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촌수, 변화하는 인간관계 SERI 연구에세이 71
김유정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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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람들 사이의 친밀한 관계는 면대면 접촉 및 교류에 의한 인간 네트워크의 결속력에 의해 형성, 유지된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온라인을 통한 관계도 이에 못지않은 친밀도를 형성할 수 있으며, 특히 높은 친밀도가 요구되는 가족, 친구, 친지 관계도 온라인 접촉(연결)과 교류를 통해 한층 더 돈독하게 유지되고 있음이 여러 연구와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이것은 인터넷이, 면대면 접촉과 유사한 친밀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즉 사회적 정보 전달과 습득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상에서, 이용자들은 적극적으로 자아 표현을 하여 상호간의 긴밀한 유대감을 쌓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과 같이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직접 대면해서 누군가를 만나는 일보다, 업무상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을 통해 교류하는 것이 더 편리할 것이다. -19쪽

비동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동시적 커뮤니케이션을 이용하는 사람에 비해 메시지를 착안하고 구상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하지만 비동시적인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같은 시간대에 의사 교환을 하기 위한 즉각적 반응에 대해 의무감을 갖지 못할 수 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드시 같은 시간대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동시적 기능은 양자가 각자 편리한 시간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유용하지만 제한된 시간 내에서 상대방의 반응을 기대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어서, 엄격한 의미에서 보면 효율적인 상호 교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40쪽

(온라인의 특징을 언급하며) 첫째, 서로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의견 교환이 그만큼 솔직하고, 주고받는 주제나 내용에 보다 정확하게 접근할 수 있다. 둘째, 참여자들은 좀더 자기중심적이 되어 타인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주로 교류를 진행한다. 셋째, 의사 교류를 하는 데 특정 개인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보다 자유로운 상황에서 전개된다. 넷째, 교류 과정을 특정인이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경우가 적어서 보다 평등한 참여가 보장된다. -45쪽

비록 익명이지만 서로 진실로 대하는 것이 관계 유지를 위한 최선책이다. 익명 상태를, 거짓말을 해도 되는 상황으로 잘못 인식하면 안 된다. 익명 상태란, 가면 속에 실체나 진실을 감추고 거짓을 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체를 동원한 자아 노출이 아니라 텍스트에 의한 자아 노출인 것이다. 그러므로 표현한 텍스트가 곧 자신이 되는 것이다. -49쪽

사이버 공간에 참여하는 모든 이용자들은 하나의 똑같은 현상으로 인식되어 모두 동질적인 개인으로서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참여한닫는 것이 중요할 따름이다. 즉, 모든 사람들이 사이버 공간에서는 텍스트상으로 똑같은 기호와 조건을 갖는 동등한 대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사이버 공간이 지각적 사실주의에 의해 주도되기 때문이다. 지각적 사실주의는 실제로 제시되는 것에 따라 느끼기보다는 표현된 텍스트에 대한 해석을 근거로 판단한다. 그래서 사이버 공간에서는 텍스트에 표현된 개념적 해독에 의한 상호 간의 인식에 충실하기 때문에 가시적인 형상에 의한 전형화되고 차별적인 지각을 방지할 수 있다. -63쪽

현실 속의 각 개인은 무리를 짓거나 정착하지 않고 떠돌아다니지만 기기에 의존하여 관계가 맺어지고 통제되므로 스스로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한다. 즉, 각자에 대한 '자급자족'의 개념이 강화된다. 그래서 인간관계는 자연히 내가 구축하는 관계망을 통해 형성된다. 그 관계망에서 내가 무엇을 얼마나 주도해나가는가, 또는 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가에 따라 그 관계의 의미가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인간관계는 개인이 형성한 관계망 차원에서 논의될 것이다. 예컨대 관계망이 확장되었는지 혹은 축소되었는지에 따라 한 사람의 인간관계가 어떤지를 평가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에 따라 개인 중심적인 성향은 증가하고 개인 간의 연락을 위주로 하는 통신 미디어가 더 많이 출현하고 발전하여 개인 중심적인 사인주의는 더 가속될 것이다. -107-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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