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사 근처

도종환

한때는 머리를 깎고 싶었네
산사의 물소리만 듣다 왔지만
모든 걸 버리고 훌훌 떠나고 싶었네
풍경 소리에 젖다가 돌아왔지만

버린다 버린다는 건 마음뿐
거처를 옮길 때면
이삿짐만 더 늘었네

터럭 한 올 뽑혀도 소리를 지르고
낡은 의자 하나도 남이 먼저
앉을까 봐 조마조마하면서
무얼 버릴 수 있단 말인가

버린다 버린다는
생각 하나 더 품고
살아가는 거지
오늘처럼 절 주위나 맴돌다 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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