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젊은 날, 스무 살의 기억>

 

 

(초반부에 나오는 신변잡기에 관한 글이 지겨우시다면 건너 뛰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이런 내용들은 도대체 어떤 방에 실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운영자님 추천해 주세요. 쓰라고 하는 방에 쓰겠습니다. '행복한부자 살며사랑하며'에 올려야 하나?)

 

나는 소주를 잘 마시지 못 한다.

최근엔 소주 도수가 21도로 내려가면서 조금 순하게 내려가지만, 예전엔 소주 특유의 냄새가 싫었다. 물론 잘 넘어가는 날도 종종 있었지만 대부분이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내가 90학번이니까 1990년도에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맞은 편에 ‘매화’라는 로바다야끼가 있었다. 아마 부산에서 시작된 업종이라 서울 강남에서는 거의 최초로 생긴 걸로 안다.

(그 이후에 갤러리아 인근에 ‘아랑’이니 뭐니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매화’에서 처음 맛 본 레몬소주.

참 맛있었다. 거기는 실제로 레몬즙을 짜서 소주와 함께 사기로 된 주전자에 담겨져 나왔다.

그리고 탁자 밑으로 다리를 넣을 수 있었다. (기억하라. 1990년이다.)

그 땐 그게 굉장히 신기한 거였다.

 

주변엔 부티 나는 선남선녀들(?)로 가득했다.

어딘가엔 항상 앞서가는 그들만의 문화가 있는 것이다. (앞서간다는 표현이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그 당시 로바다야끼, 가라오케(젊은 층 대상), 호텔 나이트클럽(강남역과는 차별화되는 양주만 나오는…), 고급카페, 양수리 드라이브 등이 그들만의 아이콘이었다.

 

레몬소주는 소주 맛이 나지 않고, 달콤하고 잘 넘어 간다.

여자도 잘 넘어 간다. ㅎㅎ

예전엔 칵테일이 최고의 유혹 음료였지만 이 때부터 레몬소주로 트렌드가 넘어가는 시기였다. 그 이후 매취순 같은 술도 비슷한 맥락이다.

칵테일이 대부분 술을 잘 못 마시는 여자에게 권하는 술로 알고 있지만, 술을 잘 마시는 여자에게도 의외로 상당한 효과가 있다.

알만한 분들은 아실 겁니다.

칵테일로 여성을 유혹하려면 사실 비싸게 먹힌다. 그리고 소기의 효과를 보려면 자꾸 시켜야 한다. 레몬소주는 1병에 많은 잔이 나오니 경제적이었다.

신기함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그렇게 밤은 깊어 가고 다들 기분은 점점 좋아진다.

앞에 앉은 여자는 나에 대한 경계심을 점점 잃어 간다.

기회다. 기회가 왔을 때는 절대로 망설이지 마라.

(혹시라도 은근한 제의가 수포로 돌아갔을 때 다음날 술에 취해서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뻔뻔스럽게 우기며, 다시 계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라. 쪽 팔렸다고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그래서 나도 소주를 못 마신다.

레몬소주나 맥주를 주로 마셨고, 학교 앞 식당에서 과나 동아리에서 술 마실 땐 도망가 버렸다. 사발에 막걸리나 소주를 섞고, 또 쓸데없는 불순물을 집어넣는데 난 견딜 수가 없었다.

선배들도 나를 어쩌지 못 했다. 누군가는 나 보고 싸가지가 없다, 고 했다.

남들이 나보고 ‘부르주아’라고 했다.

하긴 그 땐 차도 가지고 다녔다.

경영학과 한 학년에 150명인데 차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당시의 차는 스텔라 아펙스였다. (아마도 87년형.)

 

다시 로바다야끼 ‘매화’.

처음으로 이런 장소를 찾은 사람들은 당황하기 마련이다.

한껏 멋을 내고 당당하게 들어왔지만,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은 처음이고, 메뉴도 당황스러워 주문하기도 쉽지 않고…

나는 새로 생긴 장소를 처음 올 때 항상 남자끼리 사전답사를 온다.

이것저것 물어도 보고 예산계획도 세운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주문법. (아마도 그 당시 배우던 경영학을 이런 데에 적용시켰나 보다.)

여자랑 같이 와서 쪽 팔리기는 싫었다. 지금은 처음 가도 여유 있게 물어볼 거 다 물어 보고 주문하지만, 그 당시에는 다 알아야 했다.

