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 CEO - '엄마'라는 이름의 위대한 경영자
강헌구 지음 / 쌤앤파커스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누구든 좋은 엄마가 되고자 한다. 하지만 좋은 엄마가 되기는 쉽지않다. 우선은 무엇이 좋은 엄마인가부터 혼란스럽다. 아이의 앞날을 위해 앞에서 끌어주는 것이 좋은 엄마인지, 스스로 제 갈길을 찾아가도록 뒤에서 밀어주는 것이 좋은 엄마인지, 나의 갈 길을 성실히 가며 아이에게 좋은 본을 보여주는 것이 좋은 엄마인지...참 어렵고 각 사람마다 다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창의성을 키워주어야 하는지, 튼튼한 영어 실력을 키워주어야 하는지, 남을 배려하고 봉사하는 것을 가르쳐야 하는지...

자녀에 대한 꿈이 어떠하든 모두가 '엄마'이다. 아이를 책임지고 양육해야할 '엄마' . 이 책에서는 이미 아버지의 시대는 가고 엄마가 가정의 최고 경영자임을 말한다. 맘CEO! 한편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한다.

사실 이런류의 책을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처음에는 좀 거부감이 들기도 했었다. 나를 몰아가는 듯한 책. 자꾸 무엇을 하라고 권하고 나의 생각을 조직화하려는 책. 하지만 책을 읽어가며 사실 이런 책이 나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늘 뜬 구름을 잡듯 이상적인 것을 꿈꾸면서도 계획과 실천이 부족한 나에게 이 책은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실천해갈 것인지 생각하게 하고 방법들을 안내해준다. 

나와 우리 가족이 추구해야 할 가치, 그리고 그것을 심어주기 위한 나의 행동과 방법들을 생각하게 해준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를 두고 많이 혼란스러웠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할지...그 이유가 무엇보다 나의, 그리고 가족의 비전이 확립이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었음을 깨달았다. 쉬지않고 앞만 보고 달려 가는 사람들 속에서 우선은 방향을 잘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잘 뛰는 것도 가르쳐야 하겠지만...   

선물하려고 구입했던 책이지만 표시 안나게 열심히 보고 있다. 함께 받은 다이어리는 책에서 말한 내용을 하나하나 기록하며 되짚어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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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밥헬퍼 > 약속이 늦겠다는 연락을 받은 뒤 꺼내 읽은 詩-곽재구 '바닥에서 아름답게'

이제 막 스리랑카에서 KOIKA(국제봉사협력단)임기를 마치고 돌아온 00가 30분 늦겠노라고 연락을 해왔다. 기다리다가 시 한편 읽어 볼 요량으로 책을 찾는다. 웬걸,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그러다 문득 눈에 띈 것. 곽재구시인의 '沙平驛에서'. 이리저리 뒤적이다 한 편 읽는다.

  바닥에서 아름답게

                                             곽재구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날은 올 수 있을까

미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채

그리워진 서로의 마음 위에

물먹은 풀꽃 한 송이

방싯 꽂아줄 수 있을까

칡꽃이 지는 섬진강 어디서나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한강변 어디거나

흩어져 사는 사람들의 모래알이 아름다워

뜨거워진 마음으로 이 땅 위에

사랑의 입술을 찍을 날들은

햇살을 햇살이라고 말하며

희망을 희망이라고 속삭이며

마음의 정겨움도 무시로 나누어

다시 사랑의 언어로 서로의 가슴에 뜬

무지재 꽃무지를 볼 수 있을까

미장이 토수 배관공 약장수

간호원 선생님 회사원 박사 안내양

술꾼 의사 토끼 나팔꽃 지명수배자의 아내

창녀 포졸 대통령이 함께 뽀뽀를 하며

서로 삿대질을 하며

야 임마 너 너무 아름다워

너 너무 사랑스러워 박치기를 하며

한 송이의 꽃으로 무지개로 종소리로

우리 눈 뜨고 보는 하늘에 피어날 수 있을까

                                                                                         <미발표> 『沙平驛에서』2004, 개정판 19쇄

...............................

시의 끝 부분에서 멋 적은 웃음이 난다. 마치 '개그콘서트'를 보는 듯한  분위기.

'야, 임마 너, 너무 아름다워'. '너 너무 사랑스러워 박치기를 하며'

그렇다. 웃음이 가득한 세상이야말로 아름답다. 

