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꽃나무

꽃 피던 짧은 날들은 가고
나무는 다시 평범한 빛깔로
돌아와 있다
꽃을 피우지 못한 나무들과
나란히 서서
나무는 다시 똑같은 초록이다
조금만 떨어져서 보아도
꽃나무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된다
그렇게 함께 서서
비로서 여럿이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들고
마을 뒷 산으로 이어져
숲을 이룬다
꽃 피던 날은 짧았지만
꽃 진 뒤의 날들은 오래도록
푸르고 깊다

도종환 <슬픔의 뿌리>
* 가끔은 꽃다운 시절은 다 갔다는 생각이 들어 아프기도하다
 하지만 아직은 시들고 마르지는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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