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는 이제는 누구나 들어봤을 만한 문구가 되어버렸다. 이는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지칭하는 것으로, 본래 기원은 초기 로마 사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 로마 사회에서 사회 고위층 인사들의 봉사, 기부, 헌납 등의 행위는 의무이면서도 자신들의 명예와 동일시 되면서 이들 사이에서 경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앞의 노블레스는 명예를, 뒤의 오블리제는 의무를 의미한다. 즉 명예에 걸맞는 의무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과거로부터 오늘날까지 이 말은 그저 공허한 외침일 뿐 현실에 적용되는 일은 드물었다. 물론 실제로 자신이 누리는 명예에 걸맞는 의무를 다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2004년의 마지막 역대 최대피해의 지진해일 피해 복구를 위해 세계 각국의 스포츠인, 영화배우들이 작은 국가들이 내놓은 것과 맞먹는 피해복구비용을 내놓았다. 물론 유명한 인물들 중 극히 일부분만이 자신의 지갑을 열었지만 이들은 누구보다 노블리지 오블리제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사회로 눈돌려보면 배우 배용준도 일본 지진사태피해 때, 그리고 이번 인도네시아 지진해일 피해 때도 수억씩 내놓으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했다. 물론 최근의 예 외에도 이전부터 우리사회에도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이들은 많다.

 그런데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커녕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의무조차 지려하지 않는 이들도 다수 눈에 띈다. 그것도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누리고 있는 이들이 말이다.

 1월 5일자 일간 신문에는 '사기전공 변호사'라는 제목의 커다란 박스기사가 하나 실렸다. 내용은 이러하다. 사법고시를 패스해 변호사가 된 A씨가 구속자 석방을 미끼로 사건 의뢰인으로부터 거액을 받아 가로채고, 부동산개발 수익을 내세워 투자자를 모집 이들로부터 돈을 챙겨 달아났으며, 도피생활 와중에도 이를 숨기고 김모씨와 재혼을 해 새로운 사기대상을 찾아왔다. K대 법대를 졸업했다고 알려진 그는 변호사라는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이용해 온갖 사기행각을 해온 것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누리고 있는 직업임에 틀림없다. 또한 단지 '높은 지위'라는 면 이외에도 변호사는 의당 법을 다루는 자이기 때문에 몸소 법을 실천해야함은 당연하다. 그런데 법을 실천해야할 그가 되려 법을 위반하는 각종 사기행각을 펼쳐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도덕성마저도 저버린 한갖 사기범으로 변신했다. 이는 애초 도덕성을 겸비하지 못한 채 머리만 좋은 그가 법조문 달달 외워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라는 간판을 얻어낸 것부터가 문제가 있다.

 사법고시뿐 아니라 다른 여타 온갖 자격을 주는 시험들이 개인의 인간성과 인격, 성품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고, 좁은 관문을 통과한 이들 중 소수의 문제있는 자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온갖 짓을 다 하고 다니고 있다. 시험을 통해 개인의 성품과 인격을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짧은 면접을 통해서도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2박 3일, 10박 11일 등의 기간을 두며 장기간에 걸쳐 관찰을 한다는 것도 힘들고, 이 과정에서조차도 이들의 인격과 성품을 검증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럼 이들을 어떻게 걸러내야하는가?

 처음부터 인격, 성품을 다듬는 교육을 시켜야한다. 개인의 인격과 성품이란 단기적으로 스파트라식으로 주입하고 가르친다고 해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시험에 임하는 공부와는 다르다. 인간이 태어난 직후부터 계속해서 끊임없이 스스로가 사유하고 공부함으로써 올바른 마음 자세를 가지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국가자격시험에서 이를 시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누릴만한 이들을 미리 내정해서 이들을 교육하고 인격함양에 수양토록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해결책은 이외로 쉬운 데 있다.

 어릴때는 누가 어떤 인물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을 아이를 찍어내서 인격훈련을 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는 교육의 형평성 면에서도 옳지 않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라면 모를까(주 : 플라톤은 <국가>라는 대화편을 통해 '철인정치' 즉 철학자의 정치를 주장했으며, 이때의 철인은 국가를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은 물론이고, 마지막으로 높은 도덕성을 갖춘 인물을 뽑음으로써 최종선발된 자이다. 플라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맞는 일들 시키는 것이 옳다고 보고 자신이 하고픈 일과 상관없이 그저 각자의 능력에 맞게 능력이 부족한 자는 대장장이를 시키고, 능력이 되는 자는 교육자, 더 능력이 좋고 도덕적인 자는 국가를 경영하는 역할을 맡기도록 했다).

 따라서 아예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처음부터 인격수양에 정진하면 되는 것이다.  해결책은 의외로 쉬운데 있다. 모두가 도덕적이면 된다. 그렇다고 내가 말하는 도덕성이 모두가 맹자가 말하는 성인(聖人)이 되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기본적인,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도덕성을 키우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라면서 공부잘해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도달한 자들은 자신의 기본적인 도덕성을 바탕으로 더욱 인격수양에 정신하면 될터이다. 애초 기본적인 도덕성을 갖추지 못한 이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갖게 되면 그에 걸맞는 도덕성을 가지려고 노력하지 않겠지만, 기본적인 도덕성을 갖춘 자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도달하면 스스로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본다.

 결국 문제는 다시 교육이다. 교육을 함에 있어 어떤 것을 중시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번 언급했기 때문에 되풀이하는 것이 지겹고, 단지 오늘날의 교육은 '아니다'라는 점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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