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의 즐거움 - 한국의 대표지식인 스물두 명이 말하는 한국, 한국인, 한국적인 것
주영하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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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마음이란 오랜 세월 속에서 한국인의 삶을 일구고 행동을 낳은, 내면에서 구성적이고 구조화된 힘의 질서를 뜻한다. 마음은 정태적인 무엇이 아니라 동적인 힘을 품고 움직이며, 필요에 따라 어느 때든지 물질적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주체를 끌고 다니는 생명력으로 충만한 실재다. 마음 없는 말이나 몸은 없고, 말이나 몸 없이 이루어지는 삶은 없다. 마음은 나날이 이루어지는 생활의 바탕이다. 따라서 한국인의 마음은 정과 한과 흥에서 솟구쳐 일어서고, 말-살이와 몸-살이로 이루어지는 저마다의 생활양식으로 구체화하는 바탕이요 엄연한 실재다. (장석주)
-15쪽

사회적 약자로 살면서 형성된 내면의 한은 한국인의 마음에서 특화된 정서다. 한은 눌리고 빼앗기며 생겨난 마음의 울혈이다. 이 한이 품고 있는 것은 슬픔과 분노다. 외부로 뻗쳐나가야 할 마음의 기세가 꺾여 그 내부에 앙금으로 쌓인 것이다.(장석주)
-18쪽

종이책의 발명은 지식을 고정시켜 물질화하면서 유통의 편리성을 얻었다. 책의 발명 이후 지식은 거의 대부분 종이책을 통해 유통되었다. 종이책은 자신이 담고 있는 지식을 인간의 머릿속에 복제하면서 같은 지식을 갖는 인간을 만들어내었다. 전근대사회에서 책이야말로 인간을 의식화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강명관)
-69쪽

물리는 사물의 이치이며, 지리는 땅의 이치이고, 윤리는 인간의 이치를 뜻한다.(김교빈)
-115쪽

집에 들어가는 건축 재료도 하나의 객체로서 주체인 나와 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 보았다. 집이 사람 사이의 관계를 투영시키고 대응시키기에 좋은 대상이기 때문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철학을 집에도 적용시킴으로써 그런 철학을 훈련하고, 항시 잊지 않고 마음에 새기는 장으로 활용했다는 뜻이다. 건축 재료를 생명체가 없는 단순한 물질로 보지 않았다. 그 가치와 존재를 존중해야 할 객체로 보았다. (임석재)
-192쪽

연속성이 없는 것은 역사가 아니다. 고조선, 특히 단군조선은 역사로 끌어안을 게 아니라 신화로 취급되어야 한다. 신화를 역사로 취급하면 민족적 자긍심을 주기는커녕 역사적 의구심만 키울 뿐이다. 어느 나라나 건국신화는 있지만 우리처럼 그것을 ‘정식’ 역사로 포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더구나 건국신화에 근대의 산물인 민족주의의 옷을 입히는 것은 허구적인 단일민족의 이데올로기를 조장하려는 지배계급의 의도가 숨어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고 불순하다. (단군신화는 다른 신화와 달리 특이하게도 천지창조에서 시작하지 않고 지배계급이 국가를 이루어 피지배계급을 다스린다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에 더욱 그런 혐의가 짙다.)(남경태)
-219-220쪽

동양 사회에서 지금까지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 부족한 원인은 도덕성이 모자라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역사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남경태)
-227쪽

무엇보다도 과거의 역한 역사를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그 약한 역사의 원인을 분석하고 비판해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역사가 지금까지 미치고 있는 영향력이 있다면 과감히 끊어낼 필요가 있다. 혁명이 부재했던 우리 역사에서는 한 번도 과거와의 단절이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일제강점기의 유제를 완전히 척결하지 못한 것도 ‘잘못된 연속’의 사례다.) 마약을 끊는 고통을 고통이라고 부르지 않듯이, 구체제의 오랜 역사적 폐단을 근절하는 고통은 무용한 고통이 아니다. 역사적 자기비판이 신랄할수록 강국의 마지막 남은 조건은 더욱 힘을 얻을 것이다. (남경태)
-232쪽

범주로서의 한국인을 규정하는 일차적 인자가 문화다. 문화란 한 집단이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코드이며 생존방식이다. 인간의 육체 그 자체는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같아서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문화가 입력되어야 하나의 인간으로 존립할 수 있다. 인간이 없으면 문화가 없지만, 문화 없는 인간도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인간이 된다는 것은 모든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종류의 인간이 되는 것이며, 이 특정한 종류의 인간을 만드는 것이 바로 문화다. (김기봉)
-236-237쪽

인간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가 가진 기억이다. 기억이란 한 주체가 자신의 과거를 현재와 관련짓는 정신적 행위이자 자기 성찰 과정이다. 한 사회도 개인과 마찬가지로 기억을 토대로 하여 집단 정체성을 형성한다. 이처럼 특정 사회를 문화적으로 정초해주는 기억을 독일의 문화학자 얀 아스만은 ‘문화적 기억’이라고 지칭했다. 문화적 기억이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로 기능하여 한국인의 집단적 자아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김기봉)
-237쪽

"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산하>, 이병주)
-240쪽

한국인이란 누구인가는 민족과 같은 혈통이 아니라 문화적 유전자로 해명돼야 한다.(김기봉)
-246쪽

오랫동안 가족이 세상의 최소 단위라는 사고를 지니고 살아왔고, 식민지와 비민주적 체제를 겪으며 사회 시스템이 아니라 가족에 의해 삶의 질이 좌우된 한국 사회에서 가족의 중요성은 다른 어느 나라에 비해 크다. 이런 사회에서 가족의 문제에 대한 대응은 이성적이기보다는 주정적이며 격렬해질 가능성이 높다. 가족의 성원은 분명 내가 아니지만 남도 아닌 존재, 즉 나의 연장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니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으면서, 남도 아니니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존재가 바로 가족이다. 그래서 가족의 죽음, 결혼에 대한 부모의 결사반대, 부모의 파산, 부모형제의 원한 등, 가족과 관련된 사건은 시청자들을 빠르게 높은 감정 상태로 몰아넣기에 유리하다. (이영미)
-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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