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선집 1
김종철 엮음 / 녹색평론사 / 199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그동안 내가 빨리 완공되기만을 기다리던 길이 둘 있었다. 하나는 사패산을 통과하는 외곽순환도로이고 하나는 제2 김포대교이다. 여지껏 관통된 산이 한두개인가, 오랜 기간 동안 공사를 방해한 환경단체들, 자기들이 그 길로 출퇴근해야 한다고해도 저럴까...게다가 김포대교 착공되는 곳은 철새 도래지인지 무슨 서식지라나. 사람이 먼저지, 새가 뭐라고...다행히(?) 두 공사가 무리없이 진행되어가고 있는데 어쩐일인지 내 마음은 그새 달라져버렸다. 다 녹색 평론과 관련된 책 몇 권을 읽은 탓이다.

처음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건 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내 아이만은...하는 마음에서였다. 물론 지금도 결국은 우리가 다 제대로 살아야한다는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우리의 범위가 많이 확장되었다고할까.

나를 의식화한 책 중 특히 녹색평론선집은 나를 둘러싼 많은 것들에 대해 정보와 더불어 생각 거리와 할 거리를 안겨주었다. 이 책 안에는 참 여러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컴퓨터를 쓰지않겠다,자동차를 소유하지않겠다,쇠고기를 먹지않겠다...하는 사람들, 땅을 어머니로 짐승들을 형제로 여기는 인디언들,인류의 형님을 자처하며 아우들의 파과적 삶을 경고하는 코기인들, 그리고 꿋꿋이 나무를 심는 사람까지. 하지만 그들은 단지 엉뚱한 사람들이 아니었다.또한 이상주의자들도 아니다. 이 책에 '작은 행성을 위한 식사'라는 글을 쓴 프란시스 무어 라페는 '지구의 위기를 인식하고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우리 자신의 힘을 깨닫고 있는 우리들이야말로 현실주의자' 라고 말한다. 컴퓨터를 쓰지 않겠다는 웬델 베리는 소로우의 말을 빌어 이야기한다. '왜 누구라도 옳은 일을 하기 위해 다른 모든 사람들이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가?'라고.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이처럼 많은 것들을 망쳐 놓을 수 있다니. 하지만 그렇기에 또한 많은 것들을 살릴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머리와 기술이 아닌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겸손함으로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우선 각자의(나의!) 생활에서의 작은 실천에서 시작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