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플라시보 > 이해할 수 없는 것들.

나는 아직도 세상을 살면서 이해가 안되는 것들이 너무너무 많다. 그 너무너무의 대부분은 물어보기도 참 뭣한 것이고 설사 물어본다 하더라도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건지 알 수가 없다. 내 속이야 어찌 되었건 간에 나이는 꾀나 먹었으므로 '음... 모든걸 다 이해하고 있어'하는 표정으로 끄덕 끄덕 하고는 있지만 사실은 이해가 안가는 것들 때문에 가끔은 잠이 안온다. 오늘은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죽 한번 나열해 보겠다. 혹시 나만 몰라서 바보 되는거 아닌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해 안가는건 이해 안간다고 여기에서 만큼이라도 외치고 싶었다. 

1. 재생용품의 가격 - 알다시피 재생용품이란 물건을 한번 쓰고 버리지 않고 그걸 다시 수거해서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친다음 본래와 비스무리하거나 영 다른 모습으로 탄생시킨 물건들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재활용 종이가 있다. 그런데 문구점에 가서 재활용 노트 가격 한번 보길 바란다. 옆에 있는 그냥 노트보다 훨씬 비싸다. 내가 본 대부분의 재활용품은 재활용 하기 이전의 그 물건들 보다 비싸다. 재활용 종이로 만든 책들도 비싸다. 대체 왜 그런걸까? 재활용 하는 비용 때문에 그런가? 그렇다면 굳이 재활용품을 우리가 써야 하는 이유는 뭘까? 내 생각에는 적어도 반 값 정도는 떨어져야 그런걸 사는 맛이 있을텐데 말이다.

2. 세상의 모든 사용 설명서들 - 나는 한번도 사용설명서 따위를 읽고 단번에 '아하 이게 이렇게 되는 것이고 저건 저런 것이로구나'하면서 무언가를 알게 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들은 아무것도 몰라도 사용 설명서만 보면 그 기계에 대해 반쯤은 전문가가 될 것 처럼 요란하게 떠들지만 사실은 우릴 절망시킬 뿐이다. 그것들은 분명 사용방법을 어렵게 해서 물건을 만든 회사를 숭배하게 만들려는 속셈이 있거나 그도 저도 아니면 사용법을 몰라서 사용을 못하게 만든다음 그만큼 A/S 비용이 감수하게 만들려는 책략인지도 모른다.

3. 음식과 질병의 상관 관계에 대해 떠드는 뉴스 - 물론 알고 싶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뭐가 해로운지 뭘 먹으면 어디에 좋은지. 하지만 나처럼 전혀 알고싶지 않은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뉴스에서는 매일 뭘 먹으면 식도암을 예방하며 뭘 먹으면 자궁암을 예방하고 또 뭘 먹으면 심장질환에 좋다고 한다. 근데 내가 알기로는 음식 중에서 완벽한건 없다. 어디에 좋은 부분이 있는가 하면 또 그 음식으로 인해 안좋은 부분도 있게 마련이다. 가만 보면 똑같은 음식을 가지고 하루는 암예방에 좋다고 떠들더니 하루는 과잉섭취하면 눈이 멀수도 있다는 소리를 해댄다. 그냥 가만히 놔두면 우린 먹고싶은 만큼 적당하게 먹고 아무 탈도 없을 텐데 그런 뉴스를 한번 듣고나면 먹기전에 머리만 복잡해진다. 대체 식사도 다 끝난 9시 뉴스 시간에 음식에 관해 떠드는건 무슨 심뽀일까? 만약 마늘이 폐암을 유발한다고 했을때 마늘 짱아치를 실컷 먹고 트름을 하고 있던 사람은 기분이 어떨지 그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4. 비상시 행동지침에 나오는 그림 - 비행기를 타면 비행기가 추락할 경우 어떻게 하라는 행동 지침이 적힌 책이 있다.  아니면 교련 교과서만 보더라도 비상시에 어떻게 하라는 그림이 나온다. 근데 위급한 사람은 물론 그 옆에서 돕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런 그림들을 암만 처다봐도 '이런 정말 대단한 위기 상황인걸? 언제 나에게 닥칠지도 모르니 숙지해두자'하는 마음이 눈꼽만큼도 생기지 않는다. 그냥 그들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큰일도 아닐 뿐더러 그런 일이 닥치더라도 얼마든지 대처 가능하다는 생각만 하게 만든다. 위험할때 침착한건 좋지만 미소까지 띌건 뭐란 말인가?

