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5월 인도인민당이 정권을 잡은 후) 인도 역사 교육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기원전 2천년 인도 드라비다족을 정복한 아리안족들이 사실은 인도인들이었으며, 이들이 인도로부터 세계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 갔다는 쇼비니즘적인 학설을 제기한 것이다. 나아가 하라파 시대와 그 후의 베다 시대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도 수천 년 전에 존재한 것으로, 인도가 인류 문명의 유일한 요람이며 세계의 다른 어떤 분명보다도 훨씬 앞선다고 주장했다. 고고학의 기초를 허무는 이 입증되지 않은 이론은 교과서로 제작되어 인도 전역의 학교에 배포되기도 했다. -121쪽
구자라트 저역에서 힌두 급진주의자들이 주동이 되어 전개한 무슬림에 대한 복수와 학살은 3개월간이나 지속되었고, 이 와중에 2천여 명의 무슬림들이 목숨을 잃었다. 가장 잔인한 행위는 무슬림 여성과 어린이들에 대한 폭력이었다. 폭도들은 여성들을 강간한 다음 그들의 목구멍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였다. 더욱 끔찍한 것은 경찰들이 옆에 서서 이런 잔인한 행위들을 수수방관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경찰들은 달아나는 무슬림들을 잡아서 폭도들의 손에 넘겼다는 혐의까지 받고 있다. -122쪽
2006년에는 인도 정부가 23.5%로 되어 있던 하위 카스트의 대학입학 특례 비율을 49.5%로 확대하려는 과정에서 큰 저항에 부딪히기도 했다. 당시 하위 카스트 입학 할당제를 극렬히 반대했던 세력은 인도 유명대학의 의과 및 공과대학 학생들이었다. 상위 카스트 출신 학생들이 좋은 직장이 보장되는 이들 대학의 기득권을 하루아침에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146쪽
마라톤 경주에서 상위 카스트나 좋은 가문 출신의 자녀들이 이미 반환점에 서 있다고 한다면, 소외계층 자녀들은 출발선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불공정 게임과 같은 이치이다. 인도 교육 불공정 게임의 근저에는 대부분의 부와 사회적 지위를 소수 상류계급이 독점하고, 이를 대를 이어 세습하려는 이기심이 도사리고 있다. 물론 현재 상황은 과거에 비해 어느 정도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근본적인 대책이나 치유책이 없는 상황이다. -166쪽
인도는 물론 한국에서도 교육의 균등한 기회 보장을 위해 국가의 책임, 사회의 책임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교육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는 국가와 사회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과 대학 발전을 이유로 고등학교까지 서열을 매겨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일부 한국 대학들의 태도는 인도의 비인간적인 교육 양극화를 연상시켜 씁쓸한 심경을 금할 수 없다. -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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