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서설 -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
르네 데카르트 지음, 이현복 옮김 / 문예출판사 / 1997년 10월
구판절판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

1규칙 정신에 나타나는 모든 것에 대해 견고하고 참된 판단을 내리도록 정신을 지도하는 것이 연구의 목표이다.

모든 학문은 인간의 지혜와 다름아니고, 지혜가 비록 여러 상이한 대상에 적용된다고 해도 그것은 언제나 동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한 진리의 인식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한 기예를 연마하는 경우처럼 다른 진리를 발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발견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것은 그 자체로가 아니라 지혜에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 가치를 갖고 있는 것임에도 말이다.

우리가 유념할 것은, 이성의 자연적인 빛을 증대시키는 일이다. 그렇지만 이것도 이런저런 학적인 난제를 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각각의 삶의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를 오성이 의지에게 보여 주기 위함이다. -15-18쪽

2규칙 정신이 확실하고 의심할 수 없는 인식을 족히 얻어 낼 수 있다고 여겨지는 대상만을 다루어야 한다.

난해한 대상들에 몰두해서 참된 것을 거짓된 것에서 구별하지 못한 채 의심스러운 것을 확실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연구를 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

발견된 학문들 가운데 위의 규칙을 준수하는것은 오직 산술과 기하학뿐이다.

사물에 대한 경험은 종종 오류에 빠질 수 있는 반면에, 연역, 즉 어떤 하나를 다른 하나에서 끌어내는 순수한 추리는, 주의하지 않을 경우에 가끔 빠트릴 수는 있지만, 오성에 의해 혹은 이성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잘못될 수 없다.

인간이 범하는 모든 오류는 결코 나쁜 추리가 아니라, 넉넉지 못한 경험나을 바탕으로 하거나 성급하고 근거 없는 판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19-22쪽

3규칙 우리가 다루려는 대상에 관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이나 우리 자신이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명석하고 명증적으로 직관되는 것이거나 아니면 확실하게 연역되는 것만을 고찰해야 한다. 오직 이런 방식으로만 지식은 획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물의 진리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 그 판단에 추측이 섞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직관이란 변동이 심한 감각의 믿음이나 그릇되게 그려 내는 상상력의 판단이 아니라 순수하고 주의를 집중하는 정신의 단순하고 판명한 파악이며, 그래서 이렇게 인식되는 것에 대해서는 그 어떤 의심도 품을 수 없는 것이다. 혹은 같은 말이지만, 직관은 순수하고 주의를 집중하는 순수한 정신의 의심할 여지 없는 파악이며, 이것은 오직 이성의 빛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정신의 직관은 확실한 연역과 차이가 있다. 연역에 있어서는 어떤 운동 혹은 연속이 감지되고 있는 반면에, 직관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고, 나아가 직관과는 달리 연역에서는 현전하는 명증성이 요구되지 않으며, 연역의 확실성은 오히려 어느 정도 기억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23-28쪽

4규칙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서는 방법이 필요하다.

맹목적인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는 인간들은 자신의 정신을 종종 미지의 길로 유인하고 있다.

순서 없는 연구와 모호한 성찰은 자신의 빛을 흐리게 하고, 지성을 맹목적으로 만든다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식은 정신의 직관이나 연역에 의해서만 획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변증론이 직관과 연역을 그 보조적인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는 다른 작용들은 이때 무용하고 심지어 장애가 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인간 정신은 어떤 것, 이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신적인 것을 지니고 있으며, 유용한 사유의 씨앗이 이 안에 산재해 있고, 또 이 씨앗은 종종 자생적인 열매를 산출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 씨앗이 비록 아주 무시당하고 또 그릇된 연구에 의해 질식당하고 있을지라도 말이다. -29-38쪽

5규칙 모든 방법은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 우리가 정신의 눈을 돌렬야 하는 대상들의 순서와 배열에 있다. 그리고 우리가 복잡하고 모호한 명제들을 단계적으로 보다 더 단순한 명제로 환원시킨 다음, 가장 단순한 것에 대한 직관에서부터 동일한 단계로 다른 것에 대한 인식으로 나아갈 때, 우리는 이 규칙을 정확히 지키게 된다. -39-40쪽

6규칙 가장 단순한 것을 복잡한 것에서 구별하고, 순서적으로 따라가기 위해서는 사물의 각 계열에 있어, 즉 여기에서 우리가 어떤 한 진리를 다른 한 진리에서 연역한 것들 가운데 어떤 것이 가장 단순하고, 또 다른 것들이 이것에서 얼마나 더, 덜 혹은 같은 정도로 떨어져 있는지를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

보편적인 것은 한편으로 단순한 본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개별적인 것보다 더 절대적이지만,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보편적인 것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개체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더 상대적이다. -41-47쪽

7규칙 지식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계획에 속하는 것은 지속적이고 어디에서도 단절되지 않은 사유 운동에 의해 그 전체 및 각각을 면밀히 검사해야 하고, 충분하고 순서잡힌 열거로 그것을 파악해야 한다.

