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또 촛불집회 다녀왔습니다. 피곤해서 퇴근하고 집에 가서 푹 자려고 했는데, 에이 벌써 열두시 넘었습니다. 나오기 전에 다음뉴스를 클릭해보고는 확 열이받아버려서 광화문으로 직행했습니다. 회사에서 시청까지 오는 노선이 애매한데, 그걸 또 지나쳐버리는 바람에, 광화문으로. 근데 광화문 5호선에 내려서 나오는데, 잘못 나왔습니다. 닭장차 뒷편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나온 것입니다. -_- 도착한 시간이 7시반에서 8시쯤 된거 같았는데, 전경들이 곳곳에 깔려있더군요. 닭장차에 와이어를 달고 열심히 전봇대에 묶고 있었습니다. 만약 시위대가 버스를 끌어당겨 혹시라도 전봇대에 문제가 생기면 다음날 기사 제목은 이렇게 나겠지요. "폭력 시위대 전봇대도 부숴"

  아 시위대 방향으로 가는 길은 너무 멀고도 험했습니다. 가는 곳마다 다 막혀있어서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 기왕에 여기로 나온 김에 퇴근길인 직장인 척하고 - 나 퇴근길인 직장인 맞다 - 가서 가볍게 항의해줬다. 아 왜 길을 다 막아놔가지고, 어디로 가라고!! 저쪽에서 이쪽으로 가래서 왔는데 이렇게 막아버리면 어쩌자는거냐고. 버럭. "죄송합니다. 저쪽으로 돌아가십시오. 우리도 명령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럼 저기서 나오는 아저씨는 뭔데요?" "그 아저씨가 마지막입니다." "에이씨"  요 정도 해주고. 머나먼 길을 돌아 고생 끝에 시위대에 합류했습니다. 근데 광화문으로 나와서 시청으로 가려고 했는데, 나와보니 벌써 사람들이 광화문에 모여있었습니다. 아니 오늘은 광화문에서 시작하나?

  런 것이었다. 오늘은 광화문이 집결지였다. 그것도 모르고 시청으로 갔으면 다시 머나먼 길을 걸어올 뻔했다. 이제 뭐 열세번이나 나가서 시청에서 광화문 걷기는 우리집에서 동네 슈퍼마켓 걷기 정도로밖에 안느껴지지만. 사람들이 무척 많이 모였다. 예전엔 젊은친구들이 많았는데 - 나 같은 - 오늘은 보니 나이드신 분들도 많이 모이셨다. 근데 무슨 단체에서 온거 같지는 않고, 친구분들끼리, 혹은 부부끼리 모여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촛불을 하나씩 들고 계셨다. 나는 늦게(?)가서 촛불을 받지는 못했고, 피켓도 없어서 - 집에 많은데 - 할아버지께 하나 달라고 해서 그거 들고 또 으쌰으쌰 외쳤다. "이.명.박.은.물.러.가.라." 힘이 없고 피곤해도 목소리는 있는 힘껏 내야한다. 그래야 옆에 사람도 따라한다.

  대책회의 근처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지금 뭐하는거냐고, 여기서 이러고 있을때냐고 항의하는 시민들이 점차 늘어갔다. 대책회의는 자리에 주저앉아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정도로 하려고 했는데, 시민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 듣자하니 아고리언들이 일찌감치 경북궁에 집결해서 진입 시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저녁 그 시간즈음엔 이미 다 연행된 상태였다고. 그래서 거기서 돌아온 사람들이 화가 잔뜩 나 있었던 것이다. 대책회의는 집결지를 경북궁이 아닌 덕수궁으로 공지했다고. 나는 이런 것도 몰랐네. 그래서 결국 자유발언을 허용하고 몇몇 사람들의 발언을 듣고는 정해졌다. 경북궁 쪽으로 갑시다. 하지만 일부는 광화문에 남았다. 아니 돌아오는 길에 보니 일부가 경북궁 방향으로 갔다는 게 더 정확하다. 우르르 많이 가서 거의 다 움직인줄 알았는데 그건 극히 일부였다.

  나는 사람들을 따라 경북궁 방향으로 향했다. 금호아시아나 빌딩 지점인가 그렇다는거 같기도 하고. 하튼 그 지역은 수차례 드나들었는데도 지명을 모르겠다. 닭장차 바리케이트 뒤로 하나은행 빌딩이 보였는데, 하튼 그 장소로. 이 닭장차를 어떻게 넘을까 고민을 하는데 벌써 몇몇 사람들이 버스 위에 올라가 깃발을 흔든다. 뭐야. 뭐지. 여긴 왜 이렇게 쉬워. 광화문은 꿈쩍도 안하는데. 경찰이 없나? 이런 생각을 하는데, 정말 이쪽엔 어떤 사람 말에 따르면 한 개 중대도 안 되는 병력이 지키고 있다고. 오 이런 땡큐가 있나. 사람들이 손쉽게 차 위로 올라갔고, 일부는 공사장? 주차장? 하튼 그쪽에서 벽돌과 모래주머니로 계단을 만들어 사람들이 옆으로 올라올 수 있게 해줬다. 나도 이쪽으로 올라갔는데, 여기가 최전방이 될줄이야.  

