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쉬는 날 낮 시간에 햇빛 가득한 방에서 읽는 걸 좋아해요. 예전에는 버스나 기차, 카페같은 곳에서도 잘 읽었는데 이제는 차에서는 좀 멀미가 나서 못 읽겠고 그냥 집이 편하고 좋더라고요. 방바닥에 널부러져서 엎드렸다가 모로 누웠다가 바로 누웠다가 앉았다가 또 엎드려 읽었다가 합니다. 그러다 졸기도 하고 잠깐 책 덮고 자기도 하고 그래요. 책 펴놓고 커피도 마시고 군것질도 하고 밥때 되면 맛있는 거 만들어서 먹으며 읽기도 하고. 그렇게 하루종일 책이랑 뒹굴뒹굴. 그럴 때 좀 행복합니다.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저는 아직은 종이책이 좋습니다. 전자책은 한 두 번 보다가 말았어요. 취향에 안 맞더라고요. 기계를 손에 들고 액정화면 터치하며 읽는 것보다 종이를 만지는 촉감이 훨씬 좋아요. 책을 읽을 때는 페이지만 따로 적어두거나 귀퉁이를 접습니다. 단락이 통째로 마음에 들면 폰으로 해당 페이지를 찍어 놓고, 책을 다 읽은 후에 메모해둔 페이지들을 다시 펼쳐 기록하고 싶은 문장을 폰에 저장합니다.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저는 침대생활을 하지 않아서 침대 머리 맡은 없고 그냥 머리 맡만 있고요 ㅎ
손이 닿기 쉬운 위치의 책장 한 칸에 이런저런 책을 둡니다. 자주 들춰보는 책이랑 읽고 있는 책이랑 읽어야 할 책 등등. <명리>는 한 번 꼼꼼하게 정독을 하고 두 번을 더 정독했는데 헷갈리기도 하고 까먹기도 해서 수시로 펼쳐 봐요. 이렇게 보다가 나중에 시간이 나면 강헌 선생님이 기본적으로 읽어보라고 하신 자평진전, 궁통보감, 적천수같은 책도 읽어보려고 합니다. (과연...;)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읽으려고 따로 빼놓은 책입니다. 종종 읽으려고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을 때가 있어서. ;
또 함께 놓여있는 책은 <한국사 인물 열전> 시리즈에요. 사료와 연구논문을 바탕으로 역사적 인물의 성장과정, 활동과 업적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책입니다. 참고용으로 쓸 데가 있어서 샀는데 지금은 그냥 사극같은 거 보면서 저 사람 궁금하다 싶을 때 찾아 보고 그럽니다. ㅎ
어떤 부분은 확실하지도 않은 인물의 성격을 심리학 이론까지 가져와 추측하고 단정지어서 좀 거북하기도 하지만, 암기 위주로 지루하게 배웠던 그 역사가 결국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으로 이루어져왔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는 느낌이 좋습니다. 책 속의 글자로만 존재했던 사건과 인물들이 피부로 실감나게 와닿는 기분... 심심할 때 한 분 한 분 골라 읽어요. 재미있습니다.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보통 개인 서가에서 그렇듯 카테고리별로 갈래를 나눠 꽂아 둡니다. 문학/비문학을 나누고 문학같은 경우는 국내/국외로만 나눈 후 작가별로 정리하고, 비문학은 국내외 구분없이 대충 분야별로 두네요. 책욕심이 있어서 어지간하면 갖고 있으려는 편이긴 한데 장르소설이나 경제분야 책들은 되팔기도 합니다. 책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지만 간소하게...는 절대로 못 할 거예요. ㅎㅎㅎ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어릴 때 제일 좋아했던 건 역시 아르센 뤼팽과 셜록 홈즈였죠. 중학교 때 책상 위에다 아르센 뤼팽 이름을 화이트로 완전 공들여 써놨는데 담임선생님이 그거 보시더니 니 자신을 더 사랑하라고 ㅋㅋㅋㅋㅋ 그렇게 뤼팽을 좋아했는데 이제는 베네딕트 컴버배치 덕에 셜록 홈즈가 더 멋있습니다. ㅎㅎ
