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좀의 지리학을 통한 지리학의 재영토화를 모색한다는 책인데, 특별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철학 동아리에 속해 이진경 님의 책들을 읽으며 철학 공부를 시작한 덕분에, 또 현대철학의 커리큘럼을 푸코로 시작해 들뢰즈 가타리로 마무리되게끔 짠 선배들 덕분에(그러다 보니 자연히 수유연구실의 책들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도 한 때 이런 식의 '탈근대' 조류, 그 중에서도 특히 니체, 들뢰즈에 꽂혔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점차 들뢰즈 가타리 류가 이른바 '차이'란 것에 선험적 절대성을 부여한 나머지 '차이(들간)의 차이'를 간과하고 결국엔 차이를 또다른 '동일자'로 둔갑시켜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었고, 이론의 (몰)역사성에 대한 고민도 했던 것 같습니다. 공부도 부족하고 그마저 읽은 지 오래 되고 해서 잘 기억은 나지 않네요. 음악 공부를 하다 보니 요즘 들어 다시 읽어보고픈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아무튼 저하고는 기질적으로도 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모더니즘/포스트모더니즘을 근대/탈근대 문제틀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담은 이정우,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하여」, 『가로지르기』(산해)의 일독을 추천해드립니다.
모더니즘이라는 말 자체가 근대 예술에 반해 등장한 현대 예술을 가리키는 말로서, 포스트모더니즘은 오히려 모더니즘을 더 발달(아니 더 정확히 말해 극단화)시킨 것이지 모더니즘과 대비되거나 배치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포스트모더니즘을 축자적으로 번역하면 '후기 근대주의' 또는 '탈근대주의'가 될 수 있겠으나, 영미 비평의 맥락에서(특히 미국 비평가들에 의해) 쓰인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용어를 철학, 사회학, 역사학 등에서 마구 사용할 경우 의미론적 어긋남이 생긴다고 이정우 님은 지적합니다. 이는 영어라는 언어의 패권 내지는 미국의 문화제국주의를 반영하는 한 단면으로서, 정리하자면 포스트모더니즘은 1) 예술 분야에서 2) 20세기 초 모더니즘의 연장선상에서 3) 미국에서 발달한 사조인 데 반해, 탈근대 사상은 1) 사상 일반에서 2) 16세기 말 이후의 역사 전체에 관련해서 3) 세계사적인 범위에서 제기되는 사상이라는 것이 골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