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들에게 띄우는 가을날 밤의 연서]

 


아비가 된 듯 합니다. 세상에 내가 만든 생명이 있다면 아마 꼭 이런 심정이지 싶습니다.
자랑스러우면서도 왠지 모를 쑥스러움에 어쩔 줄을 몰라합니다.

 

항상 다음 수순에 대한 꿈을 꾸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제 앞에는 제가 미처 짐작도 하지 못한 시나리오가 놓여 있었습니다.
1998년은 제게 절망의 해였습니다. 그 시절, 전 제 인생에 아무리 기가 막힌 인생역전 시나리오를 구상한다 하더라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제가 2001년에는 어느 듯 희망의 해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알았습니다. 이것은 내 인생이 아니구나. 내 인생이 아니구나.
알 수 있었습니다. 내 의지가 아니었구나. 이것은 내 의지가 아니었구나.
아주 큰 신세를 진 인생이구나. 그렇게, 빚진 인생이라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얼마든지 세상을 천덕꾸러기로 살 수 있을 텐데, 왜 내게 이런 회복을.

그 빚진 자의 심정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해 보니 정확하게 작년 이맘때로군요. 분주한 일상에 묻혀 지내다가, 문득 멈추어 서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너무 분주했고 너무 어수선했던 탓인지, 멈추고 가만히 이것저것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 뜬금 없는 감상이었습니다.

많은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점심 식사 무렵 들었던 생각인데, 저녁에는 사직서를 쓰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날 밤으로 제 애마를 끌고 고향으로 내려와 버렸습니다.

내려오면서 내내 제 속에 맴돌았던 말은,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였습니다.

한 달은 주어진 평화를 마음껏 누렸습니다. 하루 4시간 자는 게 소원이 되었던 일상에서 벗어나 하루 14시간을 잠에 취해 지내기도 했습니다. TV가 없던 초라한 지하 원룸에서 벗어나 매일같이 케이블로 지나간 드라마를 모조리 섭렵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일신상의 걱정거리를 해결하는데는 큰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누리기에는 부족하지만, 적어도 제 인생에 더 이상 돈벌이에 대한 중압감은 없습니다. 그런 처지에 아주 마음 넉넉하게 주어진 평화를 누렸습니다.

영적인 신령함이나 열심히 없는 제가 새벽을 깨우기 시작한 것은 올해 봄이 되어서입니다. 그 새벽에 깨어나 구했던 것은 비젼이었습니다.

"이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도대체 무엇을 할 것인가."

몇 달을 그 하나의 주제로 구하고 있었지만, 응답 없는 질문에 지쳐버렸을 즈음입니다.

새벽녘에 고속도로를 운행하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저는 당했다고 하는데, 보험사 측은 제가 일으켰다고 하더군요.)
일 주일간을 병원에 누워있으면서 지난 시간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그 글을 인터넷에 띄우게 되었죠. 내심 왜소한 심성을 드러내는 것 같아 불안하며 조심하는 마음이 아주 많았습니다. 어떤 반응을 얻을까 얼마나 두렵던지요.

제 글을 좋아해 주는 분들을 보며 자신감을 얻기도 했고, 또 제 글에 불편해 하시는 분들을 통해 속 상해 하기도 했습니다. 넘을 수 없는 깊은 오해는 마치 벽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몇 몇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제게 어떤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을까 전혀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설악산행을 계획했던 것은, 조선일보를 보며 설악산 단풍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서였습니다.
함께 동행자를 모을 때도 제게는 어떤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는지 짐작도 하지 못했습니다.
설악산을 내려오면서, 산행을 준비하느라 서로 소식을 전하는 창구로 만들었던 카페를 존속시키자고 할 때만 해도, 그럴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카페를 처음 열었을 때만해도, 전 비젼을 그리지 못했습니다. 아무런 꿈을 꾸지 못했습니다. 그냥, 그 날 산행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좋았고 함께 나누었던 경험이 소중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문득, 3년 전 제 꿈이 떠올랐습니다.
늦은 시간 운전을 할 때면, 잠을 깨우기 위해 저 자신에게 외쳤던 그 고함소리가 떠올랐습니다.

 


[성공하겠다면서, 왜 공부하지 않습니까?]-----------------------------

성공하고 싶습니까?
예, 성공하고 싶습니다.
성공하고 싶습니까?
예, 성공하고 싶습니다.
하시는 일은 잘 됩니까? 남들 보다 승진은 빠릅니까? 돈은 모이고 있습니까?
아닙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다시 묻겠습니다. 정말 성공하고 싶습니까?
예, 성공하고 싶습니다.
(목소리는 고함으로 변했다.)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거짓말하지 마세요!
성공하고 싶다면서 왜 공부하지 않습니까?
성공하고 싶다면서 왜 책을 읽지 않습니까?
성공하고 싶다면서, 왜 시간을 낭비하고 돈을 허비하고 있습니까?
거짓말하지 마세요.
당신은 처음부터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아닙니까?
처음부터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공부하지 않는 겁니다.
당신은 처음부터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는 겁니다.
당신은 처음부터, 당신은 처음부터, 처음부터,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고, 돈을 허비하는 겁니다.
아닙니까?
아닙니까?
거짓말하지 마세요.
거짓말쟁이가 성공할 수 있습니까?
사기꾼이 리더가 될 수 있습니까?
우리 거짓말하지 맙시다.

 

저 자신에게 외쳤던 고함이었습니다. 악을 쓰듯이 목청껏 외쳤기 때문에 이쯤 되면 한참을 쉬어야 했습니다.

 


[저는 못 볼 것을 보았습니다.]-----------------------------------


예, 어쩌면 저는 성공에 대한 갈망이 아주 작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제 멈출 수 없습니다.
저는 제 인생에서 못 볼 것을 보았습니다.
절대 보아서는 안 될 장면을 보고 말았습니다.
저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언젠가 제가 성공자가 될 텐데, 음악 소리에 맞춰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자유를 누리며 춤을 추는 모습이 보입니다.
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세상에서 지쳐서 실망하고 저에게 왔을 사람들이, 저의 말에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며 다시금 기운을 차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렇게 파이팅을 외치며 다시 세상으로 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전의 제 인생에 결코 허락되지 않은 장면입니다.
그렇게, 저는 제 인생에서 못 볼 것을 보았습니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이제 멈출 수 없습니다.
멈출 수 없습니다.


3년 전, 잠을 깨우기 위해 밤늦은 시각 운전할 때면 외치곤 했던 내용입니다. 매번 조금씩 바뀌기는 했어도, 제 귀에는 그 외침이 아직도 울리고 있습니다.
카페을 열 때만 해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그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오늘 밤,
늦은 시각에 다시 그 꿈에 취해 봅니다.
가능할까요. 저는 보이는데. 저의 미래가 보이는데. 님들에게는 어떻습니까? 보이시나요?

몽상가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역사는 결국 몽상가들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안 되면 어떻습니까. 안 된들 잃을 것도 없는데.
가다 멈추면 어떻습니까. 간 곳만큼 남을 텐데.

전 보입니다. 제 꿈에 동참해주실 분들이 보입니다. 행여 이 순간에도 저를 오해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미세한 파도에 끄떡하지 않고 대양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배가 되고 싶습니다.

 


이게 오늘밤, 제 서툰 사랑고백입니다.

누구나, 비록 가까운 사람에 대한 사랑법에는 서툴러도, 그 속에 불특정 다수에 대한 사랑은 품고 있을 것임에.

 

죠수아.
건강과 웃음/ 순수와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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