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로 산다는 것
김학원.정은숙.강주헌 외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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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란 "각각의 개성이나 인격, 인생관, 세계관, 또 지식, 교양, 기술, 나아가 일상의 생활 방식까지도 아우르는 이른바 그 사람이 지닌 일체를 총동원하여 전문가인 저자나 책을 직접 만드는 이들과 관계를 맺는 일을 하는 사람"(한기호)-7쪽

(우리 사회의) 인문학 바람은 '인문학 연구와 학문의 바람'도 아니고, '인문학 책 읽기' 바람도 아닙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인문학 바람은 인문학 '강의' 바람입니다.(김학원)-26쪽

한 회사에 평생 다니겠다, 이런 시대는 지나갔어요. 이 회사에 뭘 배우고 이 회사에 뭘 기여할 것인가, 그 과정에성 나의 차별성과 전문성, 그리고 비전을 찾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나의 운동장을 가져야 합니다.(김학원)-42쪽

출판사에서 책이 나오면 독자들이 "이건 2년차가 만들었다고 하니, 적당히 봐줘야 한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또 "20년차 거니까 그가 얼마나 잘 만들었을까" 이러지도 않습니다. 오로지 완성된 책으로 독자와 맞대응을 하는 겁니다. 출판사에서 책이 출고될 때는 당연히 편집자의 연차와는 상관없이 완벽한 책으로 제작되어 나가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출판사에서는 그 나름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정은숙)-69쪽

미디어는 기획자를 새로운 책으로 안내하는 길잡이입니다. 물론 책을 찾아내는 과정은 길고 험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열정과 끈질김을 강조했던 겁니다. 여하튼 신문에서 눈에 들어오는 구절이 있으면 한 구절이라도 허투루 넘기지 마십시오. 그 구절을 키워드로 요약해서 집요하게 추적하십시오. 그것이 기획의 답입니다. (강주헌)-111쪽

기획을 하는 에디터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그 많은 요소들을 모두 직접 장악하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재주와 신통력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그들이 가진 힘을 나의 유용함으로 끌어 내는 자질이다. 기획의 힘은 곧 사람의 힘이고, 사람의 힘이란 한정되고 고립되지 않은 다양함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이홍)-160쪽

글은 저자가 쓰고, 책은 에디터가 만들고, 독자는 책 속에 있는 글을 읽는다. 아주 간단한 이 프로세스의 핵심은 상호 설득의 과정이다. 저자는 출판사와 독자를 설득해야 하고 출판사는 저자와 독자를 설득해야 한다. 판단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 (이홍)-165-166쪽

몇 년씩이나 현장에서 종잇밥을 먹었다는 ‘경력 편집자’들 중에서도 선뜻 일을 맡기기에는 도무지 미덥지가 않은 분들도 수두룩하다. 그 차이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산술적으로 계량할 수 있는 ‘경력’이 아니라 삶의 구체적 계기 속에서 축적된 ‘경륜’의 차이일 것이다. (변정수, "출판 편집자가 말하는 편집자")-188쪽

편집자가 다루는 텍스트는 그저 글자들의 나열이 아니다. 인격으로서의 존엄을 지닌 한 사람이 펼친 ‘정신 활동’의 소산이다. 그 앞에서 겸손해질 수 없다면 제아무리 오랜 세월 텍스트를 다루는 기술을 갈고 닦았다고 해도, 그 텍스트의 가치에 걸맞는 책으로 만들어낼 수 없을 것이다. 텍스트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 갈고 닦아야 할 것은, 해박한 지식이나 숙달된 기술이나 풍부한 실무 경험 따위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을 대하는 자세이다. 그리고 그것은 동시에 자신의 삶을 마주하는 자세이기도 하다. 요컨대 자신의 삶도 제대로 편집해내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정신이 담긴 텍스트를 감히 편집할 엄두인들 낼 수 있을까. (변정수, "출판 편집자가 말하는 편집자")-188쪽