충분한 열거 혹은 귀납이란 단순한 직관을 제외한 그 어떤 증명 방식보다 더 확실하게 진리를 끌어내는 것만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48-53쪽

8규칙 찾고자 하는 사물의 계열에 있어서 우리 오성이 충분하게 직관할 수 없는 것이 나타나면, 우리는 여기서 멈춰야 하고, 다음 것을 고찰해서는 안 되며, 공연한 수고를 덜어야 한다.

정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우리가 확실히 알기 위해, 또 정신이 그릇되고 쓸모없는 일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것을 인식하기 전에 인간 이성이 인식할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일생에 한 번은 진지하게 고찰해야 한다. -54-63쪽

9규칙 정신은 아주 하찮고 가장 단순한 것으로 완전히 시선을 돌리고, 진리를 판명하고 명확하게 직관하는 데 익숙해질 때까지 그것에 머물러야 한다.

우리가 가장 판명하게 알고 있는 것만큼 판명하게 직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결코 안다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적고 단순한 것을 사유에 의해 동시에 파악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64-67쪽

10규칙 지성이 명민해지기 위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이미 발견한 것을 고찰하면서 연습해야 한다. 이때 우리는 아주 하잖은 인간의 기예들도 두루 살펴야 하는데, 특히 순서를 드러내고 상정하고 있는 것을 살펴 보아야 한다. -68-71쪽

11규칙 우리가 몇몇 단순 명제들을 직관적으로 통찰한 다음, 이것들로부터 어떤 것을 도출하려고 할 때 유익한 것은, 이 명제들을 지속적이고 단절되지 않은 사유 운동으로 두루 살피고, 이것들 간의 상호 관계를 반성해 보며, 가능한 한 동시에 많은 명제를 판명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인식은 더욱 확실하게 될 뿐만 아니라, 정신의 역량 또한 상당히 증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72-75쪽

12규칙 마지막으로 우리는 오성, 상상력, 감각 및 기억이 제공하는 모든 도움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 이는 우선 단순 명제들을 판명하게 직관하기 위함이고, 다음에는 찾고 있는 것을 인식하기 위해 이것을 이미 알려진 것과 올바로 비교하기 위함이며, 끝으로 서로 비교되어야 할 것을 발견하기 위함이며, 그러므로 인간의 역량이 미치는 그 어떤 것도 빠트리지 말아야 한다. -76-97쪽

오성은 상상력에 의해 움직여질 수 있고, 또 반대로 오성은 상상력에 작용을 가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상상력은 운동신경의 힘을 통해 대상으로 향하도록 감각에 작용을 가할 수 있고, 또 반대로 감각은 상상력에 작용을 가하여 그 안에 이른바 물체의 상을 그려 낼 수 있다. 그리고 기억, 최소한 물질적이고 동물의 기억과 유사한 기억은 상상력과 전혀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이 모든 것에서 확실하게 귀결되는 것은, 오성이 물질적인 것 혹은 이것과 유사한 것을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는 어떤 것을 고찰할 경우에는 이런 능력으로부터 전혀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오성이 그것으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도록 감각을 멀리 하고, 가능한 한 모든 판명한 인상을 상상력에서 박탈해야 한다. 그러나 오성이 물체와 관련되어 있는 것을 고찰하고자 한다면, 물체의 관념은 가능한 한 판명하게 상상력 안에 형성되어야 한다. 이를 보다 적절하게 행하기 위해서는, 그 관념이 표상하고 있는 것 자체가 외적 감각에 나타나야 한다. -76-97쪽

13규칙 문제가 완전히 이해되면, 우리는 이 문제에 불필요한 개념을 추상해 냄으로써 가장 단순한 형태로 만들고, 열거를 통해 간으한 한 가장 작은 부분을오 나누어야 한다. -98-105쪽

14규칙 문제는 물체의 실제적 연장으로 전환되어야 하고, 그 전체가 간략한 도형으로 상상력에 제시되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문제는 옷어에 의해 더욱 판명하게 지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106-122쪽

