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상 3인조, 나이트 가다>

 

 

난 고2 때 처음으로 나이트를 가 봤다.

당시 강남역에 ‘유니콘’이라는 데가 최고였다.

(여기서 ‘최고’라 함은 물이 가장 좋다라는 말이다. 또 여기서 ‘물이 좋다’라 함은 스타일 좋은 남녀들로 들끓고 부킹이 잘 되는 그런 곳을 말한다. 굳이 이런 얘기까지 안 해도 될 것 같지만 그냥…)

 

한껏 어른스럽게 꾸미고, 적지 않은 돈을 가지고, 기대에 부풀어 줄을 섰다.

(정말이다. 이 곳은 업소 개장이 6시인가 했는데 거의 5시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언뜻 보기에 30% 정도는 고등학생인 것 같았다.

 

6시가 되자 문이 열리고 지배인(기도)이 줄 선 손님들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어려 보이는 몇 명은 주민등록증이 없다고 ‘뺀찌’를 먹고는 애걸복걸하기도 했다.

우리도 어려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코모도 같은 브랜드의 어깨에 뽕 달린 잠바 같은 걸 입고, 머리도 무스를 잔뜩 발라 넘겼다.

 

우리도 가슴 졸이며 순서를 기다렸다.

거의 1/3 정도가 ‘뺀지’를 먹었다. 떨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우리 차례가 되어서 지배인이 신분증을 요구했을 때

우리 중에 누군가가 “우리 형진(가명.21세)이 형 동생들이에요.”

 

 

당당하게 정문을 통과했다.

인맥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허접한 글 속에서도 반드시 교훈을 이야기하는 게 내 글의 특징 중 하나이다.ㅎㅎ)

 

 

여기도 선남선녀가 가득했다.

(오해 마시라. 내가 얘기하는 ‘선남선녀’는 일반적인 기준과는 다소 의미가 다르다.)

서울에 있는 늘씬하고 이쁜 여자들은 다 여기에 모인 것 같았다.

(나중에 이런 느낌은 고급 룸 살롱에서 다시금 느끼게 된다.ㅎㅎ)

 

처음으로 들어간 나이트클럽은 딴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를 이런 파라다이스로 안내한 친구는 몇 번 와 본 애였다.

처음으로 들어간 나머지 둘은 굉장히 흥분되어 있었다.

 

기본을 시켰다.

그 당시 기본은 만원대였다. 아마도 15,000원 정도?

맥주 4병에 과일 하나 그런 식.

대학교 때는 절대로 기본 안 시켰다. 쪽팔리니까…

 

(부킹.

- 정말 그리운 단어다.

부킹의 세계를 떠난 지 어언 7-8년.

7-8년 동안은 돈이 없어서, 바빠서, 여자친구가 못 가게 해서, 이미 경쟁력을 상실해서 부킹의 세계를 명퇴할 수 밖에 없었다.)

 

부킹은 웨이터의 능력이 절대적이다.

능력이 떨어지면 무대뽀 정신이라도 있어서 많은 여자들의 손목을 잡고 데리고 와야 한다.

처음으로 웨이터의 손을 잡고 우리 좌석에 앉게 된 여자에게 우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추측컨대 우리보다 나이가 많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좌석에 끌려온 여자를 포함해서 이 업소의 절반 정도는 고등학생이었다.)

 

처음으로 나간 스테이지에서의 어색한 춤.

왠지 딸리는 것 같은 외모.

자신감 상실.

거기서 우연히 만난 고등학교 동창.(서로 손가락질 하며 “너, 너.” 그러면서 도망 갔다..)

몇 번인가 한 부킹에서 전부 다 5분을 넘기지도 못 하고 여자들은 자리를 떴고, 부르스는 커녕 술만 상납했다.

 

몇 시간 만에 나이트를 나와서, 그래도 새로운 곳을 다녀온 설레임에 버스 타고 각자 집으로 갔다.

귀 속엔 쿵쾅 거리는 나이트 음악이 계속 들렸다.

그리고 결심했다.

‘빨리 대학교 들어가서 제대로 놀아야지.’

 

 

항상 얘기하듯이 소원은 이루어진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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