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거물급(?) 저술가 반열에 오른 홍성욱 교수님이 유학을 갓 마치고 귀국해 내놓은 문명론. 2002년 6월에 나왔다. 21세기 초의 시대적 분위기에서 쓰인 것이라, 시대가 성장, 성숙한 지금 읽기에는 너무 옛날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 별점을 많이 주기는 어렵고, 당시에 어떤 재료들을 가지고 사유를 전개하였는지를 들여다 보는 정도의 의의는 있다(후술). 케빈 켈리의 신경제 10대 법칙이 그 시절의 공기를 잘 대변하고 있다. 새 시대의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라 할 수 있을까(95쪽).


1. 네트워크로 연결된 무리의 힘을 이용하라.

2. 대규모 단일 네트워크를 구축하라.

3. 희소성보다는 풍요의 법칙에 따라 행동하라.

4. 모든 것을 무료로 배포하라.

5. 먼저 네트워크의 가치를 키워라.

6. 현재의 성공을 잊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라.

7. 지구 전체를 무대로 사유하고 행동하라.

8. 조화가 아니라 흐름에 투자하라.

9. 기술로 시작해서 신뢰로 끝내라.

10. 효율성보다 기회를 택하라.


  유망한 연구자의 진화되기 전, 다듬어지지 않은 초창기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그 자신의 말처럼, 모든 글은 짧은 자서전이기도 하니까. 이제 공저까지 포함해 어마어마한 포트폴리오를 갖추셨다. 적정기술연구소장이기도 한 한밭대학교 화학생명공학과 홍성욱 교수와 주제가 다소 겹쳐 혼동하기 쉽다.




  그해 5월에 바라바시의 『링크』가 나오고, 10월에 한국에도 번역이 되었는데, 바라바시의 책이 과학서에, 홍성욱의 책은 인문학 책에 조금 더 가깝다. 『버스트』에 대한 리뷰에서 2016년 8월에 나온 바라바시의 교과서를 언급하였는데(http://blog.aladin.co.kr/SilentPaul/9003569), 여전히 번역은 되지 않았다.



  '6단계설'과는 조금 각도를 비껴나, '친밀한 연결'을 맺을 수 있는 최대 단위로서 '12명 이론'을 메모해 둔다(128쪽).


4명 : 가장 작은 조직단위; 대화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 단위


대략 12명 : 친밀한 연관을 맺을 수 있는 단위; 그 사람의 죽음이 내게 심각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친척, 친구의 수; 정규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가까운 사람의 수


대략 150명 : 각각의 사람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이해할 수 있는 단위; 초기 동인도의 정착민 마을의 규모; 군대의 전투 단위;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의 단위


1,500~2,000명 : 이름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들의 단위; 큰 학교나 회사의 규모; 회사의 오너가 종업원과 개인적으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최대 단위


8,000~10,000명 : 학교나 도서관을 공유할 수 있는 이웃의 규모


  그리고 그보다 살짝 전,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사이에는 실은 '정보혁명 시기의 자본론'이라는 찬사를 받은 마누엘 카스텔의 Information Age: Economy, Society and Culture 3부작이 나왔다.



  『네트워크 혁명, 그 열림과 닫힘』은 짧은 분량 안에 방대한 책 목록을 담고 있다. 어떤 종합의 야심(?)이 느껴지는데, 한창 공부하고 있던 때의 젊은 연구자가 어떤 책들을 소개하였는지를 보자.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새내기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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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0-13 1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