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플라시보 > 이력서 쓰는 요령

다들 이력서를 한번 쯤은 써 봤을꺼라고 생각한다. 나도 예전에는 무조건 있는 경력 없는 경력 다 넣어서 쓰곤 했었는데 심지어는 이력서가 한장을 넘어 가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력서 쓰는 요령을 당최 알수가 없어 늘 자기소개서 같은 곳에서 엄청 막혔었다.  대체 어떻게 써야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니 이런 인재가 아직도 썩고 있었다니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는걸?' 같은 반응을 보이게 할 수 있는걸까?

답은 간단했다. 자신이 직접 면접관이 되어서 이력서를 한번 받아보면 안다.  나도 이 회사에서 처음으로 직원들을 뽑기위해 이력서라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내가 본 이력서들은 대부분 한숨이 나올 정도로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내가 말해주는 이력서의 요령이 어디에나 먹혀드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썼다고 해서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요즘에는 이력서에 당사의 소정양식에 따라 작성하라는 경우도 많지만 그냥 보통 이력서를 쓴다고 가정했을때는 어느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먼저 이력서의 학력 및 경력사항이다.  이걸 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제대로 된 학력과 이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흔히 대학을 막 졸업하고 나면 쓸것이 없어서 온갖 택도아닌 것들을 다 집어넣는데 그런다고 가산점 조금도 붙지 않는다. 오히려 허접스런 인상만 가중시킬 뿐이다. 대학 다닐때 봉사활동 서클활동 다 필요없다. 다만 들어가려는 직장에 도움이 될 만한 봉사나 서클 활동 기타 등은 적어도 무관하다. 예를 들어 디자인 회사에 들어간다고 쳤을 경우 대학생 디자인 공모등에서 상을 받은 것은 적어도 무관하다. 하지만 거기다 디자인 공모만 딱 적는 것은 참가는 했으나 아무 성과가 없었던 것이므로 (미대 다니는 사람치고 공모전 한번 안내보는 바보는 드물다.) 괜히 적어서 이력서를 지저분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이력이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가려는 회사와 하등 상관이 없는 온갖 이력을 다 적지 않길 바란다. 허접스런 이력 100개 보다 제대로 된 이력 1개가 더 빛을 발하는 법이다. 나같은 경우 이력서가 2가지 버전이 있다. 일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해 왔기 때문에 내가 하고자 하는 그 일에 맞는 경력만 적어서 낸다.(과거에는 두 가지 이력서가 다 똑같었다.) 정말이지 담당자가 봤을때 택도 아닌 경력들은 제발 적지 않길 바란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자면 우습고 허접해 보일 뿐이다. 처음부터 잡다한 인상을 주길 원치 않는다면 간략하고도 눈에 확 들어오면서 중요한 이력만 적어야 한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경력이 아니다 싶은데도 어디서 아르바이트 한 것 까지(이를테면 디자인 회사에 원서를 내는데 패스트푸드점에서 계산원 아르바이트를 했다던지) 다 적어낼 필요는 없다.

그리고 요구하지 않더라도 경력자의 경우 경력 증명서를 첨부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워낙 사람이 서로를 서로가 믿지 못하다 보니 나도 간혹 이력서의 경력이 지나치게 화려하다 싶으면 확인을 해 보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확인하는 번거러움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도 경력 증명서는 반드시 첨부하는게 좋다.