5. 얼마를 버는지 몰라요 - 연예인을 인터뷰한 프로그램들을 보면 하나같이 돈 문제는 엄마가 관리를 해서 잘 모른다고 한다. 그들은 데뷔 전부터 버는 돈은 모조리 엄마가 관리를 하기로 약속을 한 걸까?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자신이 얼마를 버는지를 모를까? 만약 진짜로 모른다면 엄마가 중간에서 좀 삥땅하는지 의심이 가진 않는걸까? 어쩌면 모른다고 해 놓구서는 엄마를 안심 시킨 후, 엄마가 중간 중간 슬쩍하는 돈들을 다 계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정 금액이 되면 '엄마 저랑 대화좀 하시죠'하면서 진지하고 심각한 얼굴을 하기 위해서 일지도...

6. 남자 앞에선 확 달라지는 여자들 - 다들 그렇게 말한다. 니가 그래서 남자가 없는 거라고. 어쩌면 그 말이 맞을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해가 안간다. 어떻게 방금까지도 나랑 '똥을 참아라 이년아'같은 소릴 하다가 지들 남자친구가 오면 목소리, 억양, 톤, 표정, 태도 가 동시에 확 바뀌는지... 언제나 나만 그 보조를 맞추지 못해 어리버리 거리다가 화장실로 불려가서 주의를 듣는다. 하던 행동 그대로 하면 정말 나처럼 남자가 없는 걸까?

7. 비싼 명품 - 나는 뭐가 명품인지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좋은 소재와 튼튼하고 견고한 모양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나오는 것들을 보면 비닐 이건 천이건 아무 소재나 막 써대는것 같아서 위에 나열한 요소가 꼭 맞아 떨어지는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가만 생각을 해 보니 그것들의 특징은 딱 한가지로 요약이 되는데 바로 죽도록 비싼 가격이다. 그렇다면 내가 가방 공장을 하나 차린 다음에 작은 손가방도 500만원 짜리 이하가 없도록 판매를 한다면 내가 만든거도 명품이 될까?

8. 독서가 취미라고 하면 웃는 사람들 - 다들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나는 책읽기 라고 말한다. 움직이길 귀찮아 하는 내가 스쿼시니 수영따위가 취미일리 없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학교때 퍼 맞으면서 배운 피아노라고 하기에는 기억이 가물거려 학교종이 땡땡땡이라도 제대로 칠 수 있는지 자신이 없다.  그래서 나는 한글을 깨우친 그날부터 지금까지 별 어려움 없이 해온 책 읽기를 취미라고 말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꼭 웃는다. 왜 웃는걸까?

9. 개별 연락을 주겠다는 면접관들 - 어딘가에 면접을 보거나 시험을 보면 공고가 나는 곳도 있지만 합격 여부를 개별통보라고 해 놓은곳도 많다. 기다려 본 사람들은 안다. 그게 얼마나 애간장 타는 일인지를... 거기다 언제까지 연락을 주겠다는 말도 하질 않아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이쯤이면 이미 연락을 다 받고 누군가는 출근을 하고도 남았겠다 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또 돌아서면 전화기를 만지작거리거나 화장실 갔다온 사이에 전화라도 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그들은 대체 왜 정확하게 언제까지 연락을 주겠다는 말 조차 해 주지 않는걸까?

10. 화장실 밖에서 계속 문 두드리는 사람들 - 상대가 한번 두드렸고 나도 적당한 강도로 똑똑 하고 두드려 줬음에도 계속 문을 두들기는 사람들. 기다리는 동안 똑똑 하고 노크 놀이를 하자는 걸까? 아님 내가 화장실에서 잠이라도 잔다고 생각하는 걸까?

11. 간만에 전화가 와서 연락 안한다고 화내는 친구들 - 꾸벅꾸벅 졸고 앉았는데 전화가 와서 반갑게 받았더니 연락좀 하자고 훈계하는 친구들. 먼저 연락했단 이유 하나만으로 손가락이 부러졌냐는둥 무심하다는둥 지가 먼저 연락하기 전에는 결코 연락을 하지 않는다는 둥 하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그게 말이지 하면서 변명하기에 바쁘다. 왜 그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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