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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말로 일한다는 것 - 일이 되게 만드는 소통의 기술
호리코시 요스케 지음, 최주연 옮김 / 프런트페이지 / 2026년 7월
평점 :
같은 말로 일한다는 것
예전에는 근무 시간에 다소 천천히 널널하게 일을 하고 야근을 하면서 오래 일하는 것을 보여줘야만 일을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있었다. 요즘 직장의 모습은 이와 전혀 다르다. 여전히 야근을 해야 일을 많이 하고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 곳이나 상사들도 있지만, 요즘 직장의 모습은 '정해진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일하자’로 요약된다.
내게 주어진 일 외에 더 많은 일을 자발적으로 알아서 하려고 하는 직장인도 줄어들고, 자신의 근무 시간 이외에 초과하여 근무하기를 요구하는 동료나 상사를 받아들이지 않기도 한다. 워크&라이프의 밸런스(일명 워라밸)을 추구하면서 자신의 근무 시간 외의 시간을 침해받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직장 문화에서 예정에 없던 회의, 장시간 진행되는 회의는 환영받지 못한다. 회의는 목적이 분명해야 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효율적인 대화가 오가야 한다.
저자에 따르면 기성세대는 효율화를 "불필요한 것을 없애서 비용을 낮추는 것"으로, 젊은 세대는 "기술을 활용해서 더 스마트하게 일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단어는 같았지만 뜻은 같지 않았다. 철학 컨설턴트인 저자는 조직의 미래가 "어떻게 같은 의미와 이미지로 통하는 공통언어를 만들어갈 것인가?"에 걸려 있다고 본다. 공통언어가 있으면 소통의 어긋남이 줄고 기업 이념이 현장에 뿌리를 내린다. 그 공통언어를 만드는 방법으로 저자가 내놓는 것이 철학적 대화다.
철학적 대화는 철학적 사고와 대화를 합친 것이다. 전제를 의심하고 새 해석을 찾는 사고에, 물음을 주고받으며 경청하고 탐구하는 대화를 붙인다. 저자가 경계하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대화가 '나는 나, 너는 너, 사람은 제각각'으로 끝나는 결말이다. 일터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협력해야 하는 곳이고, 대화는 차이의 확인에서 멈추면 안 된다.
저자가 기대는 개념은 오류 가능주의다. 대화로 만든 합의는 "'그때 그 자리에서의 답'에 지나지 않"고, 새 참가자가 들어오면 흔들릴 수 있다. 그래도 '궁극적으로 합의 가능한 지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태도로 대화를 잇는다. 보편성도 만능의 진리가 아니라 어떤 인식이 "어떤 조건에서, 어느 정도 범위까지 유효하게 작용하는지" 따지는 일로 정의한다. 상대주의와 독단 사이에 좁은 길을 낸 셈이다.
아무도 끼어들지 않고 의문도 없이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유익했다"로 끝나는 것에 대해, 저자는 "조금은 섬뜩했"다고 표현한다. 부드러워 보이지만 실은 서로를 받아들이지 않는 무관심이라는 것이다. 의견을 나열하는 것은 대화가 아니다. 묻고 답하며 말의 뜻을 분명히 하고, 접점과 차이를 드러내야 대화가 된다.
유행어 비판도 같은 선에서 말한다. '헐'이나 '대박'은 "더는 생각하지 않기 위한 장치"로 작동한다. 저자는 가치, 성장, 주체성 같은 회사의 단어도 같은 위험을 안고 있다고 본다.
저자는 경제 불안과 교육 격차, 사회 분열이 "실은 공통언어의 상실이라는 하나의 문제인지도 모릅니다"라고 쓴다. 저자 스스로 유보했지만, 말의 어긋남을 고치는 일과 격차를 줄이는 일은 다른 작업이다. 소통으로 풀 수 있는 문제와 풀 수 없는 문제를 나누는 일도 저자가 말한 '범위를 따지는 보편성'에 속한다.
그래도 이 책의 처방은 작고 구체적이다. "애초에 ~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하라는 것이다. "~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서로가 말하는 의미를 이해하고 합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말을 쓴다고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