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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 - 어떻게 성과를 높일 것인가
앤드류 그로브 지음, 유정식 옮김 / 청림출판 / 2018년 6월
평점 :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고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1983년 초판 발행 이후,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해 1995년 개정판이 나왔다. 그로부터 다시 30년이 흐른 2025년 지금, 이 책은 조직 문화를 다룬 고전 중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실무형 관리자를 위한 세밀한 공정 지도
이 책은 추상적인 조직 문화론이라기보다, 중간 관리자가 수행해야 할 역할을 아주 세밀하게 알려주는 지침서에 가깝다. 저자는 관리자의 마음가짐을 모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관리자의 행동과 과정을 마치 상품을 기획하고 공장에서 조립하는 공정처럼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카페에서 토스트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려 손님에게 내는 과정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만 봐도, 책 전반이 얼마나 실무 중심적으로 서술될지 가늠할 수 있다.
AI의 출현으로 많은 이들이 조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직무로 중간 관리자를 꼽는다. 신입 사원의 자리는 축소되고 관리자의 역할은 모호해지는 시대다. 이런 시점에 관리자의 본질을 논하는 이 책이 과연 유효한가 하는 의심이 들 수도 있다.
왜 지금 다시 앤드루 그로브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여전히 강력한 인사이트를 준다. 본래 중간 관리자를 타깃으로 쓰였지만, 연차가 쌓여 동료들과 프로젝트를 이끄는 실무형 리더나 효율적인 조직 구성을 고민하는 경영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리더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언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결정 전에 누구와 상의하고, 그 결정에 대해 누가 동의하거나 거부권을 가질지를 명확히 설계해야 한다. 인텔의 CEO였던 저자는 일을 하지 않는 이유를 딱 두 가지로 정의한다. 할 수 없거나(능력 부족), 하려고 하지 않거나(동기 부족). 결국 관리자의 핵심 임무는 교육을 통해 능력을 키워주거나, 동기를 부여해 성과를 끌어내는 일로 귀결된다.
관리자는 '환경을 만드는 코치'가 되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동기 부여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다. 동기는 타인이 강제로 주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개인의 내면에서 발생하는 것이기에, 리더의 역할은 ‘동기가 충만한 직원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최근 읽은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를 다룬 책 『파워풀』, 『규칙 없음』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인재 밀도를 높여 열의 넘치는 동료들로 주위를 채우는 것이 곧 최고의 동기 부여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관리자가 '코치'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코치는 팀의 승리에 대해 사적인 감정보다는 객관적이고 엄격한 태도를 유지해야 하며,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가 과거에 훌륭한 실무자였어야 한다. 실무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관리자는 팀원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고,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채용과 면접, 미래의 성과를 추측하는 기술
책은 면접의 기술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다룬다. 면접의 목적은 단순히 사람을 뽑는 것을 넘어, 회사를 알리고 서로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과정이다. 저자는 지원자의 과거 성취와 실패,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배움을 집요하게 확인하며 미래의 성과를 추측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기술적 지식과 스킬이 있는가?
• 과거의 성취와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가?
• 새로운 직무를 수행할 준비가 되었는가?
여전히 유효한 하이 아웃풋의 원리
책을 덮고 나면 왜 제목이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인지 선명하게 이해된다. 조직 운영을 공장의 생산 공정에 비유해 품질과 효율을 높이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지금 봐도 매우 신선하다. 세월이 흘러 도구는 변했을지언정, 사람과 성과를 관리하는 본질은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덧) 퍼블리의 전 대표 박소령의 "실패를 통과하는 일"에 언급된 책들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