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없는 세상에서 나만의 길을 묻다

-정답 없음(김상욱 외 5명, 밀리로드, 2026) 리뷰



물리학 교수이면서 독자에게 감성적으로 다가가는 김상욱 교수를 비롯하여 문화 평론가, 심리상담사, 역사학자, 기자, 에세이스트가 함께 쓴 책이다. 각 장마다 요즘 사람들의 고민이 담긴 질문 하나로 시작하고, 그 질문에 대해 각 필자들이 답을 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제목이 ‘정답 없음’인가 보다.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질문을 설정하고 이에 대해 필자들이 답을 주지만, 정답은 아니며 여러 답 중 하나다, 이런 메시지일 것이다.


나답게 살기 위해 나를 찾고 싶지만 쉽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내 성격이 변하는 것 같다, 흔들리는 자존감을 지켜낼 방법이 있을까, 나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은데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등의 고민은 누구나 갖고 있는 보편 고민이다.


시대를 불문한 인간의 숙제, 철학


참 살아가기 힘든 시절이다. 요즘, 또는 현대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고대에도, 중세에도, 삼국 시대에도, 조선 시대에도,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은 그 시대를 살아가면서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삶은 이렇게 늘 마음 같지 않고 매 순간 스스로 길을 찾고 풀어나가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계속해서 철학을 찾는지도 모른다.


초중고 학창 시절에 우리는 철학을 배우지 않는다. 서양에서는 철학 교육이 중요하게 여겨지지만, 한국은 이념 전쟁, 반공, 국가주의에서 출발했기에 공동체가 늘 우선이었고, 공동체에 나를 어떻게 끼워 맞추며 모나지 않게 살아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왔기에 철학 교육과는 상반된 길을 걸어왔다 생각한다.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초중고 학생들, 그리고 성인들 모두 힘들다. 자존감을 지켜내며 내가 잘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나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쓴다.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40살이 됐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숙제를 안고 있다. 죽을 때까지도 안 풀리는 어려운 숙제다.


먹고사니즘이 아닌 자아의 문제


돈이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은 돈을 벌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만(물론 돈이 많은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은 맞다), 위와 같은 문제들은 돈으로 해결이 안 된다. 우리는 먹고사니즘의 문제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먹고사니즘이 아닌 자아의 문제이다. 그래서 요즘 10~20대 사이에서 “나답게”가 키워드인지 모른다. 그들은 접근법을 알고 있다.


평균의 함정과 서열 의식에 대하여


이 책에 여러 꼭지가 있는데 가볍게 읽을 수 있다. 그중 제일 마지막 꼭지 심리상담가 최재훈이 쓴 글은 모든 글에 밑줄을 그었다. 예전에 비해 덜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국 사회는 아직도 한 가지 기준으로 욕망을 재단한다. 평균의 함정에 빠져 살고, 평균에 도달하지 못하면 실패자인 것 같고, 평균을 넘으면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다고 착각한다. 직업에서도 서열이 존재하고, 심지어 이제는 이과가 문과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을 지니기까지 하고 면전에서 “저런 책이나 읽으니 문과를 갔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SNS에서 모르는 서울대 이과생으로부터 서울대 문과생이 위와 같은 말을 들었다고 올린 글을 봤다).


중소기업 다니면서 삼성을 비판하면 삼성 못 간 사람이 되고, 출판사에서 문학 책을 편집하면 문인이 되지 못한 사람 취급받거나, 사범대를 졸업하고 교육출판 편집자나 강사로 일하는 사람들을 향해서는 교사가 되지 못한 사람들로 여기는 이상한 우월감과 서열 의식을 지닌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삼성 비판한 사람 중에 삼성 지원했던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문인이 되고 싶었지만 문학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거고, 임용 시험에 응시했다가 시험이 안 돼서 다른 길을 택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그들이 실패자인 것은 아니다. 이러한 그들을 그렇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아주 이상한 우월 의식에 빠진 못난 사람들일 뿐이다. SNS에 달린 댓글을 보면 이런 의식에 빠진 못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삶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자신의 삶에서 한 가지 목표만을 위해 달리는 사람도 있고, 여러 가지 길을 만들어놓고 상황에 따라 그중 한 가지 길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전자가 달성한 한 가지 목표에 후자가 들어가지 못했다고 해도 전자가 후자보다 우월할 것도 없다. 또는 후자의 여러 가지 길에는 애초에 전자의 목표가 들어 있지도 않았을 수 있는데, 전자는 이를 가정하고 후자를 바라볼 필요도 없다. 다 쓸데없는 짓이다.


한편 어떤 분야에서는 제로섬 게임의 장이라 욕망과 욕망이 충돌하여 이겨야만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같은 경기에 임하는 동일한 링 안에 들어온 선수들은 그들이 서로 동료이자 경쟁자다. 이 링 안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분명히 있고, 내가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를 넘어서야 한다.


우리 삶은 대개는 이런 제로섬 게임이 아니며, 우리가 하는 일이나 직업에서도 이런 제로섬 게임의 장이 아닌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삶을 제로섬 게임의 장으로 보고, 일이나 직업에서는 그렇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 밀리의 서재에서만 있고 인터넷 서점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책이다. 책의 발행처도 밀리로 되어 있다. 요즘 이렇게 밀리에서만 있는 기획성 글이나 책이 가끔 보인다. 출판사들이 발행하는 책들 중에도 밀리에서 먼저 선보이거나 연재되는 책들도 있다. 아마도 콘텐츠를 먼저 접할 있다는 점으로 매니아들을 붙잡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밀리는 특별하다이런 느낌을 주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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