웃음 가득한 세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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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밥헬퍼 > 장석남의 詩-살구를 따고

 

 

 

 

 

장석남, 왼쪽 가슴아래께로 온 통증, 창비시선 204, 창작과 비평사, 2001

 

살구를 따고

내 서른여섯 살은 그저 초 여름이 되기 전에 살구를 한 두어 되 땄다는 것으로 기록해둘 수 밖에는 없네. 그것도, 덜어낸 무게 때문에 가뜬히 치켜올라간 가지 사이사이 시들한 이파리들의 팔랑임 사이에다가 기록해둘 수밖에 없네.

살구나무에 올라

살구를 따며

어쩌면 이 세상에 나와서 내가 가져본 가장 아름다운,

살구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손아귀를 펴는 내 손길이

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나무 위의 한결 높다란 저녁을 맞네

더이상 손닿는 데 없어서

더듬어 다른 가지로 옮겨가면서 듣게 되는

이 세상에서는 가장 오랜 듯한, 내 무게로 인한

나뭇가지들의 흐느낌 소리 같은 것은, 어떤

지혜의 말소리는 아닌가

귀담아 들어본다네

살구를 따서 쥐고는 그 이쁘디이쁜 빛깔을 잠시 바라보며

살구씨 속의 아름다운 방을 생각하고

또 그 속의 노랫소리, 행렬, 별자리를 밟아서

사다리로 다시 돌아와 땅에 닿았을 때 나는

이 세상을 다시 시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 서른여섯 살은 그저 지나간 어느 저녁

살구를 한 두어 되 따서는 

들여다보았고 기록해두는 수 밖에는 없겠네

.........................................

내 나이 서른 여섯에 나는 인도를 여행한 적이 있다.  2주간에 걸친 짧은 여행이었지만 나는 제 때에 돌아오지 못할 상황까지 경험하면서 인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인도는 컴컴하고 낯설었다. 그러나 이것이 인도가 쉽게 생각하는 낮은 땅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들의 고유한 색깔이 흑빛이었고, 투박했다는 것이었다 .

그런데 나는 그  때의 내 경험을 글로 남겨두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아마도 그 기억이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기록해 두지 못한 그 날의 일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하다. 그 검고, 텁텁한 땅의 냄새와 거리, 사람들이 말이다. 

캘커타 대학 앞에는 포장마차 서점이 즐비하다. 대학가 담장을 끼고 이 작은 포장마차 서점은 저마다 역사를 팔고 있었다. 그 앞에 선 사람들은 20대의 젋은 학생들이다. 거기서 들은 인도의 역사를 깨알같은 그림글씨로 적어놓은 단행본을 우리가 떡복이 먹듯이 죽치고 앉아 훓어먹고 있었다. 그들은 책을 여유있게 살 수는 없었지만 책을 마음 풀고 읽을 수 있는 자리는 넉넉했다. 요즘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나는 그 때 내 나이 서른 여섯에 그 나이 스물의 젊은이들을 보면서 내 삶의 무게를 재어볼 기회를 가진 셈이었다.

그 때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는 여기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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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H > 보들레르 - 취하게 하라

 

 

 

취하게 하라. 언제나 너희는 취해 있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거기에 있다. 그것이 유일의 문제다.

너희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너희를 지상으로 누르고 있는

시간의 끔찍한 짐을 느끼지 않으려면

너희들은 여지없이 취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에 취하는가?

술에건, 시에건, 미덕에건, 그건 좋을 대로 하시오.

다만 취하기만 하라.

그러다가 궁전의 계단에서나 도랑의 푸른 풀 위에서나

당신 방의 음침한 고독 속에서 당신이 깨어나

취기가 이미 덜하거나 가셨거든 물어보라.

바람에게, 물결에게, 별에게, 새에게, 시계에게,

지나가는 모든 것에게, 울부짓는 모든 것에게,

굴러가는 모든 것에게, 노래하는 모든 것에게,

말하는 모든 것에게 몇 시냐고 물어보라.

그러면 바람이, 물결이, 별이, 새가, 시계가 대답해 주겠지.

"취할 시간이다! 시간에 구애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노상 취해 있으라.!

  술에건, 시에건, 미덕에건, 당신 뜻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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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자국과 깊이

                                             오규원

 

어제는 펑펑 흰 눈이 내려 눈부셨고

오늘은 여전히 하얗게 쌓여 있어 눈부시다

뜰에서는 박새 한 마리가

자기가 찍은 발자국의 깊이를

보고있다

오늘은 자기가 찍은 발자국의 깊이를

직접 볼 수 있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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