상대적으로 안정된 노동 조건을 유지하며 직업적 전망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은 그야말로 ‘확실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쉴 새 없이 일하고 또 일해서’ 갈고닦은 전문성을 가시적인 성과로 제시하는 것뿐이다. (변정수)-193-194쪽

당장은 ‘짤릴’ 위험이 없는 유능한 사람이라 해도 시장 실패로 인한 실적 저하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 미련 없이 해고될 수 있다는 불안 앞에서 노동 강도만 높아져 갔으며, 하물며 당장 ‘모가지’가 오락가락하는 불안정한 실적으로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는 더 많은 사람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이렇듯 어차피 시장 실패의 위험을 개인이 감당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굳이 회사 조직 속에서 직업적 전망을 모색할 이유를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은 어쩌면 인지 상정일 것이다. 차라리 고유의 가치와 지향을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자신의 생산 과정에 최대한 실현해내면서 노동 강도도 감당할 수 있을 만큼으로 적당히 유지하고, 설령 실패하게 되더라도 그 ‘민폐’의 범위가 자기 자신만으로 제한되는 각개약진이 구조적으로 강요된 것이다.
사람이란 아무리 험한 상황에서도 그 조건을 발판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게 마련이다. ‘1인 출판’ 담론은, 어쩌면 강요된 선택에 어쩔 수 없이 직면한 출판 종사자들이 스스로를 겪려하기 위한 ‘자기 포장’의 수사학은 아니었을까 (변정수)-206-207쪽

책 만드는 일을 잘해내려면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어두워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상식에 속한다. 세상이야 어찌 돌아가건 눈과 귀를 꼭 닫고 원고더미에만 코를 박아 보았자, 그 원고의 가치가 제대로 보일 리도 없고, 그 가치를 온전히 책 속에 담아낼 방법을 찾을 길도 막연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그 가치를 전달할 독자를 창출해내기도 언감생심일 것이다. 책을 통해 만나야 할 독자들은, 세상에서 몸 부딪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내고 있는 갑남을녀들이지 세상과는 동떨어진 별천지에서 ‘독서삼매경’에나 취해 있는 탈속적인 존재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변정수)-209쪽

대다수의 편집자들이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빠삭하고 동네 소식에 빠꼼한’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 경영자들이 적지 않다고 여기고 있다면, 특히나 자기 회사의 사장이 바로 그렇다고 판단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이미 현실을 구성한다. 책 만드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으로 흔히 지목되곤 하는 ‘세상에 대한 폭넓은 시야’와 주체할 수 없이 왕성한 ‘호기심’ 따위는 자칫 인사권자의 눈밖에 날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금기로 전락하게 된다. (변정수)-212쪽

독자는 미술을 이용한 책들을 통해서 그동안 우리네 삶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미술이 자기계발도 할 수 있고, 삶의 지혜는 물론, 심리 치유도 할 수 있는 장르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이 또한 미술의 대중화거든요. 미술 전공자의 영역에 감금된 미술을 일반인의 자기계발 욕구와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그렇고, 창의성 개발과 경영의 지혜를 얻기 위한 도구로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미술을 대중친화적으로 만든다는 점에서도 그래요. (정민영)-243쪽

8,90년대의 책이 정보 위주였다면, 2000년대가 진행될수록 ‘정보+저자의 개인사’가 일반화되는 추세를 보입니다. 독자가 재미있게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정보를 습득하게 하는 거죠. (정민영)-254쪽

기획자는 신입 저자에게 독자가 자신의 글을 읽고 무엇을 얻어갈 것인지 생각해보게끔 자극하면서, 저자의 내부에 깃든 이야기나 감성을 끌어내줄 필요가 있어요. (정민영)-2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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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개 2012-06-23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그렇듯 정성스럽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소한 오류가 있네요. 제 글에 다시 인용된 대목의 출처는 '편집에 정답은 없다'가 아니라 '출판편집자가 말하는 편집자'입니다.

마늘빵 2012-06-23 14:2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변정수 선생님. 책에서 출처를 그렇게 본 거 같았는데, 잘못 봤나 보네요.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