자기 소개서. 이건 정말 문제다. 나 역시도 저걸 잘 쓴다고는 할 수 없으나 다른 사람들이 쓴걸 보면 한숨이 나옴은 어쩔 수 없다. 자기 소개서는 작문 교실이 아니다. 나는 심지어 거기다 이모티콘을 집어넣는 정신나간 인간들을 보기도 했으며 저는 어디서 태어나 무슨 학교를 다니고 정도로 끝나면 되는 어린시절을 죽도록 길게 늘여놓은 것을 보았다. 어차피 이력서를 검토하는 사람들은 당신의 어린시절 따위나 자기 자신이 말하는 성격상의 장 단점 따위는 보지도 않는다.  어린시절 불행했다는 사람 하나도 못봤으며 아버지는 대부분 엄하시고 어머니는 가정적이시며 온화하다. 그리고 성격상 장점은 일을 너무 꼼꼼하게 하는거라던가 완벽주의자 라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리고 단점은 저 부분들이 어떤 면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서술한다. 이 정도면 진짜 빵점짜리 자기 소개서이다. 차라리 그렇게 적을 바에는 아까 이력서에서 넣기를 포기한 잡다한 경력들을 소개하는 것이 좋다. 경력이 좀 있는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그 경력사항에 대해서 근무기간이나 근무실적 등을 자세하게 서술하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하지만 어린시절 어떻게 자랐는지 성격상의 장 단점은 무엇인지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고 또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냥 가족관계 정도나 짚고 넘어가면 된다. 학교생활은 원활했다고 하면 된다. 동창에게 전화 해 볼 일도 없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회사에 지원하는 동기를 분명하게 적어야 한다. 어떤 생각으로 왜 지원을 했는가를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도 비교적 현실적으로 적는 것이 좋다. 회사를 위해 이 한몸 그저 부서져라 봉사하겠다고 적어봐야 믿어주는 사람도 없고 괜히 허황된 인상만 심어 줄 뿐이다. 딱 실현 가능한 정도로만 그 회사 입사할 경우 포부 정도를 결코 길지 않고 간략하게 밝혀야 한다.  회사 입장에서만 본 자신의 포부가 아니라 개인적인 목표를 적는것도 나쁘지 않다. 이를테면 그저 아무 일이나 시켜만 주신다면 열심히 일하겠다던가 최선을 다 하겠다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보는 앞으로의 포부이다. 하지만 열심히 일해서 3년이내 어떤 자리에 혹은 위치에 서고 싶다던지 아니면 구체적으로 이러저러한 경력을 쌓고 싶다던지 하는 것은 개인적인 포부인 것이다. 내가 볼때는 후자가 훨씬 솔직하고도 현실성 있어 보인다. 회사에 노예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쓰기 전에 이것을 내가 어디에 낼 것이며 누가 보는가 하는 사실을 다시 한번 머리속에 되뇌여야 한다.  그래야 지원하는 회사에 필요도 없는 이력만 잔뜩 쓴다거나 초등학교 작문교실 같은 시시콜콜한 개인사로 가득찬 자기 소개서를 쓰지 않게 된다. 튀어 보이려고 이모티콘을 집어 넣거나 컴퓨터 용어를 쓰는 것은 자살 행위이다. 귀여니는 그걸로 책도 내고 대학도 갔지만 멀쩡한 회사에 취직을 위한 이력서에 그런짓을 하면 안된다. 튀는것도 좋지만 그건 모든 기본이 다 갖춰졌을때 그 이후의 문제이다. 개뿔 아무것도 없으면서 이력서에 색을 넣거나 형광팬으로 칠하는 짓은 정말이지 나 유치원생이랍니다. 하는 소리이다. (안 믿기겠지만 나는 여러번 봤다.) 아무것도 없을수록 기본과 정도를 걷는게 답이다. 하다못해 신뢰감이라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내는 목적을 분명히 생각해야 한다. 튀는게 문제가 아니라 이력서를 보고 나를 채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아무리 이력서가 많다고 해도 회사에서 이력서를 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넣어 버리진 않는다. 그래서 이력서가 조금이라도 튀어야겠기에 이력서에 호작질을 했다는건 적어도 내가 알기에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다음으로는 사진. 제발 부탁하건데 이미지 사진 좀 넣지 않길 바란다. 요즘 이력서를 받아보면 100에 90은 전부 이미지 사진이다. 이력서에는 멀쩡한 사진관에서 필름넣은 카메라로 찍은 증명사진을 부착하는 것이 아직까지는 정석이다. 디지털 카메라도 나오고 사진에 온갖 뽀샵질이 가능해졌지만 그건 이력서용으로는 절대 아니다. 이쁘다고 뽑아주지 않는다.(TV방송용 리포터나 대형 백화점의 안내데스크 혹은 엘리베이터걸은 다를수도 있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이미지 사진이 이쁘다고 해서 이 사람이 실제로도 엄청나게 이쁠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물과 얼마나 다를지 기대할 뿐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밉게 나오더라도 손대지 않은 증명 사진을 붙이기 바란다. 아직까지는 정면을 보면서 약간 미소를 짓는 정도가 먹혀 들어간다. 여긴 한국 사회이므로 괜히 옆으로 삐딱하게 서서는 느끼한 웃음을 흘리는 사진을 넣지 않길 바란다. 사진으로 사람을 평가하진 않지만 적어도 느낌을 주기는 한다. 이력서가 오면 상관없는 직원들은 우선 사진을 가지고 품평회를 한다.(기분 나쁘겠지만 이력서를 볼 수 있을 경우에는 늘 저런짓을 한다.) 누군 이쁘네 못생겼네 어쩌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뽑히거나 탈락하진 않는다. 다만 이미지 사진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외곡되게 심어줄 필요는 없다. 뽀샵질로 피부 뽀샤시하게 하고 눈 키우고 턱 깍아봐야 정말 당신이 그렇게 생긴것도 아니니 면접에서 다 뽀록난다. (아님 그전에 뽀샵질 해 놓은것 처럼 수술을 하던가. 붓기가 가라앉을지는 걱정이다만)

쓰다가 보니 너무 신랄하게 써 버린것 같다. 하지만 저건 내가 그만큼 한심스런 이력서를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갈 회사가 없는것도 사실이지만 혹시나 저런 사실을 몰라서 이력서 때문에 탈락한것은 아닌가 살펴보기 바란다. 난 아무리 경력이 좋아도 기본이 안된 이력서는 가차없이 서류과정에서 탈락시킨다. (이렇게 쓰고나니 내가 무슨 경영자 같은데 내 담당 직원을 뽑을때만 그렇다. 오해없길 바란다.) 나도 만약에 늘 이력서를 내기만 하는 입장이었다면 처음 고백했던 것 처럼 되도 안한 경력 다 집어넣어서 이력서가 두 장인것을 뿌듯해 하며 냈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단 한번이라도 이력서를 본인이 받아 본다면 달라질 것이다. 실제로 이력서를 받을 일이 없다면 상상이라도 해 보길 바란다. 그렇다면 분명 내려고 하는 회사가 원하는 이력서를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끝으로 이력서 편지 봉두에 접어서 내는거 아니다. 이력서 크기만한 봉투를 사서 접지 않고 내는 것이 예의이다. 문서 철을 할때도 꾸깃하거나 접힌 이력서는 담당자의 짜증만 유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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