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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생각해 봐! -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걸
홍세화 외 지음 / 낮은산 / 2008년 10월
평점 :
매우 빠르게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출퇴근 길에 주로 책을 읽는 나는, 이 책 한 권이면 퇴근길까지는 충분하려니 생각했는데, 걸어가면서도, 버스에서 손잡이를 붙잡고도, 지하철에서 사람들 틈에 끼어서도 책장을 덮을 수 없었다. 몰입했다. 회사에 도착하기 전 결국 다 읽어버렸다. 이렇게 빨리 읽어도 되는 건가 싶었다. 그 바쁜 출근길 와중에도 가슴이 몇 번이나 먹먹해졌고 코끝이 찡해졌다. 세상이 어쩜 이럴 수가 있을까 싶었다. 부정하고 싶지만 현실이었다.
맨 처음 촛불을 든 여고생들과 그의 친구들에게 바치는 책이다. 비슷한 많은 청소년 서적이 나와있지만 - 우석훈은 <88만원 세대>와 <촌놈들의 제국주의>에서 10대 독자를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지만 청소년들이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 이만큼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승자독식, 공정무역, 기술과 행복, 시와 삶, 공동체, 평화 등 어려운 사회과학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핵심만 간략하게 추려서 아이들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이 책은 불온서적이다. 국방부 기준에 따르면. 아직까지 정신 못차리고 뻘소리 내뱉는 MB의 기준에 따르면, 이 책은 분명 불온서적이다. 한창 감수성 예민한 아이들에게, 한창 공부해서 일류대학 가야할 아이들에게, 한창 공부해서 국가 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잠재적인 '인적자원'들에게, 이 책은 절대 읽어서는 안되는 불온서적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중고등학생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겠다. 그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 중 하나로, 그 중 으뜸으로 추천하겠다. 왜냐하면 이 책엔 우리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감추고자 하는 현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많이 달라보인다. 교과서가 의심스럽다면,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을 믿지 못하겠다면, 왠지 세상은 지금 우리가 달달 외우고 있는 지식과는 달리 전혀 딴판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면, 이 책이 만족스러운 답을 제시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00분 토론에서 활약을 펼친 수의사 우석균은 신자유주의와 FTA가 우리를 어떤 상황으로 몰고가는지를 깔끔하게, 그러나 처절하게 보여준다. 얼마 전 경제 대안 시리즈를 끝마친 우석훈은 그가 내놓은 네 권의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간략히 줄였다. 강수돌은 우리가 먹고, 입고, 마시는 것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가를 알려준다.
이른 아침부터 처 울고 싶었다. 여기 필자로 참여한 이들은 각기 다른 주제로 우리의 현실이 얼마나 처절한지를 꼬집고 있었다. 너무 적나라해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나 많은 부정의와 부도덕이 판을 치고 있는 세상이라니. 사람들은 이 땅이 싫으면 이민을 가야겠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이미 진실을 안 이들마저 이 땅을 떠나버린다면 남은 이들의 삶은 어떻게 될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 좋자고 피하기보다는 부정의의 시정을 함께 요구하며 하나씩 바꿔나가는 게 가장 현명하고 빠른 길이다.
홍세화는 '추천하는 글'에서 간단한 명제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이게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는 우리 어른들이, 그리고 앞으로 세상에 나와 현실을 경험해야 할 아이들이 취해야 할 기본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주어지는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자꾸 의심하고 거꾸로 생각해야 한다. 잠시 멍 때리고 있으면 순식간에 우리의 머리와 가슴은 세뇌되고 조종 당한다.
"1) 나는 생각하는 동물이다. 2) 그렇지만 태어날 때 생각을 갖고 태어난 건 아니다. 3) 지금 나는 무척 많은 생각을 갖고 있다. 4) 그 생각들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 가진 게 아니며 내가 선택한 게 아닐 수 있다. 5) 그럼에도 나는 지금 갖고 있는 생각을 고집하면서 살아간다. 6) 더구나 내 생각 중에 잘못된 게 있어도 나는 그것을 자각하지 못한다. 7) 그러므로, 나는 끊임없이 거꾸로 생각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