15규칙 이런 방식으로 우리 사유가 보다 쉽게 주의깊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도형을 그려서 외적 감각을 보여 주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에 도움이 된다. -123-124쪽

16규칙 그러나 정신의 직접적인 주의를 요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이 비록 추론에서 필요할지라도, 완벽한 도형보다는 아주 간략한 기호로 나타내는 것이 더 낫다. 이렇게 함으로써 기억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수 있고, 또 우리 사유는 그것을 간직하려고 노력함이 없이 다른 것들을 연역하는 데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5-130쪽

17규칙 어떤 항에 대해서는 알고 있고, 다른 항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무시한 채, 또 참된 추론 과정을 통해 그 각각의 상호 의존성을 직관하면서 우리는 제시된 어려움을 직접 훑어보아야 한다. -131-133쪽

18규칙 이를 위해서는 네 가지 활동, 즉 덧셈, 뺄셈, 곱셈 및 나눗셈만이 요구된다. 그렇지만 곱셈과 나눗셈은 자주 사용되지 않을 것인데, 이는 불필요한 복잡함을 피하기 위함이고, 또 그것은 나중에 더 용이하게 수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134-141쪽

19규칙 이런 추론 방식에 따라, 우리가 어려움을 직접 훑어보기 위해 알려지지 않은 항들을 알려진 것으로 가정한 수만큼 많이,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 크기를 찾아야 한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두 동등한 것들 간의 비교를 그만큼 많이 얻게 될 것이다.

20규칙 등식이 발견되면, 우리가 배제한 활동을 행해야 하는데, 이때 나눗셈이 필요한 부분에서 곱셈을 행해서는 안 된다.

21규칙 이런 등식이 여러 개 있을 때는 하나의 등식, 즉 그 항들이 연속 비례로 된 크기의 계열에서 보다 적은 단계를 차지하는 등식으로 환원되어야 하고, 이 등식의 항들은 이 계열에 따라 순서적으로 배열되어야 한다. -142쪽

방법서설

제1부 학문들에 대한 고찰

우리가 각각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더 이성적이어서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길을 따라 생각을 이끌고, 동일한 사물을 고찰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좋은 정신을 지니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그것을 잘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위대한 영혼의 소유자는 엄청난 덕행을 할 수 있는 반면에 엄청난 악행을 할 수 있으며, 천천히 걷되 곧은 길을 따라가는 사람은 뛰어가되 곧은 길에서 벗어나는 사람보다 훨씬 더 먼저 갈 수 있는 것이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가 무지하다는 것만 점점 더 발견될 뿐 그 어떤 이득도 없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로 많은 의심과 오류에 빠져 곤혹스러웠기 때문이다.

특히 수학에 마음이 끌렸는데, 이는 그 근거의 확실성과 명증성 때문이었다. -146-158쪽

철학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만 말하고 싶다. 즉, 오랜 세월에 걸쳐 뛰어난 정신의 소유자에 의해 철학이 연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철학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이 하나도 없고, 따라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은 하나도 없음을 보고서,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철학을 더 잘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없었다. -146-158쪽

제2부 방법의 주요 규칙들

여러 부분으로 이루어지고 여러 장인의 손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한 사람이 만들어 낸 것보다 완전성에 있어 종종 떨어진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이 사람의 견해를 따라야겠다고 생각할 만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제 나 스스로 나 자신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159-172쪽

제3부 몇 가지 도덕 격률들

만일 내가 따른 길이 나에게 가능한 모든 인식을 확실하게 얻게 해 주고, 또 내 역량 안에 있는 모든 참된 선을 얻게 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나는 내 욕망을 제한할 수 없었을 것이고, 만족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의지는 오성이 선하거나 악하다고 나타내 주는 것에 따라 추구하거나 기피하기 때문에, 잘 행하기 위해서는 잘 판단하면 충분하고, 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즉 모든 덕을 획득함과 동시에 가능한 다른 모든 선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힘껏 잘 판단하면 족한 것이다. -173-183쪽

제4부 형이상학의 토대

나는 신체를 갖고 있지 않으며, 세계도 없으며, 내가 있는 장소도 없다고 가상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상할 수는 없고, 오히려 반대로 내가 다른 것의 진리성을 의심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서 내가 존재한다는 것이 아주 명백하고 확실하게 귀결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184-185쪽

‘제5부 자연학적 문제들’과 ‘제6부 자연 탐구를 더욱 진척시키기 위해 요구되는 것 및 이 책의 집필 동기’는 생략-196-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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