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플라시보 > 몸짱

얼짱 (얼굴이 잘생긴 인간들)에 이어 요즘에는 몸짱 (몸매가 죽이는 인간들)이 유행이다. 가슴 성형수술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 여가수와 최근 영화에서 이소룡 흉내를 내느라 웃통을 벗은 모 남자배우가 연예인 중에서는 최고의 몸짱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몸짱 열풍은 연예인들 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얼짱들이 대부분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이었던 것 처럼 (얼짱이란 타이틀로 인해 결국에는 다들 연예계로 입문했지만) 몸짱 역시 일반인들 사이에도 태풍의 눈으로 떠 올랐다. 즉 이제는 얼굴만 이쁘고 잘생겨서는 해결이 안되고 몸매 또한 근사해야 먹혀들어가는 시대가 온 것이다.

사실 나처럼 착한 몸매 (별로 볼륨감 없는 몸매를 착한 몸매라고들 한다. 핑클의 성유리나 이진이 대표적인 착한 몸매이다. 어떻게 보면 다소 궁핍해 보이는 몸매)를 가진 사람은 몸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거의 관심이 없다. 디룩디룩 살만 붙지 않으면 만고 땡인 나로서는 과감한 노출이랄지 몸매의 라인을 드러내는 옷 같은건 입어 본 적도 없다. 목선이 조금만 파여 있어도 하루종일 신경이 쓰이고 치마보다는 바지를 선호하며 바지도 라인이 드러나는 타이트한 것 보다는 다소 크고 편한 스타일을 즐겨 입는다.

얼짱 같은 경우는 물론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노력이라고 해 봐야 성형수술 정도가 다 일 것이다. 그리고 눈,코 성형의 경우는 일반인들도 많이 하고 있고 턱 과 치아 교정술까지 받으면 어느정도는 자신의 본래 얼굴보다 많이 달라진 얼굴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몸짱의 경우에는 수술로만 어떻게 해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팔 다리가 짧다고 쳤을때 가슴만 부풀린다고 해서 멋진 몸매가 만들어지지 않으며 무조건 지방을 뺀다고 해서 좋은 몸매가 탄생하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몸짱의 경우는 타고난 것도 어느정도는 있어야 하며 성형수술의 힘 보다는 운동이나 관리등이 더 효과를 보는 것이다. 얼짱은 한 몇 개월 맘잡고 뜯어 고치면 가능하지만 몸짱은 뜯어 고치는 것이 힘들다.(방법이 없는건 아니지만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내 친구 중에서 키도 크고 팔 다리도 시원하게 뻣어 있어서 몸짱인 친구가 있다. 그녀의 노력을 예로 들어 보자면 육식을 무척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거의 채식위주로 식사를 하고 의자에 앉을때도 다리를 꼬거나 삐딱하게 앉지 않고 항상 등을 펴고 바르게 앉는다. 거기다 엉덩이가 처질까봐 언제나 푹신한 방석을 가지고 다니면서 깔고 앉고 하루에 한 두 시간은 헬스클럽과 수영장에서 운동을 한다. 거기다 TV를 볼때도 가만히 앉아있지 않고 끊임없이 스트레이칭을 하면서 본다. 최근에는 요가까지 배워서 몸의 유연성을 기르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 친구는 자가용이 있지만 아주 먼 거리가 아니면 무조건 걸어서 다니고 이틀에 한번은 아침 조깅을 한다. 집에는 홈쇼핑에서 파는 모든 운동기구들이 다 갖추어져 있어서 혹시나 헬스클럽을 가지 못하는 날이 있더라도 (마술에 걸렸달지 날씨가 지랄같달지) 집에서 충분하게 운동을 할 수 있다. 물론 그 친구는 몸이 어느정도 타고 났고 다소 볼륨감이 없었던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가슴과 힙에 현대의학의 힘을 빌리기는 했다. 하지만 그 친구가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실로 눈물겹다. 배꼽을 일자로 만들기 위해서 배에 군살이 하나도 없는 그 친구는 윗몸 일으키기 100번 정도는 우습게 하고 밤에 자기 전에는 쪼그려 뛰기 100번을 해서 탄력있는 허벅지를 만든다. 나 같으면 돈을 준다고 해도 결코 기울이기 힘든 정도의 노력을 한다.

사실 얼굴도 잘 생기고 몸매도 근사한 사람들을 보면 부럽긴 하다. 나도 같은 인간으로 태어났는데 어떤 인간은 복도 많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나는 요즘 사람들을 보면 정말 외모에 미쳤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얼짱 열풍이 성형수술대에 눕게 만들었다면 몸짱 열풍은 사람들에게 운동과 다이어트를 강요하고 있다. 사실 근사한 얼굴과 몸으로 인해 가지게 되는 자신감은 결코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온통 예쁜 얼굴과 아름다운 몸을 만들기 위해 늘상 먹고 싶은걸 참고 후유증과 부작용이 나에게만은 생기지 않기를 빌며 수술대에 눕는다는 것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음식이 주는 기쁨에 몸 떨리고 게을러서 운동이라고는 상상만 해도 귀찮은 나로서는 저런 노력을 들여서 대체 얻어지는게 무언가 싶다. 물론 굴릴 정도로 몸에 살이 덕지덕지 붙고 그로 인해 자신감도 잃고 대인기피증 마저 생긴다면 어떤 방법으로건 자신감을 찾는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냥 평범한 정도의 사람들이 미친듯 수술하고 운동하고 안먹는걸 보면 좀 안되었다는 생각이든다. 생긴대로 살아라는 것이 아니라 외모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사는게 피곤하지 않을까 하는 얘기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사람은 아주 단시간이 아니라면 외모 보다는 말투나 성격등 다른 것들이 그 사람의 느낌을 더 크게 전달한다고 본다. 얼굴과 몸매는 죽이는데 입만 열면 깡통소리가 나고 무식함에 걸맞게 못되먹은 사람과 그냥 좀 심심하게 생겨먹었어도 자신의 생각이 분명하고 남을 배려할 줄도 아는 사람과 같이 일주일만 뭔가를 해 보면 사람들은 거의 다 후자의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될 것이다. 얼굴만 보고 혹 하는 것은 말 한마디 건네기 힘든 버스 안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얼굴이나 몸매만으로 사람을 평가할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하나 궁금한 것은 얼짱. 몸짱 처럼  뇌짱 같은게 생긴다면 사람들은 운동을 하듯 책을 보고 성형수술대에 눕듯 지식을 쌓기 위해 난리를 피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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