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 킹은 내가 큰 아이에게 가장 먼저 사준 애니매이션 비디오이다. 엘튼 존의 음악을 배경으로 시작하는 첫 장면이 강한 인상을 주었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상처를 딛고 성장하는 심바의 모습이 감동적으로 남아있었기에 이 영화를 아이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대사를 외울정도로 반복해서 보는 아이 옆에서 나도 여러 번 보았지만 심바가 태어나 많은 동물들의 경배를 받는 장면과 이 때 흐르는 "circle of life"는 아무리 반복해 보아도 질리지 않았고 아버지 무파사가 죽는 장면은 볼 때마다 늘 가슴이 저렸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심바가 ‘하쿠나 마타다’라며 인생을 흘려 보낼 때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지만 그런 시간이 심바의 상처를 어느정도 치유한 점도 있다고 생각된다. 내가 손 쓸 수 없는 일은 포기할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지혜니까.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며 모든 삶에는 ‘책임’이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심바는 동물의 왕으로서의 책임이, 그리고 우리 각자에게는 나름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들이 있겠지하는 생각이 인생을 즐기면서만 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느끼게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역할은 원숭이 라피크이다. 자신의 참 모습을 알지 못하는 심바에게 찾아와 상처를 치유해주고 꿈을 찾게 해준 라피크의 모습에서 나의 미래의 모습을 찾아보게 된다.
이 영화의 마지막은 심바의 아들이 태어나고 또 다시 동물들의 경배를 받는 첫 장면과 같은 설정으로 끝을 맺는다. 부모의 품을 떠나 자기의 길을 가고 또 자식을 낳고 그를 떠나보내는 ‘circle of life’는 부모로서의 역할이 버겁게도 느껴지는 나에게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한다. 지금은 오로지 나에게 의지하고 있는 두 아이가 내 품을 떠나 자기의 길을 갈 때가 오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나도 부모에게서 배운 가치관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듯 내 아이들에게도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물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있을 때 잘해’야 겠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이 영화를 보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심바와 삼촌 스카가 화해를 하지 못하고 끝을 맺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끝까지 악한 사람이 존재하고 그런 사람은 댓가를 치러야하는 게 현실이겠지만 ‘스카’야말로 영원한 2인자라는 콤플렉스에 대한 치유가 필요한 역할이었다고 생각되었기에 벼랑 아래로 떨어질 때 많이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막상 내 앞에 이런 사람이 있어 나를 괴롭힌다면 그런 생각을 갖기는 어렵겠지만.
‘라이온 킹은’어린이용 만화라는 편견을 깨고 나에게는 여러 가지 생각거리와 깨달음을 던져준 좋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