그리고, 순정만화의 영원한 고전 <캔디캔디>... 특이하게(?) 스테아를 좋아했습니다.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음 놀랄 만한 책...은 없네요. 아, 예전에 이런 책이 제 방에 있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부모님 책이었을텐데 남들이 놀라기도 전에 저 자신부터 보자마자 화들짝! 놀랐죠. 와, 진짜진짜 너무너무 놀랐습니다. ㅡ,ㅡ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조정래 선생님을 꼭 한 번 뵙고 싶어요. 저 대하소설 집필을 위해 중국 동남아 일본으로 참 많이 다니시면서 수집한 자료도 정말 어마어마할텐데.. 그 중에는 소설에 담지 못한 이야기도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쓰고 싶었는데 차마 쓰지 못했거나 흐름상 제외했던 부분이 있다면 어떤 이야기인지 그런 후일담같은 것도 궁금하고 자료를 찾고 탐방하시면서 겪으셨던 경험담도 듣고 싶고 그러네요. 오래 전 일이지만 생생하게 말씀해주실 것 같아요.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읽을 수 있을까? 늘 생각합니다. 모든 진실이 밝혀진 이후에는 읽을 수 있을까, 그 때는 더 못 읽게 될까, 늘 읽어야겠다 생각하지만 손으로 잡기도 힘들고 들춰보기도 힘들고 그냥 바라보는 것도 힘든 책들입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펼치면 첫 번째로 건우 어머니 이야기가 나와요. 읽는데, 겨우 한 페이지 넘겼는데, 우리 건우 내 아들, 하시는 순간 눈물이 폭발했습니다. 말 그대로 폭발이요. 어떤 심정일지 가늠도 안 되는데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져서 그 뒤로 도저히 못 넘어가겠더라고요. 멈췄어요. 저의 세월호는 우리 건우 내 아들 이 한 마디 앞에 멈춰있습니다.
지난 2년이 얼마나 말도 안 되게 억울하고 서럽고 비참하고 피눈물 나는 2년이었는지를 지켜봤기에 시간이 흘렀다고 잊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아요. 잊으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잊으라고 말하기 위해 잊지 못할 겁니다. 아무도 잊지 못할 거예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또렷해질 뿐입니다. 전국민이 지켜봤던 그 장면. 배가 서서히 가라앉던 그 광경... 충분히 구할 수 있었던 생명들 앞에서 그토록 무용하게 흘려보낸 시간의 진상이 완전히 밝혀질 날에, 저의 세월호는 멈췄던 자리에서 다시 나갈 수 있을까요.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자기결정>이요. 엄청 얇아서 금방 읽을 줄 알았는데 번역된 문장이 눈에 잘 안 들어와서 덮었다가 다시 못 읽고 있네요. 무슨 말을 하는 지도 알겠고 공감도 되는데 문장이 서걱서걱하니까 쭉쭉 이어지는 맛이 없어서 읽기 싫어지더라고요.
사실 이런 책은 내용도 어느 정도 예상이 돼서 기대감도 크지 않고, 그래서 평소에는 이런 류의 책을 잘 읽지도 않는데 어쩌다 마음이 동해 주문을 했건만 역시 잘 안 맞았나 봅니다.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 자기결정을 지나치게 하고 살아서 역효과가 난 인생이라 굳이 읽을 필요도 없었는데.. 괜히 읽어서 기분만 안 좋아졌어요. ;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아무도 없는 섬에 혼자 있으면 무서워서 책도 눈에 잘 안 들어올 거 같네요. ㅋ 어렸을 때 좋아했던 저 <캔디캔디> 정도?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울고 웃으면서 푸른 들을 달려보고 푸른 하늘 바라보며 노래도 하면서 잘 살 수 있지 있을까요?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