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정수도를 이전하던말던 이에 관해서는 크게 의견이 없지만, 행정수도 이전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헌재의 판결결과에 대한 나의 입장이다. 나는 민노당과 열린우리당 양당 지지자다. 유럽식의 좌파 우파 개념에서 볼 때 열린우리당은 너무나 우파이고, 민노당은 약간 좌파이다. 사실 한나라당은 극우는 아니라더라도 적극적 우익은 되기 때문에, 이념상 중간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이념의 스펙트럼 위에서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사라지는 것이 옳다. 그리고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이 붙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우리당과 민노당을 지지한다.

 어쨌든 내가 지지정당을 밝힌 이유는 그렇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양당의 입장이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행정수도를 이전하자고 했고, 민노당은 이전하지 말자고 했다. 물론 지지정당에 따라 나의 줏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의 기본적인 스스로의 사유를 기초로 한 뒤 지지정당이 결정되는 것인데, 나는 민노당과 열린우리당의 그 중간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지역분배발전을 위해서는 좋은 정책이다. 하지만 굳이 행정수도 이전을 하지 않고도 지역의 고른 발전을 꾀할 방법은 있다고 본다. 반면, 나는 지역발전을 위해 행정수도이전을 하려는 정부의 장기적인 계획을 굳이 반대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열심히 일해보겠다는데 왜 반대하는가? 그게 그리 크게 문제될만한 정책도 아니지 않는가? 서울에 있던 행정기관이 충청도로 간다고 해서 서울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 서울은 여전히 가장 큰 도시로 남을 것이다.

 한편,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은 매우 유감스럽다. 이들의 판결이 극히 정치적이고, 자의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난 법학자도 아니고 법학도도 아니라 법에 대해선 잘 모른다. 하지만 언론에 명시된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린 근거를 볼 때, 위헌 판결에 '관습법'을 끌어들인 것은 법을 모르는 내가 봐도 참 의아하다. 내가 법을 모르기 때문인가? 아니면 법이 해석되고, 적용된 내용이 이상하기 때문인가?

 위헌판결 이후 수도권 대학의 법학교수들을 대상으로 본 내용에 대한 의견을 조사했나보다. 그런데 대부분 위헌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고, 일부 소수만이 동의했다. 그렇다면 내가 잘못보고 있는 것도 아닌 듯 하다. 법학교수들이 위헌이 아니라는데 그렇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이는 '해석'의 문제다. 인간은 살아있는 동안 어떻게든 끊임없는 해석을 하고 있다. 그 해석의 대상이 텍스트이든, 사람이든, 일상이든, 정치, 사회, 법이든 간에 말이다. 우리가 보고 듣고 생각하고 말하는 모든 행위는 해석이다. 그런데 이 해석이 잘못될 경우 '오해'가 생겨날 수 있다. 해석을 제대로 해서 '이해'를 해야할텐데 잘못하면 '오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오해가 발생한다고 문제될 것은 없다. 오해에 오해를 거듭하다보면 언젠가는 이해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성서를 연구하는데 있어 도움을 주는 보조적인 역할만을 수행하던 해석학을 최초로 학문으로 정립한 철학자 슐라이어마허는 "오해는 이해의 전제"라고 말했다. 그래. 이해하려면 중간에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헌재 판결관들의 위헌판결에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히 들어있다. 이들은 수도이전이 아닌 행정수도이전에 대한 판결임에도 불구하고, 신행정수도에 대해서 판결내린 것이 아니라 '수도이전'이라는 엉뚱한 사안에 대해 판결을 내렸다.

 "국가 정치, 행정의 중추기능을 가지고 있는 수도로 건설되는 지역"이라는 특별법의 제 2조 1호와 2호를 근거로 해서 아예 판결대상을 '수도이전'으로 명시해버렸다. 처음부터 '오해'를 해버린 것이다. 당연히 자신들이 판결해야할 대상이 뭔지도 모르는 데 제대로 된 판결내용이 나올리 만무하다.

 또, 명문화 되지도 않은 관심법인지 관습법인지 하는 것을 끌어들여와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은 국민들의 머리속에 인식되어온 개념이기에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국민투표에 붙여야한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운다. 아니 지금 수도가 서울인 것은 알겠는데, 수도가 서울이어야하나? '서울이 수도이다' 라는 '사실명제'로부터 '서울이 수도여야한다'라는 당위명제가 나올 수는 없다. 논리적 비약이다. 그렇다면 조선시대부터 끌어올 것이 아니라 저 고조선부터 끌어들여오면 안되는 것인가? 왜 하필 조선시대인가? 참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관습법을 적용하면, 네티즌들의 말마따나 과거부터 남자가 호주라는 사실은 관습으로 굳어져왔기에 호주제를  폐지해서도 안되며, 과거부터 성매매가 없던 시기는 없었기 때문에 지금 시행하고 있는 성매매특별법을 시행해서는 안되며, 과거부터 공대생들은 대장장이 정도의 역할을 수행했으므로 각종 고시를 볼 자격을 줘서는 안되며, 예로부터 여자는 집구석에 처박혀 집안일만 했으므로 직장을 따로 가져서는 안된다. 자 이제 조선시대로 돌아가자~ 얼씨구나~

 헌재가 이런 식으로 관습법을 자의적으로 적용하다보면, 이제 정치는 헌재가 하게 될 것이다. 여야가 싸우다가 헌재로 툭 던져버리면 헌재는 '관심법'을 가지고 어허 이리이리하거라~ 하고 명령(?)을 내리면 싸우던 여야는 예이~ 하고 명령을 곧장 수행해야한다. 이제 국민들은 대통령을 뽑지 말고 헌법재판관을 뽑아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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