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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간 자기 전에 항상 팟캐스트를 들었다. 그 중에서도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무지 열심히 들었는데, 나중에 딱히 듣고 싶은 게 없을 때는 들었던 걸 또 듣고 또 듣고 그랬다. 타이머 설정을 안 하고 잠들 때가 많았는데 자다가 깨면 막 귓가에서 세 아저씨들이 목청을 높이고 있고 ㅋㅋㅋ 그 목소리들도 익숙해지니까 잠결에 듣는 것도 좋아지더라. 이런 ㅋ
어제 업로드된 100회차를 마지막으로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끝이 났다. 처음엔 정의당 홍보방송으로 시작했는데 어느 새 각 정당을 아우르는 정치평론방송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재미있었고, 정보를 얻는 차원에서든 의견을 듣는 입장에서든 청취자들에게 매우 유익했다. 우리가 내막을 잘 모르고 읽는 단순한 기사들이 실은 얼마나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그리고 있는 것인지를 소위 선수들의 썰로 듣고 있자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던 거 같다.
막방이니 당에 대한 불만도 좀 얘기하자고 했는데, 결론은 언제나 문제인 대중정당으로서의 고민이었다. 미스터리긴 하지. ;; 나도 잘 모르겠다. 이번 총선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적당한 정당만 있으면 제3의 세력에게라도 표를 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째서 정의당은 지금까지 그 마음을 제대로 받아내질 못했는지. 정말 정의당 정도의 노선도 너무 좌익이라서 국민들이 빨갱이당 지지하는 것 같아 못 하는 걸까. 아니면 매번 하는 얘기처럼 소수정당에 관심없는 언론때문에 인지도가 너무 낮아서 그러는 걸까. 역사적 경험탓에 대체로 보수적인 성향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이해는 되지만 시대흐름과 변화를 담대하게 받아들이면 결국엔 본인들에게도 이득이 될텐데... 나는 당원도 아니면서 이런 생각하면 갑갑하다.
어쨌든 방송은 끝이 났고, 그들은 수많은 정치적 논란으로 방송소재를 만들어준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이제 노회찬은 20대 국회의원이 되었고, 유시민은 출판사와 계약으로 유럽 역사여행을 간다고 했고, 진중권은 대학교 수업도 하나 더 늘고 책도 써야해서 더 바빠질 거 같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토록 시간이 금인 분들이 무상으로 노동과 지식을 제공한 2년이었다. 출연자들에게는 돈 안 되는 방송이었지만 말했듯이 시간이 금인 분들이어서 그 시간을 나눠받는 청취자들도 금을 얻은 거 같다. 많이 즐거웠고 많이 배웠다. 감사합니다, 노유진. so long...
이 즈음에 이 책을 읽었다. 뜬금없는 글쓰기 특강 ㅎㅎ 유시민의 책은 웬만하면 읽으려고 하는 나지만, 글쓰기 특강같은 책까지 굳이 사서 봐야할까 싶던 와중에 머그컵 준대서 홀랑 주문했던 책. 그러고보니 책을 산 것도 꽤 오래 전이구나. 컵 때문에 산 거지만 또 들였으니 읽긴 해야겠어서 약간 억지로 시작했는데, 금세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기본적으로 글을 재미있고 읽기 쉽게 쓰고 뜬구름잡는 소리가 아닌 합리적 의견, 객관적인 근거로 다양한 지식과 정보까지 맛있게 섞어서 쓰는 분이라 '굳이 이런 책까지' 싶은 책마저도 읽는 보람이 있다. 글쓰기에 관심이 많고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에게 당연히 지침이 될뿐더러, 직업적인 글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도 블로그, SNS 등등 일상적으로 문장을 쓸 일이 많은 상황에서 좀 더 논리적이고 간결하게 글을 쓸 수 있다면 내 의사표현이 보다 정확해지고 소통도 원활해질 수 있으니 나름의 효용이 있을 것이다. 추천하는 책들도 메모해뒀다가 읽어보면 좋겠고. 근데 이런 목록같은 거 볼 때마다 느끼지만 여전히 안 읽은 책이 참 많기도 하다...
