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가 이라크에서 참수당했다는 소식이 들린 후 신문과 방송을 비롯한 언론들은 이에 대한 기사를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다. 마치 노무현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의 언론을 보는 듯 오로지 이 사건만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정부는 제대로 협상을 한 것인가? 김선일씨가 31일에 납치됐던 것은 아닌가? 일본은 살렸는데 우리는 왜 못살렸냐? 는 등등의 의문을 제기하며 김선일씨의 목숨을 구하지 못한 것을 정부의 탓으로 돌리는 여론의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나 역시 그를 구하지 못한 정부가 원망스럽다.

 정부는 나름대로 노력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어쩌면 그 노력은 애초에 불가능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협상조건은 '한국군의 파병 철회'였고 우리가 거듭 파병을 재확인하자 그들은 바로 김선일씨를 죽였다. 그들의 조건인 파병 철회가 먹히지 않았는데 더이상의 협상이 진행될리 만무하다. 애초 협상은 불가능했다. 또한 가능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그들이 제한한 시간이 다가왔기에 시간이 촉박했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협상의 성공과 실패여부를 중심으로 삼아 정부를 탓하는 것은 지나치다. 결코 정부의 행위를 감싸려는 것은 아니다. 논의의 중심이 다른 곳으로 이동되는 것을 막고 싶을 뿐이다. "김선일씨의 죽음=정부의 잘못"의 공식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잘못은 누구에게 있는가? '노무현 정부'만이 아닌 국회의제로서 파병을 확정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까지 포함한 '그들'의 잘못이다. 일부 소수 의원들에 한해 파병철회 주장이 나오기는 했지만 그들 대부분은 파병확정에 표를 던졌다. 파병을 철회하라는 사회 곳곳의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 시민들의 의견에도 그들은 눈한번 '깜빡'하지 않았다. 김선일씨의 피랍사실이 알려진 시기에도 그들은 되풀이해 '파병 재확인'만을 했을 뿐 파병철회의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했다. 김선일씨의 죽음의 근본적인 배경은 이라크 파병 확정에 있는 것인 만큼 '이라크 파병'이 중심적인 논제가 되어야 한다.

 <이라크 파병을 철회해야 하는 첫번째 이유>

 이번에 파병하게 되면 미국과 영국에 이어 우리가 세번째 규모라고 한다. 이 정도 됐으면 미국, 영국의 제대로된 꼬봉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부시가 파병하라고 한다고 이에 대한 정당성 여부나 안정성 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부당한 전쟁'에 꼭두각시로 참가하려는 우리는 확실히 그들의 꼬봉이다. 미국이 무서운가? 만약 미국의 말을 듣지 않으면 경제적인 제제가 가해진다거나 하는 등 기타 부수적인 악영향이 있을테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자국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할 정도의 것은 아니라고 본다. 가면 모두 죽느냐? 그렇지는 않다. 가면 죽지 않을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면 그곳에서 우리 군인이 죽을 수도 있고 죽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만약 운이 좋아 아무도 죽지 않는다고 쳐도 우리나라는 그들의 다음 테러 목표가 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파병된 수천명의 군인이 살아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채 테러의 위협에 시달려야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실용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라크 파병 결정은 굉장한 실수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파병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나는 파병안 결정에 찬성표를 던진 국회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열린우리당이여, 한나라당이여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파병안에 찬성을 하는 것인가?


<이라크 파병을 철회해야 하는 두번째 이유>

 이라크에는 핵무기는 당연히 없었고, 핵시설 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또한 911 테러를 자행한 알카에다와는 더욱 연관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알카에다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더 큰 연관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는 이라크를 쳤다. 그가 '불량국가'(재밌는 것은 노암 촘스키는 그의 저서 <불량국가>를 통해 '불량국가'를 지정한 부시의 미국을 '불량국가'로 지정했다는 점이다)로 규정한 나라 중 가장 만만한 상대를 골라 무기력화 시키려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부차적으로 누구는 미국이 이라크의 석유를 노렸네 어쩌네 하는 경제적인 이유를 들지만 그것은 부차적인 전리품 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부시는 '팍스 아메리카'를 실현하기 위해 그들에 적대적인 나라들을 하나 둘 잡아먹으려 했던 것이다. 어쨌든 그리하여 부시는 이라크 침공에 어느 정도 성과를 올렸다. 후세인을 생포했고 이라크 정부를 친미파로 채워넣었다. 주변에서 아무리 정의롭지 못한 전쟁이네 어쩌네 하면서 부시를 압박하지만 부시는 이미 자신의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성공을 거두었다. 다음번 대선에서 부시가 떨어질 것은 불보듯 확실한 일이지만 그는 자기꿈(?)을 이미 이루었다.

 부시 때리기는 이쯤하고 다시 돌아와 이야기를 마무리하자면, 정당한 이유는 커녕 아무런 이유조차 없는 일방적인 이라크 침공에 우리가 합세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가서 미국이나 영국처럼 석유를 얻어 올 것도 아니고, 기타 다른 떡고물도 떨어지지 않는데 왜 가려는지 모르겠다. '평화와 재건'이라는 모토를 내걸기는 했지만 평화와 재선은 안정된 뒤에 민간단체를 보내서 이루어라. 어설픈 천사인 척 흉내내며 군부대 보내면서 무슨 '평화와 재건'을 들먹이는가? 그들에겐 그저 이라크를 먹으러온 군부대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평화와 재건도 상대방이 요청해야지 상대가 원치도 않는데 해주겠다고 나서면 그것도 폭력이다. 다 파괴해놓고 와서 재건해주겠다는건 병주고 약주는 격이다. 병주고 약주는데 상대가 밉지 않겠는가? 원치 않으면 그냥 내비둬라. 나중에 그들이 원할 때 도와주면 된다. 굳이 '미국 시다바리'라는 소리들어가며 파병할 이유는 없지 아니한가?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제 2의 김선일씨가 나타나지 않도록 막는 길 뿐이다. 이라크 파병을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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