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 경제적 자유인가, 아니면 불안한 미래인가
새라 케슬러 지음, 김고명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자유라는 이름의 불안, 긱 경제가 가져온 노동의 민낯




변화하는 직업의 개념과 긱 경제의 등장


직업의 개념이 참 많이 바뀌었다. 9 to 6를 기본으로 생각하던 정규직, 또는 계약직 출퇴근자가 여전히 노동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겠지만, ‘대다수’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주변을 봐도 근무 형태도 다양하고, 고용 형태도 다양한 여러 사례를 직간접적으로 만나게 된다.


긱 경제(Gig Economy)라는 용어가 있다. 긱 경제는 사람들이 한 직장에 오래 고용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단기 계약이나 일을 맡아 돈을 버는 경제 형태를 말한다. ‘긱(gig)’은 원래 공연 한 번, 단기 공연을 의미하는 음악 용어에서 왔다고 한다. 이 책은 긱 경제에 종사하는 사람들, 그리고 긱 경제가 어떻게 시작됐고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우버를 비롯한 몇 사례를 바탕으로 살펴본다.


우버가 쏘아 올린 '21세기 새로운 노동'


2008년 프랑스 파리에서 우버의 두 창업자는 기술 컨퍼런스에 참가했다가 밤에 택시가 잡히지 않아 고생했다고 한다. 이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휴대전화 버튼 하나로 근처에 있는 차량을 바로 부를 수 있다면 어떨까? 이 의문이 우버의 시작이었다.


두 사람은 2009년 미국에서 회사를 설립하고, 사업 초기에는 사업에 참여하는 개인들이 고급 검은색 리무진 차량을 몰도록 하였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갖게 되는 시기, 위치 기반 서비스가 널리 이용되던 시기, 두 창업자처럼 택시를 부르고 기다리기 불편해하는 사람들은 이 서비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우버는 차량을 운행할 사람들을 정규직이나 계약직 형태로 자사에 소속된 존재로 보지 않고, 개인 사업자로 설정했다. 우버 서비스에 참여할 개인들을 모집하고, 개인들에게 고급 차량을 구매 또는 리스하도록 하였다. 그들은 개인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세 가지를 강조했다. 당신이 원할 때 앱을 켜고 일할 수 있다, 상사나 회사가 존재하지 않기에 잔소리를 들을 필요도 규율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당신이 노력하는 정도에 따라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자유의 대가: 유연성이라는 이름의 불안정성


사람들은 이러한 형태의 노동을 ‘21세기 노동의 새로운 형태’로 정의 내렸다. 우버는 물론 지금도 운영되고 있는 서비스다. 한국에서는 택시 서비스가 독특한 형태로 매여 있어서 공식적으로 등록된 택시 외의 차량으로 유사한 서비스를 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어서 접할 기회가 없지만,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우버 서비스에 참여한 사람들은, 회사가 말한 것처럼 자유롭게 일하고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노력한 만큼 돈을 많이 벌어갔을까? 명확히 결론 내리지는 않지만, 저자는 여러 개인의 사례를 풀어놓는다. 그들은 처음에는 혹했으나 우버가 서비스 요금을 내리면 수입이 줄어들고, 차량 유지비, 보험료, 유류비 등을 각 개인이 감당해야 하기에 사실상 최저 임금 수준이라고 밝힌다. 자유롭지만 불안정하고 돈을 많이 벌 수도 없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정식 고용한 사람들이 아니니 ‘계속 고용’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유연하게’ 노동력을 조정할 수 있다. 그리고 기업의 입장에서 ‘유연성’은 노동자의 입장에서 ‘불안정성’으로 읽히게 된다.


우리 곁에 스며든 긱 경제와 투잡러들


우버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이와 유사한 형태의 노동은 매우 흔해졌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증가한 오토바이 배달이나 택배의 형태도 그러하다. 이러한 노동 형태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고, 개인은 자신이 투여한 시간이나 노력, 능력 대비 돈을 버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단, 능력이 높고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고 해서 더 많은 돈을 버는 구조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근래 이러한 노동의 형태를 개인이 원하는 경우도 있다. 대개는 일주일 중 특정 요일, 또는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 단시간에 일하고자 하는 투잡러들이다. 메인잡은 따로 있고, 자신의 시간 중 일부를 할애하여 소득을 증가시키고자 하는 이들이다. 영상 편집, IT 개발자 등에서 사례를 접했고, 회사가 아닌 그들 개인이 "저는 밤 12시~새벽 4시까지만 일할래요" 하고 조건을 걸어오기도 한다고 한다.


'직장이 없는 시대', 개인에게 남겨진 숙제


‘직장이 없는 시대’는 직장에 소속되어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적용된다. 그들은 더 이상 이 회사가 나를 평생 책임질 거라는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소속되어 있지만 소속되어 있지 않은 존재, 회사와 내가 계약을 맺었으니 나는 그 대가로 열심히 일하지만 그것은 오직 계약으로 맺어진 관계이기 때문이다. 정규직이냐 계약직이냐도 중요하지 않다. ‘직장이 없는 시대’에 개인은 더 많은 능력을 지녀야 하고, 더 많은 시간을 자기계발에 쏟아야 하며, 자신이 여전히 가치 있는 노동력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 책의 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물음이 있다. ‘경제적 자유인가, 아니면 불안한 미래인가?’ 그리고 뒷표지에는 ‘취업이냐, 창업이냐, 계속 근무할 것인가, 퇴사할 것인가?’라는 물음이 있다. 전자의 질문에 대해 답하자면, 이 책이 출간된 후 약 6년 정도가 지난 오늘의 현실을 볼 때 긱 경제는 경제적 자유를 주기보다는 불안한 미래를 주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리고 후자의 질문에 답하자면, 모든 선택지가 열려 있고 모든 선택지에 대해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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