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나는 왜 아침 출근길에
  구두에 질펀하게 오줌을 싸놓은
  강아지도 한마리 용서하지 못하는가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구두를 신는 순간
  새로 갈아 신은 양말에 축축하게
  강아지의 오줌이 스며들 때
  나는 왜 강아지를 향해
  이 개새끼라고 소리치치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가
  개나 사람이나 풀 잎이나
  생명의 무게는 다 똑같은 것이라고
  산에 개를 데려왔다고 시비를 거는 사내와
  멱살잡이까지 했던 내가
  왜 강아지를 향해 구두를 내던지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는데
  나는 한마리 강아지의 마음도 얻지 못하고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진실로 사랑하기를 원한다면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윤동주 시인은 늘 내게 말씀하시는데
  나는 밥만 많이 먹고 강아지도 용서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인생의 순례자가 될 수 있을까
  강아지는 이미 의자 밑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강아지가 먼저 나를 용서할까봐 두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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