  오늘은 처음으로 중권이 형을 봤는데 체구가 작더라. 키도, 덩치도. 마른거야 화면으로 봐서 익히 알고 있었는데 키도 생각보다 작았다. 칼라티비 마이크를 들고 수행원(?) 너댓명과 함께 최전방으로 향했다. 중권이형을 봤다는 건 나도 최전방에 있었다는 이야기. -_- 오랫만에 최전방에 서본다. 그러려고 그랬던건 아닌데 언제나처럼 궁금해서 자꾸만 앞으로 가다보니 최전방이었다. 사람들은 이제 시위에 익숙해졌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파악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생각한다.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깃발부대는 앞으로 가 기세를 자랑하고, 새문안교회 주차장쪽으로 올라간 나를 포함한 시민들은 드디어 뚫었다. 닭장차 옆, 주차장 사잇길로 시민들이 돌파했는데, 나중엔 다시 막혔다. 아마도 들어간 시민들은 연행되지 않았을까 싶다.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다양하게 각기 방안을 강구했다. 주차장에서 다시 담 하나를 끼고 주차장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곳에도 역시나 닭장차들이 막고 있었으나 경찰은 없었다. 시민들 일부가 우르르 이곳으로 가서 밧줄로 버스를 끌어내고 틈새를 마련했다. 그리고 뚫은 틈새로 전진하는데 나중에 보니 전경들이 그곳을 막고 있어서 돌파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름 성과였다. 경찰 병력을 분산시켰으니. 그리고 원래 주자창에서는 경찰과 격렬한 대치를 이루고 있었는데, 경찰 측 어딘가에서 주먹만한 돌덩이들이 마구 날아왔다. 최전방에 있는 나는 순식간에 눈 앞에 뭔가가 지나가는 걸 느꼈는데 그게 돌덩이였다. 맞았으면 나 돌아오지 못했다. -_- 나는 맞지 않았지만 계속 날아오는 돌덩이에 몇몇 사람들이 맞았다. 머리를 맞은 사람은 쓰러졌는데 이후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저 놈들이 돌덩이를 먼저 수차례 던지고, 그 이전부터 최루성분이 섞인 소화기를 자주 분사해서 따끔거리고 목이 켁켁 막혔는데, 우리도 이에 대응할 방법을 찾았다. 주차장엔 수도꼭지가 있었다. 호수도. 어떤 시민이 호수를 연결해서 이놈들 있는데까지가서 '귀여운 물대포'로 전경들을 시원하게 해줬는데, 아무래도 수도꼭지 물대포라 위력이 전혀 없고 그냥 '분무' 정도의 효과만 있었달까. 그래도 없는거보다는 나은게 얘네들이 자꾸 젖으니까 방패로 막고 어찌할 줄을 몰라했다. 나는 모래주머니를 나르다가 물대포(?) 공격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중간에서 호수를 사수(?)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최루 소화기가 자주 분사돼서 호수를 사수하기 위해 피할 수도 없고, 계속 목만 켁켁 거렸다는. 호수는 끝까지 사수했다. -_- 이미 이전에 모래주머니 나르다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먼지 범벅되고.

  내가 본 건 여기까지인데, 한창 격렬 대치 상태에서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이렇게 밤을 지샐 각오를 하고 모여있는데, 낼 아침 출근할 몸인지라 - 회사원들도 그곳에 있었을텐데 - 아쉽게 돌아왔다. 나오는 길에 그 전선에서 또 버스끌어당기기가 한창인지라 그거 잠깐 함께하고, 다시 또 걸어나오고. 나오다보니 이젠 광화문 옆길에서 버스 끌어당기기가 한창이고, 광화문 이순신 앞에는 시민들이 꽤나 많이 모여있었다는. 그러니까 내가 있던 곳이 가장 격렬한거 같긴 했는데, 사람 숫자도 적진 않았는데, 광화문엔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돗자리 깔고 죽치고 앉아 촛불을 켜고, 앞쪽에선 목 터져라 구호를 외치고 했다. 이렇게 본 건만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있었는데 또 어느 곳에 전선이 형성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정말 청와대 가나보다 했는데, 지금쯤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다. 내일 아침 오마이뉴스나 민중의소리에 들어가보면 알 수 있겠지. 부디 성공했기를. 명박이 집 대문 앞에서 구호를 외치기를 바란다. 어제 명박이의 진심이 전달되었었지. 다 제압하라는. -_- 그래 사과와 반성은 쇼였다. 몰랐던건 아니지만 쇼라는게 공개적으로 만천하에 드러난 순간이었다. 자기 입으로 쇼임을 증명하다니. 어청수가 진두지휘했던 그때 그 현장의 국가 폭력 사태가 명박이의 진심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명박이는 물러나야 한다. 쇠고기 문제는 아주 사소한 게 되어버렸고, 이 녀석이 물러나야 할 이유는 수없이 들 수 있다 이제. 검찰, 경찰, 언론 동원해서 별 뻘짓을 다 하더만, 이놈이 북한의 김정일 보다 더한 놈일줄이야. 내려와라 언능, 좋은 말 할때. 얘는 나중에 내려오면 어떻게 살려고 그러나. 미국으로 이민가려나. -_-a

p.s.

