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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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만으론 개인이 극복할 수 없는 사회구조 같은 건 보이지도 않아. 청소부가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 가난한 게 아닌데. 그런 건 관심 없어. 이명박이 항상 자기는 뭐든 해봤다고 주장하잖아. 내가 해봐서 안다고. 그건 자기는 여기까지 왔다고, 스스로를 대견해하며, 니들도 이렇게 해보라는 소리거든. 그러니까 니들은 니들이 못나서 그런 거라는 말이지. 성공한 우의 전형적인 사고 패턴이야. 모든 문제를 개인의 무능으로 환원시켜.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장악한 시스템 자체에 대해선 시비를 못 걸게 만드는 거지. 씨바. -37쪽

우파가 자존심이 없으면 우파라고 하면 안 돼. 겁먹은 동물이라고 해야지. 자존심이 없으니까 미국에 빌붙는 걸 그저 이익의 문제로 치환해버리잖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전시작전권 반환이나 한미동맹 이야기하면 우리 우파는 항상 돈 이야기를 한다고. 미국에 분담시키는 게 국방비가 더 저렴하다고. 그게 무슨 우파야. 장사꾼이지. 우리나라 우파는, 기질적 우, 그 동물적 반응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거야. -42쪽

좌와 우는 삶의 불확실성이란 공포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 해법을 내는 기질이 작동하는 방식, 그 적응의 방식이 서로 다른 두 태도다. 그런데 좌는 기질에서 출발했을지언정 동물적 본능을 넘어서는 지점이 있다. 이성적 추론과 논리적 사고가 작동한다. 근대에 들어 거기에 주석을 달고 체계화하면서 이념의 지위까지 획득하게 된 거야. 그런 의미에서 오늘 우리가 말하는 좌의 체계는 기획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지점에서부터 단순히 기질적 좌가 아니라 하나의 정치 세력으로서의 좌파가 탄생한 거다.
-48쪽

법질서라는 게 애초 사람을 살리려고 있는 건데, 그게 본질적인 법질서의 역할인데, 그 법질서가 사람을 죽였어. 자신이 대통령으로 있는 국가의 국민들이, 그들을 지켜주라고 있는 공권력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고. 그런데 가장 먼저 말하는 게 법질서라는 거. 대통령이 국민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자신들이 지배하고 있는 현 시스템을 먼저 걱정한다는 거. 바로 우의 동물적 반응이지.
-51쪽

복지란 불쌍해서 돕는 게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공동으로 보장해주려는 사회적 염치라는 걸 이해할 수가 없는 거야.
-52쪽

(인천 공항에 관해) 팔 하등의 이유가 없는 걸 팔려고 할 때는, 그게 팔려고 하는 사람들 자신에게 뭔가 이익이 되니까, 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추론이지.
-122쪽

돈 많이 주고 노후 보장해주고 독립시켜놓으면 인간은 스스로 명예로운 일을 하려고 한다고. 거기서 존경을 얻고자 한다고. 검찰 개혁하면 자꾸 거대 담론을 얘기하는데, 그들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뭘 얻고자 하는지, 그들이 스스로 뭘 빼앗겼다고 생각하는지, 뭐가 아쉬운지, 인간적으로 어떤 자괴가 있는지, 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애가 울면 젖을 많이 주면 되는 거야. 그럼 안 울어. 인간은 모두 똑같아. 인간적 욕망과 자괴를 이해해야 문제의 본질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고. 포장에 속으면 안 돼.
-133쪽

우리 모두의 마음 한구석에 노예근성이 있다고. 원래 우리 인간의 삶이란 게 불확실하잖아. 사람들은 이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는 자기보다 큰 존재에게 기대고 싶어 해. 위대한 선지자가 나를 인도해주면, 난 그의 뒤를 따르기만 하면, 삶의 불확실성 앞에서 선택이란 위험 행위를 하지 않아도 되잖아. 그래서 종교도 있는 거잖아. 삼성은 돈의 종교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에서 경제적 메시아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하는 데 성공한 거지. 그 상징화에 사람들이 넘어간 거고. 마치 종교에 넘어가듯. 그래서 그가 우리를 번영으로 인도하실 것이기 때문에, 그가 설혹 실수들을 한다손 치더라도, 우리 스스로 못 본 척하도록 만들어버린 거지. 사실상 정신적 노예지.
-163쪽

그 나이대 청년들이 군대 가지 않고 취직해서 받을 평균 급여를 생각해보자고. 아무리 낮게 잡아도 최소 100만 원대는 될 거야. 그러니까 그 나이대 청년들은,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도, 월 100만 원씩 나라에 내면서 군 복무를 하는 거라고. 이걸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는 말 한마디로 다 덮어버리는 건 대국민 사기지. 그렇게 신성한데 왜 거지 대우를 해. 씨바.
-209쪽

진보 정당은 자기들의 언어를 직접적인 수혜 대상자들에게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방식으로 전달해본 적이 거의 없어. 그사이 실제로 그들이 대변해야 할 계급은 오히려 이명박의 언어에 반응해 지지해버리고.
-221쪽

사람들은 독재자를 싫어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정서적으로 대단히 끌리는 측면이 있어. 독재자는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해서 고단한 삶을, 일정한 삶의 양식만을 허용함으로써 일거에 단순화시키는 미덕이 있다. 나보다 큰 존재가 내 삶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는 거지. 그리고 내가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정확하게 한계 지어줘. 그럼 내가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지만 알면 내가 먹을 수 있는 거의 바운더리가 정해지지. 그래서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지.
-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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