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그저 책을 읽는 내가 이런데 실제로 겪고 그것을 다시금 떠올리며 글을 쓴 작가는 어떠했을까. 그리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또 부모님들은...지나고 보니 아름다웠다? 견딜만 했다? 그렇진 않았나보다. 아직까지도 그 '지겨운' 이념 논쟁이 그치질 않는걸 보면.

초등학교시절 배운 기념일 노래중 가장 기억에 남는건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로 시작하는 6.25기념 노래이다. 비장미가 넘치는 곡조와 처절(?)한 가사가 웬지 멋있게 느껴지고 마음이 울렁거리게 했었다.   

내가 아는 6.25는 그것 뿐이었다. 할머니나 부모님도 특별히 전쟁을 겪은 일을 생생하게 이야기해 준 기억도 없었고 ...생각해보니 어릴때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은 '전쟁과 소년'이란 책이 있긴 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며 6.25와 휴전 이후의 상황을 생생하게 읽었다. 이 땅에서 정말 이런 일이 있었었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전쟁이란게 이런 거구나. 당시 최고의 지성인이라 할 수 있는 '서울대학생'이 먹고 살기 위해 이 집 저 집, 빈 집을 따고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것, 폭격에 맞아서가 아니라 어느 편에 손을 흔들어주었느냐에 따라 목숨이 왔다갔다 할 수 도 있는 것. 그리고 우리의 구원자 미군에게서 느끼는 동경과 굴욕감.

작가의 감수성이 예민할 때 겪은 일이어서인지 사건 하나하나가 섬세하게 마음에 와 닿았고 이 땅의 역사에 대한 나의 무지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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