1. 오늘도 역시나 경북궁역은 무정차 통과시켰대며. 애들이 참 명박이 말 잘 들어요. 오늘은 100만 촛불 집회도 아니라 깔려죽을 일도 없는데 왜 그랬을까? 시민들이 입구에서 깔릴까봐 그랬다고 말하진마라. 명박아. 그냥 탄압했다고 말해.


2. 초딩은 연행했다가(?) 풀어줬다며. 왜. 언론 기사감 될까봐 그랬니. 그냥 잡아가고 기사 한 번 내지 그랬어. 근데 기사는 이미 났다 어떡하냐. 어떻게 초딩을 잡아갈 생각을 하니 이 유딩보다 못한 놈들아. 연행자만 오늘 백명 넘기겠더라. 열심히 잡아들이느라구. 국회의원은 왜 또 잡아가.

3. 주먹만한 돌 덩이 막 던지고, 방패로도 열심히 내리 찍던데. 기사 나가면 볼 만 하겠네? 또 그러겠지. 니네 돌덩이 던지고 방패로 찍은거 다 빼먹고 폭력 시위대 운운 하면서 이거저거 또 만들어내겠지. -_-

4. "한편, 경찰의 방어벽 뒤에 경찰이 동원한 것으로 보이는 포크레인과 불도저가 대기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시민들이 사진 촬영을 하려하자 운전석에 앉아 있던 경찰이 "포크레인도 초상권이 있다"며 제지하자 시민들은 "건설회사 출신 대통령답다"고 비꼬기도 했다." (경향신문)

5. 아침에 확인해보니 전경이 손가락을 물어 50대 남성의 손가락까지 절단됐단다. 그날이 재현됐다. 국가 폭력 사태. 사실상의 계엄령 선포. 방패로 내리찍히고 물대포 맞고 경찰이 던진 돌덩이에 머리 깨지고 강제 연행되며 무자비한 국가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군화짓밟기는 너무 화젯거리여서 이제 안하나? 그럼 이제 방패내리찍기와 손가락 절단으로 화제를 돌려줘야지. 강제연행자가 134명이라고. -_- 감옥을 시민으로 가득 채워라. 나를 잡아가라. 주말에만. 주중엔 일해야하니까. 닭장투어 한번 해볼까?

6. 다음 시위 준비물 : 마스크, 물, 안약, 모기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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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6 0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rm 2008-06-26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곧 함께 하겠습니다. 지금까진 늘 빨리 자리를 떴었는데요. 필요한 건 용기...
대열 어딘가에는 아프님이 계실 거란 즐거운 위안을 떠올리며!

마늘빵 2008-06-26 10:12   좋아요 0 | URL
어? 제대하신건가요? 완전히 민간인 된거에요?

순오기 2008-06-26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뭐라 할 말이 없군요~~~~ ㅠㅠ

마늘빵 2008-06-26 10:13   좋아요 0 | URL
어이가 없음을 넘어갑니다. -_- 할 말이 없는 단계로 한참 지났습니다. 이건 뭐.

마노아 2008-06-26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생 연행 기사는 바로바로 삭제하더라구요. 물대포도 등장했고, 이제 대놓고 발악입니다.

마늘빵 2008-06-26 10:14   좋아요 0 | URL
-_- 언론이 이미 놀아나고 있는데요 뭐. 입맛에 맞게 편집하고 짜깁기하고 왜곡하고 과장하고 소설도 쓰고. 문학공모전하나.

릴케 현상 2008-06-26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장난아니네요

마늘빵 2008-06-26 11:32   좋아요 0 | URL
네.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90%의 시민은 시민으로 보지 않나봅니다. -_-

이런저런 2008-06-27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랑 비슷한 곳에 있었나 보구나.. 난 그날 중권이 형에게 발을 밟혔다능;; >.< v

마늘빵 2008-06-28 00:04   좋아요 0 | URL
오호. 그 동네 있었네. 나는 주차장 안쪽에 있었는데. 호수물대포(?) 있는데에. 주차장 관리사무소(?) 같은 곳에.

Arm 2008-06-27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아직 아니예요. 월요일 아침부로 노예계약 종료입니다.ㅋㅋㅋ 고로 이번 주말 집회에서도 다소 멀찌감치서 구호라도 열심히 외치고 있을게요!! 그리고 아프님, 도와주세요. ㅠㅠ 한겨레신문 구독권유자를 못찾았어요. 기왕 찾은 후에 구독신청을 하고 싶었는데요... 어떻게 주변에 지인이라도?!

마늘빵 2008-06-28 00:05   좋아요 0 | URL
네. 이제 이틀 남았군요. ^^ 한겨레 구독자는... 알라딘에 찾으면 있을텐데 이상하네요. -_- 흐음.

순오기 2008-06-28 15:07   좋아요 0 | URL
제가 댓글 여덟개 달아서 메인으로 뛰웠어요.^^
그런데 주말엔 알라디너들이 잘 안 들어오던데요~ 월욜이나 돼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