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목적
알프레드 화이트헤드 지음, 오영환 옮김 / 궁리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교육의 목적>이라는 책은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가 쓴 책이다. 이 책의 번역본은 2003년에 신학을 전공한 유재덕씨가 처음 출판사를 통해 냈는데, 2004년 3월에 연세대 철학과 오영환 교수가 궁리 출판사를 통해 또 내놓았다. 여기에서 생기는 의문점은 똑같은 책을 왜 중복 출간했을까 하는 것이다. 먼저번의 책이 오래전에 번역된 것이라 번역투의 말을 현대식으로 수정하기 위함도 아니요, 절판이 된 것도 아닌데, 왜 같은 책을 두 출판사에서 냈을까? 이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는 문제다. 

 어쨌든 <교육의 목적>은 철학자 화이트헤드가 여러곳에서 강연한 원고를 모아서 엮어놓은 책이다. '교육의 목적'이라는 책 제목은 이 강연중 한 강연의 제목이고, 그외의 글들은 사실 교육의 목적에 대해서 쓴 것이 아니라 교육과 관련된 그의 강연내용을 붙여놓은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순수하게 이 책은 교육의 목적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선생님을 희망하는 지금의 나의 관심이 당연히 교육에 쏠릴 수 밖에 없는데다 우연찮게 만난 책에서 '화이트헤드'라는 철학자의 이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교육에 대한 책이 아니라 철학자에 의해 쓰여진 깊은 성찰을 담아낸 글이라 생각했기에 다른 책을 제쳐두고 먼저 읽을 수 있었다. 

 난 철학자 화이트헤드는 사실 잘 모른다. 다만 그의 이름을 접한 것은 그의 유명한 말 때문이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서양철학은 플라톤 철학의 주석에 불과하다"

 라는 그의 말은 철학수업을 들으면서, 혹은 철학책을 읽으면서 자주 접하게 되는 문구다. 화이트헤드가 누군지도 모른채 그가 남긴 이 말을 접한지 오랜 시간이 흐르고서야 비로소 비록 철학에 관한 그의 저서는 아니지만 그가 쓴 책을 접하게 되었다. 

 화이트헤드는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였다. 그가 철학자로 행세하기 시작한 것은 63세의 고령의 나이에 하버드대학의 초빙을 받은 것이 계기라고 한다. 그렇게 뒤늦게 철학에 몸담으면서도 후대에 '철학자'라는 명칭으로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니 대단하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 책에 쓰여진 다수의 강연 원고들이 수학과 물리학에 대한 교육방침이다. 그래서 읽는데에 속도가 붙질 않은 점도 있다. 

 그는 '교육의 목적'이라는 장에서 "단지 박식함에 그치는 인간은 이 지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인간"이며, '생기없는 관념'은 아무런 값어치가 없다고 말한다. 교육받은 인간이란 무릇 관념을 반성적으로 음미할 줄 알고 이를 구체적 상황에서 응용할 수 있으며, 생활과 경험의 많은 영역에서 서로 연관시켜 볼 줄 아는 인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기가 배운 것은 단순히 반복하지 않으며, 관념을 재배열하여 무엇인가를 창조해낼 수 있는 인간이 바로 교육받은 인간이라고 한다. 이렇게 그는 '교육의 목적'을 비롯한 10장의 글에서 실제 교육은 현실의 응용에 기반한 교육이어야함을 되풀이해서 강조한다. 

 이 책은 300쪽이 넘은 꽤 두꺼운 책이다. 그리고 내용이 수학, 물리학적 용어들이 자주 등장하는 탓에 쉽게 읽히지 않아 그런 부분은 뛰어넘고 읽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예시들을 굳이 이해하기 어려움에도 하나하나 살펴가며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은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으나 만족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이트헤드를 처음 접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중, 고등학교를 비롯 강단에서 물리학이나 수학을 가르치려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가장 좋을 듯 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플라톤주의적인 추상적인 말투는 어쩐히 그의 주장과는 좀 거리가 멀어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플라톤주의적인 면에 매력을 느끼기는 하나 그의 주장과 주장을 드러내는 방식이 서로 부합하지 않는 것은 사실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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