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적이었던 20대에 난 풍요로운 삶을 꿈꿨다.>

 

 

20대 중,후반이 내겐 제일 힘겨운 시절이었다.

 

가정 불화, 무책임한 부모, 카드빚, 6개월 이상 밀린 집세…

그 중에서도 카드빚은 가족의 생계비와 아버지의 허세(접대를 한다는 명분으로 룸살롱에서 그 당시 4-500만원을 썼다. 지금도 하루 밤에 그 정도면 최고급이다.)로 천만원이 넘었었다.

그 때가 1996년이었다.

 

신용불량자가 되고, 각종 독촉에 시달리면서 그 빚을 혼자 다 갚는데 2년이 넘게 걸렸다.

연봉이 1,500만원이 안 되는 시절이었다.

연체이자는 정말로 높았었다.(아마도 30-40%대가 아니었나 싶다.)

갚고 또 갚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 그런 시기였다.

 

 

그 당시 유일한 낙은 여자였다.

혼자 살면서 여자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부담스러워서 어린 여자는 안 만나고, 동갑이나 연상이 대부분이었다.

어떨 때는 여자 얼굴도 별로 안 따졌다.

하루는 친구가 너 많이 변했다, 고 했다.

창피했지만 취향이 변했다, 고 대꾸했다.

 

26살인가 나이트클럽 지배인을 ‘투잡’으로 했다. 회사를 다닐 때였으니까 당시엔 아르바이트라는 용어가 맞겠다.

8개월 정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봐도 적성에 맞았다.

‘물’ 관리하면서 내가 초대하거나, 출중한 스타일의 여자들 테이블 2군데에 무료 싸인을 해 주는 권한이 있었다.

웨이터들도 ‘지명손님’과 ‘순번손님’을 신경 써 달라고 내게 스타일 좋은 여자들을 소개해 줬다.

당시엔 ‘철이와 미애’가 인기가 있었다. 우리 클럽에도 직접 섭외해서 출연시켰다.

‘줄리아나’가 막 생기기 전이었다.

사람들이 그 때는 샤프하게 생겼다고 했다.

여자들도 날 보고 미키루크 같다고 했다. 외모나 분위기가...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다. T_T

 

 

나의 20대 중반은 그렇게 지나갔다.

나의 ‘없음’을 알고 여자들은 다들 어쩔 수 없다며 떠나갔다.

나도 뭘 해야 하는지, 앞이 보이지 않았다.

월급쟁이 말고는 할 게 없었다.

대안이 없으니 누군가의 밑에 들어가 시키는 일을 남들보다 잘 해서 많은 돈을 받기를 원할 수 밖에 없었다.

1999년 가을까지는 앞이 보이지 않았다.

 

회사 다니면서 뭔가 하나씩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을 기억하고 모으기 시작했다.

경향신문 매거진X라는 코너에 멋진 섬 전경이 한 면을 다 차지하게 나왔다.

‘몰디브’라고 했다.

그 당시엔 처음 듣는 섬 이름이었다.

그리고 ‘클럽 메드’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때 결심했다.

반드시 클럽 메드로 몰디브를 가겠다고.

 

(2002년에 클럽 메드로 몰디브 대신 빈탄을 다녀 왔다.)

 

 

누군가가 세계적인 보석 브랜드가 ‘티파니’라고 했다.

자신의 딸이 미국 티파니의 보석 디자이너라면서, 미국이나 유럽의 모든 여자들의 꿈은

그 하늘색 비스무리한 티파니 쇼핑백에 담긴 보석상자를 선물 받아 열어 보는 거라고 했다.

티파니라는 말을 오드리 헵번 이후로 처음 들었다.

티파니를 ‘내 여자’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98년도인가 당시 여자친구를 데리고 갤러리아 명품관의 티파니 매장에 갔다가 얼굴만 붉히고 왔다.

욕도 많이 먹었다. 그리고 지금은 헤어졌다.

 

(2002년도에 아주 고가품은 아니지만 티파니에서 각각 200만원대의 커플 링을 했다. 2003년도엔 팔찌를 사 줬다.)

 

 

너무 물질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도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곳에는 10원도 쓰는 걸 아깝게 생각한다.

지금 이 이야기는 사람에 따라 간절히 원하는, 어떤 유형이나 무형의 물건은 차이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쓰고 있다.

 

사치라는, 허세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

이 정도는 나에게 보상해 주고 싶어, 라는 생각이 들 때.

그 때부터는 이런 물질적인 것들이 더 이상 사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아, 관점에 따라 비판도 많이 받을 수 있는 내용이란 거 안다.

알뜰살뜰하게 사는 사람들의 시각에서는 정신 나간 일이라고 생각해도 할 말은 없다.

그냥... 내 생각이다.

이것은 내가 생각하는 여유로움의 일부분이다.

사람마다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서로 틀리다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분수에 넘치는 자동차는 허세라고 생각한다.

내 기준은 자신의 자산의 5-10%를 초과하는 가격대의 자동차를 모는 것은 허세다.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자동차는 정말 자신이 원하는 걸 타고 싶다고 간절히 원한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싼 차는 유지비도 많이 든다. 다른 것들하고 틀려서 계속 돈을 잡아 먹는다. 드래곤인가 하는 유명한 양반이 ‘돈 먹는 하마’라는 단어를 썼는데 꼭 맞는 말인 것 같다.)

 

나는 지금 듀퐁 만년필과 라이터, 몽블랑 볼펜을 가지고 있다.

듀퐁 라이터를 사면서는 욕도 많이 먹었다.

300원이면 사는 라이터를 거의 80만원을 주고 사니 누군들 이해 못 하는 것도 당연하다.

나는 라이터를 열 때 그 ‘팅-’ 거리는 소리가 좋다.

비싼 라이터는 유지비도 많이 든다. 라이터 가스 1번 넣는데 6,000원 든다.

조그만 통 1개로 1번 넣는데 이제까지 4번 넣고 안 넣는다.

 

개인서재를 가지고 싶었다.

원하는 스타일을 드로잉해서 주문 제작하는 서재.

지금 내 방엔 중간 받침대가 유리로 되어있고, 위에 할로겐 램프도 달린 멋진 책장이 있다.

한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난 한 달에 책을 20만원어치 이상 산다.

저번 달엔 37만원어치를 샀었다. (카드내역 보고 계산해 봤다.)

나도 놀랐다.

 

 

<다음에 계속…>

 

 

죄송합니다.

내일 민방위소집이라서 일찍 일어나야 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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