같이 가게 되는 여자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때는 그게 멋진 모습인 줄 알았다.

그리고 여자도 그걸 멋있게 생각했다, 고 지금도 믿고 있다.

 

혹시 이해할 수 있으신가요?

주절주절 쓸데없는 얘기를 많이 썼네요.

20대 초반 이야기를 쓰려다 보니 너무 길게 썼습니다.

20대 초반에는 그다지 절망적으로 살지 않았죠? ㅎㅎ

 

한 사람의 가치관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구에서 태어나서 중학교 1학년 때 서울로 전학 와서 많은 게 변했습니다.

주로 강남에서만 살다 보니 생각하는 것도 타 지역 사람들과는 틀리더군요.

그리고 개인주의적인 경향도 강해지더군요. 물론 20대 후반에 사는 게 힘들어서 사람들을 피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도 일부 원인이 됩니다.

이기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거지만 조금씩 성장해 나가면서(어느 정도 이상의 돈을 벌 때면) 저는 자신에게 보상을 해 줍니다.

앞서 이야기한 브랜드의 상품들도 제게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합니다.

어떤 이에게는 과소비이고, 주제도 모르는 사치일 수도 있겠지만 제 경우는 달랐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맺힌 것도 많았겠지요.

 

아무 것도 가질 수 없었던 시간들, 친구들도 내 스스로 피하던 시간들, 여자들이 울면서 떠나던 시간들, 부모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찼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단지 남들에게 뭔가 보여주려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내 스스로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봐라. 이제 너도 할 수 있잖아. 이제 너도 해 낼 수 있잖아.

너 대단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어.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어.

 

요즘은 브랜드 제품 구입 안 합니다.

사고 싶은 걸 다 사서(ㅎㅎ) 별로

(사실 산 건 별로 없어요.)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거.

5년이나 10년 뒤에 또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면 제냐 양복을 살 겁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

얼마 정도 하는 줄 아시죠?

(작년에 1/3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놓쳤어요.)

드림리스트에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영업 업무는 참 힘이 듭니다.

초기에는 별 것도 아닌 놈들에게 무시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남의 돈 받는 게 쉬운 게 아닙니다.

아쉬운 소리도 많이 하고, 눈치도 많이 봐야 합니다.

물론 항상 당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척, 대범한 척 행동하지만 속은 결코 편하지 않습니다.

(남들은 저를 보고는 성격 서글서글하다, 낙천적이다, 영업 잘 하겠다, 돈 많을 것 같다, 인상 좋다, 사람 만나는 거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여자 많앗을 것 같다, 라고들 하지만 글쎄요. 사실은 잘 모르겠어요. 아직도)

 

<세일즈왕의 365일>이라는 책을 보면 미국 최고의 부동산 세일즈맨(랠프 로버츠인가? 저자입니다.)이 나오는데 그 사람이 그렇게 하더군요.

다소 어이없는 발상이긴 하지만, 예를 들면 간절히 원했던 고급 자동차를 사 버립니다. 그리고 그 할부금을 내기 위해 무섭게, 죽도록 일합니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할부금을 일시불로 다 갚아 버립니다.

이른바 동기 부여와 자기 보상입니다.

어째 이해가 되십니까?

(단편적으로 이것 한 가지만 얘기해서 위의 저자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게 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절판으로 알고 있는데 인터넷 교보문고에는 구매가 가능한 걸로 뜨더군요. 구매가 가능하다면 조만간 이 책을 1-2권 더 살까 생각 중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부자가 되고 싶은 방식은 이렇습니다.

 

1.       영업을 하니까, 회사를 운영하니까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극대화하고

2.       아낄 수 있는 건 최대한 아끼고, 꼭 써야 할 곳에는 쓰고

3.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안고 투자하고

4.       고정적인 수입이 계속 생길 수 있는 투자처를 만들고

5.       그 사이에 약간의 여유로움은 느껴 가며 살고 싶습니다.

 

늙기 전에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도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일, 남의 이목 때문에 하지 못 하는 일도 많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계속>

 

(이런 내용 다음에 계속 써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욕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은데 하지만 가끔 이런 글도 한 번씩 보고 황당해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한 번 올려 봅니다. 비판이 많으면 안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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