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4월이 되면서 날씨가 참 좋다.
일하다 말고 ‘강이 보이는 카페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다.
제일 하고 싶은 건
카페 유리창 너머로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안락한 소파에 편안하게 앉아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나 여행기를 읽는 것이다.
아이스 카페라떼로 입 안을 촉촉히 적시며
던힐 한 개피를 입에 물고
듀퐁 라이터로 불을 붙힌다.
팅-
난 이 라이터 소리가 참 좋다.
시원한 카페라떼와 함께 하는 담배 맛도 참 좋다.
양수리 ‘왈츠와 닥터만’ 같은 곳이라면 참 좋겠다.
(지금은 실내가 금연으로 바뀌었지만…)
야외 테라스도 좋겠다.
흐르는 강물을 보면서 시원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어째 어디서 많이들 보는 구절들이다.
아쉽다. 왜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이 이미 영화제목에 있고, 소설제목에 있는지…)
야외 테라스에서
스타일 좋고 선글라스가 잘 어울리는 여자와 함께
와플을 먹으면서,
같이 담배도 피면서
마주 보고 앉아 있는 것도 참 좋겠다.
잠시 돈 생각도,
부자 생각도 잊고
상대방과의 대화에 열중하는 것도 참 좋겠다.
그리고 대화 내용도 사소하지만 유쾌했으면 좋겠다.
잠시 은밀한 혼자만의 생각에 약간의 죄책감도 느낀다면 즐거울 것 같다.
지나 다니다가 본 ‘발렌타인’에 이 여자와 같이 갔으면 좋겠다.
이 여자를 유혹하고 싶다.
조금만 내가 더 뻔뻔스럽다면, 조금만 더 용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안타깝다.
지금은 몇 년 전의 내가 아니다.
오랜만에 입고 나온 반바지가 나를 시원하게 해 준다.
다리에 햇살이 닿으면서 따뜻해 온다.
적당히 그을려진 다리는 멋있다.
야외로 나온 설레임과
흐르는 강물과
따가운 햇살과
시원한 카페라떼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과
담배 한 모금과
두근거리게 만드는 여자와
한가로운 시간이
내게 있었으면 좋겠다.
바람의 노래를 듣고 싶다.
간혹 아무 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다.
그럴 때 가끔 떠오르는 이미지다.
다 경험담 아니냐고?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