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플레져 > 괜찮아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 버릴까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젠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詩  한 강





Miyo Nakoj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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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레져 > 그놈의 커다란 가방때문에

그놈의 커다란 가방 때문에



남편은 내가 끌고 다니는 커다란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 있나 궁금해서 결혼했고
나는 남편이 내가 지고 다니는 커다란 가방을
받아주는구나 착각해서 결혼했고
결혼하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좀 더
커다란 가방만을 원했고
남편은 내가 온갖 잡동사니 쑤셔 넣고 다닐까
더 커다란 가방을 못 사게 하고
툭하면 좀 더 커다란 가방 때문에 다투면서도
나는 남편에게 더 커다란 가방이 왜
필요한지 이해시키지 못했다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헤어지지 못하고
남편은 내가 자기랑 헤어지고 더 커다란 가방을
끌고 다닐 꼴을 못 봐서 헤어지지 못하고
오나가나 그놈의 커다란 가방 때문에
만난 우리는 그놈의 커다란 가방 때문에
헤어지지도 못하고

詩 성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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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레져 > 그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그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아래층에서 물 틀면 단수가 되는
좁은 계단을 올라야 하는 전세방에서
만학을 하는 나의 등록금을 위해
사글셋방으로 이사를 떠나는 형님네
달그락 거리던 밥그릇들
베니어 판으로 된 농짝을 리어카로 나르고
집안 형편을 적나라하게 까 보이던 이삿짐
가슴이 한참 덜컹거리고 이사가 끝났다
형은 시장에서 자장면을 시켜주고
쉽게 정리될 살림살이를 정리하러 갔다
나는 전날 친구들과 깡소주를 마신 대가로
냉수 한 대접으로 조갈증을 풀면서
자장면을 앞에 놓고
이상한 중국집 젊은 부부를 보았다
바쁜 점심시간 맟춰 잠 자주는 아기를 고마워하며
젊은 부부는 밀가루,그 연약한 반죽으로
튼튼한 미래를 꿈꾸듯 명랑하게 전화를 받고
서둘러 배달을 나아갔다
나는 그 모습이 눈물처럼 아름다워
물배가 부른데도 자장면을 남기기 미안하여
마지막 면발까지 다 먹고 나니
더부룩하게 배가 불렀다,살아간다는 게


그날 나는 분명 슬픔도 배불렀다.


詩 함민복



Photo : 플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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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치료의 실제
Kathleen Adams 지음, 강은주 외 옮김 / 학지사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보면 펜을 들고 싶어질 것이다. 

이 책은 <저널치료>에 소개된 기법들을 활용하여 10일간 실제로  이 책을 저널 삼아 자아를 찾아가도록 돕고 있다.  저널치료를 함께 읽으면 좋지만 이 책만으로도 저널을 써갈수 있도록 각 장마다 간단한 안내를 하고 있다. 

적합한 비유는 아니지만 한 권의 문제집(물론 전부 주관식임^^)처럼 모두 내가 채워가야 한다. 하지만 여러가지 정답이 없는 질문들에 또는 제시된 주제, 방법에 따라 꾸준히 글을 써가다 보면 나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고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1일 문장완성하기로 시작하여 지루하지않은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어 얼른 빈칸들은 채우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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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치료 - 자아를 찾아가는 나만의 저널쓰기
Kathleen Adams 지음, 이봉희.강은주 옮김 / 학지사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놀이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독서치료...치료라는 말이 너무도 흔해진 세상 그만큼 아픈 사람들이 많다는 거겠지...그런데 저널치료는 또 뭔지...

하지만 저널치료는 새로운게 아니었다. 내가 울적할때 일기장에 끄적거리던 거 그게 저널치료였다. 저널은  다이어리란 말보다 더 개인적이고 내적인 글을 뜻한다 한다. 치료라는 말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누구나 쉽게 지금 당장, 펜과 종이만 있으면 혼자서도 가능한게 저널치료의 장점이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의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다.

이 책에서는 글쓰기를 통하여 자아를 찾아가는 여러가지 방법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인물묘사'나, 나와, 다른 대상과의 상호작용형식으로 기술하는 '대화' 기법, '보내지 않는 편지'(나도 전에 시어머니에게 쓴 적이 있었는데 효과가 있었다.^^) "등 흥미를 갖게하는 기법들도 많다.

이 책을 통해 저널치료 기법에 대한 개념을 익히고 '저널치료의 실제'라는 책을 가지고  직접 스스로를 '치료'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나를 알아가고 나를 사랑하고 내 삶을 긍정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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