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  터

                                                           김경미

 하루 종일 사진 필름처럼 세상 어둡고 몸 몹시 아프다

마음 아픈 것보다는 과분하지만 겨드랑이 체온계가

초콜릿처럼 녹아내리고 온 몸 혀처럼 붉어져

가는 봄비 따라 눈빛 자꾸 멀어진다 지금은

아침인가 저녁인가 나 죽은 것인가 산 것인가

 

빈 옷처럼 겨우 일어나 창 밖을 내다본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온갖 꽃들이 다 제 몸을 뚫고 나와 눈부시다

나무들은 그렇게 제 흉터로 꽃을 내지 제 이름을 만들지

내 안의 무엇 꽃이 되고파 온몸을 가득 이렇게 못질 해대는가

쏟아지는 빗속에 선 초록 잎들이며 단층집 붉은 지붕들이며

비 맞을수록 한층 눈부신 그들에 불쑥 눈물이 솟는다

나는 아직 멀었다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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