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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 - 철학자와 심리학자의 인생질문 20 ㅣ Art of Lving_인생의 기술 4
줄리언 바지니.안토니아 마카로 지음, 박근재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최고가 아니어도 괜찮아, 오늘을 살아낸 당신이 걸작이다
철학자 몽테뉴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 채 지나가 버린 하루를 게으름을 피웠거나 낭비해 버린 날이라고 여기는 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후회라고. 그리고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뭐라고? 당신은 오늘 하루를 살지 않았던가? 하루를 살았다는 것은 가장 근본적인 사건일 뿐만 아니라 가장 고귀한 업무이기도 하다. 당신은 삶을 성찰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위대한 일을 해낸 것이다. 우리가 남길 수 있는 가장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걸작은 하루하루를 제대로 사는 것이다. 그 외의 다른 모든 일들은 보조물이고 부가물일 뿐이다.”
하루를 살아낸다는 것의 위대함
그렇다. 우리는 오늘도 하루를 시작했고, 하루를 잘 살아낼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매일매일 그렇게 잘 사는 하루가 쌓이면 된다. 그걸로 족하다.
이 책은 19세기 이후 분리되었던 심리학과 철학이 다시 만나 하나의 주제를 놓고 각자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책이다. 읽으며 어떤 글이 심리학자의 글이고 철학자의 글인지 굳이 구분하기보다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읽으면 된다. 스무 개의 주제 중 가장 멈추어 생각했던 챕터는 7장 '사회적 지위를 향한 갈망', 그리고 12장 '자부심과 자만심의 아슬아슬한 경계'였다.
지위의 불안을 넘어 내면의 가치로
“스토아학파에 따르면, 사회적 지위란 우리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어떤 것이며, 따라서 가치 있게 여길 만한 것이 아니다. … 명성이 중요한 경우는, 우리가 그것을 누릴 만한 자격이 있고, 또 우리가 존중하는 사람이 우리를 높이 평가해 주는 경우로만 한정된다.”
13세기의 성 보나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원숭이는 더 높이 올라갈수록 엉덩이가 더 많이 드러난다.” 이 말을 영장류학자인 프란스 드 발이 후에 또 인용했다. 이 말은 즉,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더 많은 것이 드러나고, 지위가 올라갈수록 숨기려던 것도 더 잘 보인다는 의미이다. 권력과 명예는 인간의 내면을 가리지 못한다. 권력은 특권인 동시에 취약하고, 권력자는 끊임없이 평가받는다. 저자는 우리가 자신이 이룩한 사회적 지위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자부심과 겸손, 그 미묘한 경계에서
또, 자부심과 자만심 챕터를 살펴보자.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느끼지만, 내가 속한 공동체의 구성원이 스포츠 대회 등에서 업적을 냈을 때에도 자부심을 느낀다. 이는 해당 타인과 나를 연결 짓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자부심이 허영심보다는 진정성을 띤 겸손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자부심이란 우리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어떤 대상이 가진 우수성이 자신을 반영하게 될 때 느끼는 모종의 기쁨과 관련”되어 있다. 겸손은 적당한 자부심을 포함하기도 하는데, 어떤 겸손은 거짓된 겸손으로 종종 의심받기도 한다. 타인들이 칭송하지만 나는 그 성취에 대해 진정으로 훌륭하다고 느끼지 않는 경우, 또는 진정 훌륭하다 느끼지만 표현하지 않는 경우 등이 있다. 그 경계는 아주 미묘하다.
우리 사회는 성취를 이룬 타인이 자신의 성취를 자랑스러워하면 그것을 과도하다고 평가하기도 하고 겸손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스스로 잘난 줄 아는 사람에 대해서는 재수 없다고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대단한 업적을 이루었지만 티 내지 않는 사람을 보면 겸손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 것이 거짓된 모습일까?
저자는 “겸손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성취를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성취에서 자신의 역할을 과대평가하지 않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타인들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여겨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대화 과정에서 자신의 공헌도를 대단치 않은 것인 양 말해야” 사람들은 그 사람을 겸손하다고 평가한다.
한편으로는, 자기 홍보의 시대이기에 이러한 겸손이 덕목으로 요구되면서도 자신의 업적을 드러내고 자랑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게 되었다고도 말한다. 드러내면 겸손하지 않다고 욕하고, 드러내지 않으면 자기홍보가 안 되는 모순적인 현실에 살고 있는 것이다.
줄리언 바지니를 추천한다
삶의 의미, 통찰, 후회, 낙관과 비관, 외모에 대한 관심, 이성과 직관, 올바른 감정 사용법 등 다른 챕터들도 우리가 모두 삶에서 경험하고 고민하는 주제들이다. 출간된 지 오래되어 절판 상태이지만, 밀리의 서재에는 있다. 매일매일 삶과 투쟁하며 속 시끄러운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와중에 잠시 쉬어가려고 읽었다. 줄리언 바지니의 책은 여러 권 번역되어 국내에서 출판되었다. 다른 책들로 독서를 이어가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