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 형이상학을 위한 기초 놓기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22
임마누엘 칸트 지음, 이원봉 옮김 / 책세상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꼰대의 고지식한 도덕론 같은데...

칸트가 어디 멀리 안 다니고, 사람 별로 안 만나고 살아서 이런 선험적 윤리학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덧. 해제를 보니, 칸트는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 결혼하지 말아야 한다‘는 신념 때문에 평생 독신으로 지냈으되, 사교계 부인들과 세 시간 걸리는 점심을 먹으면서 요리 이야기를 하고 농담을 할 정도로 사교적이었다고는 한다). 순수한 이성이라는 전제, 즉 이성이 감성계나 자연 필연성으로부터 독립해 (있을 수) 있다고 하는 전제 자체부터가 잘못된 것 아닐까.

세상과 담 쌓고 살다시피 하면서 혼자 고고하게 살아가는 ‘개인‘의 이상주의적 도덕론으로는 별론, 칸트의 의무론이 ‘사회‘의 법제도를 설계하는 기본 이념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제도는 그것을 의도적으로 악용하려는 이기심과, 기회주의적으로 유용하려는 수많은 동기까지 고려해서, 그러니까 최악의 경우까지 상정해서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만드는 것이 더 안전한 것 아닐까. 칸트 스스로도 도덕 형이상학을 이론적으로 정초하기 위해 이만큼 힘든 논증을 펼쳤는데(인용 부분 참조), 앞뒤 안 가리고 충동적으로, 혹은 경향과 습관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이 대다수인 풍진세상에서 순수한 도덕론이 일반적으로 광범위하게 적용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래도 재미있고, 빠져든다...

뒤늦게 칸트와 니체를 읽고 사들이고 있다. 그러다가 쇼펜하우어에까지...

그러나 나는 지성적 세계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주는 이념[자유의 이념]을 갖고 있다고 해도 그것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고, 나의 타고난 이성 능력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그러한 지식을 얻을 수 없다. 그 이념[자유의 이념]은 다만 내가 감성계에 속하는 모든 것을 내 의지를 결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하게 제외했을 때에도 남아 있는 그 어떤 것을 의미할 뿐이다. - P138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다이제스터 2022-06-12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되고 동의하는 말씀이 많습니다. ㅎㅎ
우선 칸트는 하루 최소 3시간 이상 점심 식사를 했는데, 제가 읽은 책에서는 부인이 아닌 상인들과 했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전 칸트 철학이 왜 자본주의에 넘 잘 맞는지 이유가 드뎌 이해 되었습니다. ^^
특히 말씀하신 내용 중 ‘풍진세상’에 칸트 이론이 적용되기 어렵단 내용에 격하게 동의합니다.

그래서 칸트가 대중에게 부각되고 있는 현실이 오히려 궁금해집니다. ㅋ