ

건조기후 2016-07-12 18:53   좋아요 0 | URL
ㅎㅎ 마스다 미리 캐릭터 들어간 넘나 예쁜 문진이랑 상금 주는 리뷰 이벤트였어요. 돈은 그냥 돈인데 문진은 이거 어디 가서 살 수도 없공 ㅜ 자질구레한 물건에 얼마나 집착하는 성격인데.. 슬퍼요. ㅋㅋㅋ

단발머리 2016-07-17 22:34   좋아요 0 | URL
일단 저도 오지은님 밉구요..... ㅎㅎ
그런데 저는 문진 말고 상금에.... ㅎㅎㅎ

건조기후 2016-07-17 23:06   좋아요 0 | URL
ㅎㅎㅎ 상금도 좋지만 저는 문진이 정말 탐났어요 ㅜ 넘넘 예쁘던데 어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