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볼 때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그 어느 시대보다도 특히 민주 시대에는 종교들이 외형적인 의식에는 관심을 덜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아메리카인들의 철학적 방법에 대해 논하면서 나는 평등의 시대에는 형식에 순응한다는 관념만큼 인간 정신을 성가시게 만드는 것도 달리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형상을 좋아하지 않는다. 상징물이란 이들이 보기에 자연스럽게 낱낱이 밝혀져야 할 진실들을 은폐하거나 외면하게 만드는 데 사용되는 부질없는 고안품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은 종교 의례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으며, 예배 행사에도 부차적인 중요성밖에 두지 않는다.
민주 시대에 종교의 외형적인 의례 행위를 관장하는 사람들은 인간 정신의 이러한 자연적 본능에 관심을 기울여야만 하며 그것과 불필요하게 충돌하는 일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 - P64

나로서는 형식의 필요성을 단호하게 인정한다. 형식의 도움을 받아 인간 정신은 추상적인 진실들을 심사숙고할 수 있으며 또 그 진실들을 확고하게 포착하고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외형적 의례 없이 종교가 유지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시대에 종교 의 례들을 지나치게 늘리는 것은 정말 위험하며 오히려 줄여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예배가 종교의 형식 여건이라면, 교리는 종교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종교 의례는 종교의 실체에 해당하는 교리 자체의 영속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로 국한해야 마땅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들이 더욱더 평등해지는 바로 이 시대에 종교가 갈수록 더 사소한 일들에 간섭하고 융통성을 잃고 자잘한 의례에 몰두한다면, 이런 종교는 머지않아 회의하는 대중의 한복판에 있는 일단의 광신도 무리만을 보게 될 것이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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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적에게서 진실을 들을 수 없지만 사실 친구도 진실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내가 민주주의에 대해 말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 P23

평등이 인간에게 약속해주는 새로운 축복을 널리 선전하는 일을 떠맡은 사람은 많지만 평등이 초래하는 위험을 과감하게 경고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바로 이러한 위험들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 위험을 명확하게 알아보았기 때문에, 더 이상 침묵할 수만은 없었다. - P23

어떤 한 나라가 아무리 노력을 다한다 할지라도 그 나라는 결코 사회적 조건들을 완전히 평등하게 만들 수 없을 것이다. 불행히도 그 나라가 이러한 절대적이고 완벽한 평준화에 도달했다고 할지라도, 지성의 불평등은 여전히 남을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성격의 불평등은 신에게서 직접 나온 것이며 법으로써 없앨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 P251

불평등이 사회의 일반적인 양상일 때는, 가장 현저한 불평등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거의 같은 수준으로 평준화될 때, 가장 작은 불평등도 이내 눈에 띈다. 평등이 더욱 완벽해질수록 평등을 바라는 마음이 더욱 강렬해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민주 국가에서 사람들은 어느 정도 수준의 평등을 달성할 수는 있지만, 그들이 원하는 평등은 달성할 수 없다. 평등은 매일같이 그들 앞에서 한 걸음씩 뒷걸음질치지만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는다. 평등은 도망치면서 사람들이 따라오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평등을 잡아챌 것으로 생각하지만, 평등은 언제나 사람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난다. 그들은 평등을 가까이서 보고 그 향기를 느낄 수는 있지만 손으로 만지면서 즐길 수는 없다. 그리고 그들은 평등의 축복을 완전히 다 누리기 전에 죽는다.
민주 국가에 사는 주민들이 풍요로운 생활 속에서 흔히 내보이는 이 기묘한 우울증이나 안락하고 평온한 생활 속에서 이따금 그들을 사로잡는 이 삶에 대한 혐오감은 바로 이러한 요인들에서 나오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 P251

민주 시대 향유는 귀족 시대보다 훨씬 강렬하고 그 향유를 누리는 사람들의 수도 훨씬 더 많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민주 시대에는 인간의 희망과 욕구가 훨씬 자주 좌절되고 영혼은 더욱 불안하고 초조해지며 근심은 더욱 심각해진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 P252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로서는 지금 우리 동시대인들을 고무하고 있는 듯 보이는 자유의 정신을 조금도 신뢰하지 않는다. 나는 오늘날 모든 나라가 들끓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 나라들이 자유로운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왕권을 뒤흔들어 놓은 이 격동이 끝날 때쯤이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강력한 통치권자들이 나타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 P546

통치권자의 눈과 손이 끊임없이 인간 행동의 가장 세세한 사항에까지 침투해 들어올 경우에, 그리고 개인들이 너무 허약해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고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이웃의 도움에 의존할 수 없을 경우에, 바로 이러한 때에 이러한 사법권은 자유를 보장하는 데 특히 긴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어느 시대에나 재판정의 힘은 개인의 독립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였다. 그런데 민주 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만일 사회적 조건들이 평등해지는 데 비례해서 사법권이 강화되지 않는다면, 개인의 권리와 이익은 언제든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 P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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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 2026-01-03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26. 1. 2. 수정
 
아메리카의 민주주의 1 대우고전총서 43
알렉시 드 토크빌 지음, 이용재 옮김 / 아카넷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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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덕성뿐만 아니라 그들의 악덕까지도 사회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으니, 신세계는 정말 행운의 나라가 아닌가? - P484

사람들이 가톨릭교가 민주주의의 타고난 적이라고 오해해왔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히려 기독교의 여러 종파들 중에서 가톨릭교야말로 사회 상태의 평등에 가장 호의적인 종파라고 나는 믿는다. - P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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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의 민주주의 1 대우고전총서 43
알렉시 드 토크빌 지음, 이용재 옮김 / 아카넷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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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인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법제를 연구해보면, 그들이 법률가들에게 부여하는 권위와 법률가들이 국정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이 오늘날 민주주의의 일탈을 막는 가장 강한 방파제 구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 P446

법률을 전공한 사람들은 질서에 대한 습관, 형식에 대한 취향, 그리고 질서정연한 사고에 대한 일종의 본능적인 애착 따위를 직업상 습득하게 된다. 이러한 기질은 당연히 그들을 혁명적 기질이나 민주주의의 무분별한 열정에 적대적으로 만든다. - P447

그리고 법률가들이 설사 자유를 소중하게 여긴다고 할지라도 일반적으로 준법성을 더 우선시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압제(tyrannie)보다 전횡(arbitraire)을 더 두려워하는 것이다. - P450

합중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볼수록 이 나라에서 변호사 집단이 민주정치에 대해 가장 강력한, 그리고 말하자면 유일한 균형추를 이루고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 P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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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의 민주주의 1 대우고전총서 43
알렉시 드 토크빌 지음, 이용재 옮김 / 아카넷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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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 대해 습관적으로 애증의 감정에 빠져드는 나라는 어떤 의미에서는 노예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그 나라는 자신의 애정과 증오의 노예인 것이다."

- 조지 워싱턴 - - P385

어떤 주권적 의지나 어떤 국민적 편견도 (...) 싼 가격의 위력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한다. - P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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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 2025-12-28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25. 12. 27.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