유시민이 욕을 많이 먹긴 해도, 또 왜 욕을 먹는지 알아도, 그의 삶의 이력을 쭉 떠올리면 사람이 멋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참 멋이 있다, 사람이. 현실주의자같으면서도 이상을 꿈꾸는 몽상가 기질이 다분하고, 기회주의적이라고 하기엔 잃지 않는 원리원칙이 있다. 최근에도 방송 들으면서 조금 놀랐는데, 평소 성향을 보면 야권의 승리 혹은 발전을 위해 어느 선까지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인데, 이번에 박영선이 단독으로 공천된 지역구에 천호선을 (표적)공천하자는 이야기가 나오자(실제 여론조사에서 천호선이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고) 전직 당대표를 그런 식으로 자객으로 내보내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현재 당적은 아니지만 더민주를 잘 알고 더민주의 앞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인사로서 빼고 갈 사람은 빼기 위해 그런 전략을 충분히 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의외였다. 독야청청 입바른 소리만 따박따박 늘어놓는 것 같아도 언제나 직접 행동하고 노력했던 삶 역시 존경스럽다. 열린우리당이 한심하게 실패하고 난 이후에도 정당을 만들어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멈추지 않았고 친노 중의 친노 중의 친노로 대구에 출마해 강고한 지역주의 진앙지를 깨보려 노력도 했었다. 이런 모든 신념과 도전이 그의 대중적 인기에 비해 혹은 바로 그 대중적 인기 때문에 정당한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는 거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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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필이 새겨진 컵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커피나 음료랑은 어울리지가 않아서 책상 위에 두고 연필꽂이로 쓰고 있는데,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하루 한 문장이라는 문구도, 유시민이라는 이름 석자도. 짧은 글인데도 괜히 부지런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만들고, 이 사람처럼 끊임없이 읽고 쓰며 노력하는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한다. 근데 보니까 하루 한 문장! 옆에 있는 마션컵의 문장이 완전 ㅈ됐다 구나. 하루 한 ㅈ돼라도 아니고, 물론 하루 한 ㅈ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암튼 컵 두 개를 붙여 놓으려면 손잡이 때문에 ㅈ문장이 적힌 쪽이 뒤로 가야해서 몰랐는데, 방금 문득 깨달았다.
뉴스를 보고 있는데 진주시 수국면이라는 곳에서 사전투표 중 비례투표용지가 177장 모두 새누리당을 찍은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해명하기를, 바로 옆에 있는 다른 면에서 투표한 용지와 섞여있던 것을 분류하는 과정에 착오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한다. 투표함을 통째로 바꿔치기 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3명씩 조를 짜서 서로 감시하면서 투표하게 했던 것도. 참 생각할수록 어이없고 웃긴다. 셋이서 나란히나란히 표 찍고 ㅋㅋㅋ 에휴... 아무리 존경하는 국가원수라도 부정선거까지 존경하지는 말지... 사리분별없는 집단들.
수국면 하니까 수국이가 생각난다. 조정래의 <아리랑>에 나오는 미모의 독립투사... 그 시절 대다수의 여자들은 결국 <아리랑>의 그녀들과 같았을까. 수국이 엄마처럼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깡마른 가슴팍에 삭이고 살거나, 수국이 언니 보름이처럼 이 남자 저 남자에게 의탁하지 않으면 안 되는 팔자로 살거나, 수국이처럼 자연스럽게 독립운동을 하거나... 아니면 또 자기도 모르게 일본군의 노예로 살고 있거나. 그 시절 이런 삶을 살지 않았다면 그건 그가 정상적으로 살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 자들의 후손이 지금까지도 정상적으로 살고 있지 않으면서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이 이 나라 최대의 해악이고... 사라져야할 집단들.
그 대표적인 집단 중의 하나가 바로 요 며칠 핫한 전경련 아닌가. 어버이연합 지원이라니 하는 짓거리가 딱 친일파의 후예들답다. 치졸하게 이간질하고 돈푼 풀어 용역 동원하는 일제 부역자들의 특장기를 훌륭하게 이어받은 모범 자손들. 기득권들을 왜 꼭 친일파로 매도하느냐며 이런 말하는 사람들 참 한심하다고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니가 지금 그런 소리를 하는 것 자체가 세상이 잘못됐다는 걸 증명하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어차피 받아들이지 못 하고 괜히 싸움만 될까봐 웃고 말았다. 저런 말에 그냥 웃어야 하는 이런 마션컵 문장같은 세상이 아주 혁명적으로 바뀌진 않겠지만 최소한 저 말이 얼마나 어리석고 무지한 것인지를 대다수가 인식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제발 꿈이다...
* 수국면이 아니라 수곡면이었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