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출판 그룹들에 어떤 일이 생길지 정확히 예측하기란 아직 이르지만, 우리는 진작부터 예상되는 패턴을 목격한 바 있다. 그 패턴을 엄청나게 가속화시켰던 경제 위기 이전에도 압박이 있었다. 책을 더 적게 출판하고, 판매될 가능성이 높은 책들에 집중하고, 여러 출판사의 개성을 드러내 주곤 했던 광범위한 분야의 책들을 만들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과거에 농담 삼아 말한 적이 있다. 출판사들이 도무지 판매될 것 같지 않은 새로운 책을 무시해버리는 ‘유아살해’로부터, 더 이상 재정적으로 가치가 없는 서적 계약을 취소해버리는 ‘유산’ 단계로 나아갔다고. 또한, 출판사들의 현재 목표는 판매되지 않을 책이 아예 얼씬 못하게 ‘피임’해버리는 것이라고. -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