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역에서

                                             정호승

너를 기다리다가

오늘 하루도 마지막 날 처럼 지나갔다

너를 기다리다가

사랑도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바람은 불고 강물은 흐르고

어느새 강변의 불빛마저 꺼져버린 뒤

너를 기다리다가

열차는 또다시 내 가슴 위로 소리없이 지나갔다

우리가 만남이라고 불렀던

첫 눈 내리는 강변역에서

내가 아직도 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나의 운명보다 언제나

너의 운명을 더 슬퍼하기 때문이다

그 언젠가 겨울산에서

저녁별들이 흘리는 눈물을 보며

우리가 사랑이라고 불렀던

바람부는 강변역에서

나는 오늘도

우리가 물결처럼

다시 만나야 할 날들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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